허 선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정적 측면이 많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장애가 있는 아들이 장애아동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어느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집을 나가 오랜 시간 연락이 안 되는 아버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으니 부모의 이혼을 인정해 달라’는 딸의 호소에 가정법원이 이혼을 허락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와 같은 뉴스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안타까운 뉴스의 중심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활고 때문에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것이 기초보장법의 제정 목적중 하나이지만 기초보장법 시행 현황은 그러하지 못하다. 최저생활을 하고 있지 못한 가구가 수급 신청을 해도 근로능력이 있는 가족과 부양의무자의 존재, 재산 초과 등 이러 저러한 이유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늦었지만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법 개정과 제도 개선에 관해서 정부의 의지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안을 보면 정부의 정책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비수급 빈곤층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 2011년 기초생활보장사업예산(안)의 주요 내용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2011년도 기초생활보장 총예산은 2010년 예산대비 3.2%인상된 수준이다. 3.2%라는 인상 수준은 현상 유지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상세한 내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수를 2010년에 비해 2만7,000명 줄이고(163만 2천명→160만 5천명), 이들에게 지원하는 생계급ì만 2을 32억2,300만원(2조4,492억 원→2조4460억 원) 삭감하였다. 또한 주거급ì, 교육급ì, 장제급ì, 긴급복지, 자활지원 등 다른 기초생활급ì에 대해서도 예산 절대액은 약간 늘이는 형식을 취하면서 지원 대상을 줄이고 있어 전반적으로 판단하면 삭감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3.2%의 전체 인상률은 의료급여예산의 증가(4.9% 인상)에 따른 것인데, 이는 수급자의 생계보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의료수가의 변동에 맞추어 예산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경직성 예산 인상일 뿐 의료급여수급자수도 2만명 정도 줄어들었다.
<표> 2011년 기초생활보장예산(안)의 주요 내용 (단위; 백만원) | |||||
구 분 | ‘10예산 (A) | ‘11예산 (B) | 증 감 (B-A) | ||
인상률(%) | 비고 (지원 대상) | ||||
생계급여 | 2,449,192 | 2,445,969 | △3,223 | △0.1 | 1,632→1605천명 |
주거급여 | 562,824 | 598,655 | 35,831 | 6.4 | 1,546→1,518천명 |
교육급여 | 120,406 | 129,865 | 9,459 | 7.9 | 221.8→196.4천명 |
해산 장제급여 | 15,350 | 15,350 | – | – | 239,168→38,690명 |
의료급여 | 3,500,225 | 3,672,431 | 172,206 | 4.9 | 1,745→1,725천명 |
양곡할인 | 110,766 | 99,690 | △11,076 | △10.0 | |
긴급복지 | 57,912 | 58,886 | 974 | 1.7 | |
자활지원 | 463,756 | 490,567 | 26,811 | 5.6 | |
재산담보부 생계비융자 | 3,844 | 3,408 | △436 | △11.3 | |
합계(기초보장 총 예산) | 7,286,456 | 7,516,784 | 230,328 | 3.2 | |
정부가 2011년도 최저생계비를 전년보다 5.6% 인상하였다는 점과 절대 빈곤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수급자수가 늘어날 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 정부의 예산 편성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가구의 비율을 나타낸 ‘절대빈곤율’은 2007년 10.2%, 2008년 10.4%, 2009년 11.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정부합동, 2009)가 파악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빈곤층만도 410만 명이 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103만 명은 소득과 재산은 기준선 이하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비수급 빈곤층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수급자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정비해야 할 책임은 망각한 채 오히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얼마 전 ‘최저생계비를 5.6% 인상’한 것을 친서민 정책의 증거라고 주장했던 정부가 내년도 기초보장수급자수를 축소시킨 것은 서민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을만한 이중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3. 나가며
정부는 “올해 예산상 수급자 대상이 163만2000명이지만, 현재 수급자가 157만 명이라는 점이 감안돼 내년 대상자가 축소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일선 현장의 사회복지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서 오는 복지전달체계의 미흡과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은 불합리한 수급자 선정기준이 가져온 문제로 볼 수 있다. 수급자가 될 만한 대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엄격한 선정기준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요보호자가 배제되는 것이다. 한편, 예산상의 대상자 축소는 일선 복지현장에서 신규 수급자 선정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완화하겠다며 그간 수차례 약속했던 부양의무자 부양능력판정기준의 개선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예산의 경우 2010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정부는 경제위기시에 내놓았던 한시생계보호, 저소득층 에너지보조금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긴급복지예산의 경우도 상당부분 감액 편성한 바 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생계급여 예산마저 삭감한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빈곤층의 생활여건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각종 통계지표상 빈곤율이 높아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부분에서 사례로 든 두 가구와 같은 빈곤에 빠진 가구를 수급자로 포함시킬 수 있도록 수급자 자격 기준을 현실화할 수 있는 예산이 국회에서 다시 편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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