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2-10   3146

[동향5] 프랑스 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저항 – 세대간 계약 저너머?


 


엄규숙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 들어가는 글


   2010년 6월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는 퇴직연령 및 연금수급 연령의 점진적 연장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연금제도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그리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주변 국가들도 정년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하였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저항이 있었지만, 유독 프랑스의 경우 강력한 총파업에 더해 고등학생과 대학생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중장년층이 정년연장을 통해 발생하는 연금수급액의 장기적 저하와 정년을 연장해도 실제로 연장된 기간만큼 고용상태에 더 머물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면, 청년층은 ‘20세 학생, 25세 실업자’라는 구호가 보여주듯이 현재도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울러 현재도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데 연금수급을 위해 더 길게 일하라는 요구는 적절한 일자리 제공도 하지 못하면서 연금지급을 미루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도 부각되었다. 중고령층 노동자들도 사무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 사이의 은퇴연령의 현실적인 차이에 대한 배려가 없고, 전반적인 급여수준의 계산 방식도 생산직 노동자에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 또 노동현장이 중고령층 노동자를 가능하면 빨리 조기퇴직을 통해 ‘정리’하는 경향이 있고 중고령층의 취업률이 30%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퇴직 및 연금수급 연령의 연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글은 프랑스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증한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고령화추세를 반영해서 지속가능한 연금체계를 만들고자 시도한 연금개혁안이 이토록 큰 저항에 부딪힌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정부안에 대비되는 시민사회단체의 대안이 지탱하고자 하는 연금제도의 가치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금제도가 성숙하고 복지제도가 골고루 발달되어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연금개혁은 얼핏 보기에 우리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강 건너 불만은 아니다. 우리 연금제도도 도입 20년을 넘어 최초의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발생하였지만, 천문학적인 연금기금을 쌓아두고도 현 세대의 노인들에게는 쥐꼬리만큼의 기초노령연금을 제공하고, 수십년 후의 연금기금 고갈을 우려하면서 연금제도의 다층화와 급여수준 삭감이 필요하다는 국제기구의 주장들이 여과 없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 프랑스 연금개혁의 주요 내용


   먼저 프랑스 연금제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본 후, 개혁안의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프랑스 공적 연금제도는 세대간 계약에 의한 부과방식의 연금체계이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종사자, 자영업자에 대한 연금금고가 별도로 설치되고, 30개 이상의 연금금고가 존재할 정도로 직역 간 연금분리가 심한 상태이다. 이번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민간부문 노동자의 퇴직연금제도이다. 기본연금과 보충연금, 그리고 추가연금의 3층 체계로 구성되고, 노동자에게 가입의무가 있는 것은 기본연금이며, 보충연금도 부과방식에 의무적용을 택하고 있다. (공무원 및 공공부문 종사자는 기본연금과 보충연금을 묶어서 의무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추가연금은 사용자의 선택사항이며, 이번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
현재의 연금수급개시가 가능한 최소연령은 60세이고, 완전연금수급을 위한 필요가입기간은 40.5년이고, 퇴직연령은 65세이다. 연금수급액은 기준임금 및 지급률 및 가입기간에 의해 결정되는데, 기준임금은 전 생애 근로기간 중 임금을 많이 받았던 25년간 평균액이고, 지급률은 최고 50%이며, 다른 국가의 연금제도와 마찬가지로 퇴직연령 이전에 은퇴하게 되면 매년 2.5%씩 감액되어 결정된다. 


   사르코지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퇴직연금자문위원회(COR)가 작성한 보고서의 재정상황 전망에 따라 2010년 이미 323억 유로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0년 450억 유로, 2030년에는 700억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제시된 것이다.
   현재의 재정적자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조세수입이 감소하고 사회보장지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한 것이고, 또 유럽연합 평균 대비 프랑스의 공적연금 지출 규모가 큰 편이라는 점 등을 들어 연금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의 연금수금가능 최소연령을 60세에서 2011년부터 6년에 걸쳐 해마다 4개월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여 62 세로 상향조정하고, 퇴직연령은 65세에서 같은 방식으로 67 세로 연장하며, 완전노령연금 수급을 위한 보험료 납부기간은 현재 162분기(41.5년)에서 166분기(41.5년)으로 늘리는 것이 연금개혁의 주요 골자이다.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퇴직연금 수령액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퇴직연령을 연장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사르코지 정부는 연령 연장이라는 대안만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같은 수급연령의 상향조정을 통해 2011년 약 37억 유로의 재정절감이 이루어지고 2018년까지 연금재정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직역간 형평성을 위해 공무원의 보험금 납부액을 인상하거나 퇴직연금기금을 조기 사용하는 등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표1. 프랑스 연금제도를 둘러싼 주요 현황





























구분


프랑스


EU 27개국


실업률


8.8%


8.3% (2009.3)


청년실업(25세 이하)


21.4%


18.3% (2009.3)


연금의 소득대체율 (중위소득기준, OECD 2009)


53.3%


65.0%( EU-15)


연금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13.5%(2010년)


10.4%(EU-15)


65세 이상 노인 소득 구성


공적이전소득 85.4% + 근로소득 6.5% + 저축·자산소득 8.1%


공적이전소득 67.5% + 근로소득 16.6% + 저축·자산소득 15.8% (EU-27)



3. 사회적 저항의 배경과 대안들


   사르코지 정부 이전에도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이 진행된 바 있다. 먼저 1983년 미테랑 정부는 당시의 높은 실업률에 대응하는 방편으로 조기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연금수급가능 최소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면서 노동시장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 연금제도를 활용하였다. 이같은 변화는 당연히 조기퇴직의 확대로 인한 연금지출의 증가를 초래하였고, 1993년에는 연금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급여산정방식을 변경하는 개혁을 단행하면서 큰 사회적 파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에 연금액의 연동기준을 임금에서 물가로 바꾸고, 기준임금의 산정도 과거 10년에서 25년의 평균임금으로 늘렸으며, 완전연금수령을 위한 필요가입기간도 40년으로 확대 하는 등 급여산식 조정을 위한 연금급여수준의 전반적 하향조정이 이루어진다. 2003년에는 저항으로 미루어진 공공부문 연금개혁과 더불어 조기퇴직 억제를 위한 유인책 등이 추가로 연금개혁의 내용에 포함되었다.
   2010년의 연금개혁은 바로 이 같은 1993년 이후 연금개혁의 후속 조치로 이루어진 것이며, 재정적자의 확대를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연금개혁안에 대해 노동계는 수령 가능한 연금 액수가 줄어들고, 사무직 노동자에 비해 생산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며, 일자리 부족 등 청년층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먼저 연금수급가능 최소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조치는 사무직노동자에 비해 생산직 노동자에게 불리한 현재의 급여체계의 문제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생산직 노동자는 직업생활을 일찍 시작하지만 가장 소득이 높은 25년간의 평균임금은 사무직 노동자가 3배 정도 더 높고, 아울러 평균기대여명도 생산직에 비해 사무직이 더 길다. 만약, 생산직 노동자가 십대후반부터 일을 시작해 40년이 넘게 근무하고 퇴직하고자 할 때, 연금수급개시 최소연령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는 연금수급을 가능하도록 몇 년간 더 일을 해야 되는 것이고, 직업에 따른 신체 마모도 및 건강위험을 고려할 때 실제로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이 짧아 사무직 노동자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육아휴직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자주 퇴장하는 여성에게도 필요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결코 유리한 조치가 아니다. 퇴직연령을 늦추고 중고령층 노동자에게 더 일할 것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현재의 실업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더 늘어난 노동력 공급을 소화할만한 새로운 일자리들을 만들 아무런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사르코지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단지 연금지출을 줄이고, 적자재정을 줄이는 모든 부담을 연금수급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받는 지점이다.
 
   연금개혁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서도 파업이 프랑스 철도와 항공을 마비시키고, 심지어는 고등학생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까지 관심을 끌만한 뉴스로 등장한데에는 사르코지 정부의 부패와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억눌린 불만과, 연금수급연령의 연장이 결코 은퇴를 앞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하며 사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문제라고 하는 연대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18세~25세 사이 청년층의 실업률이 2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청년층에 대한 공공부조의 일종인 RSA의 연령제한과 이전 취업 규정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청년실업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치부하고, 연금개혁을 강행한 것이 큰 실수였다. 청년층의 입장에서 보면 정년연장으로 인해 이미 만성화된 일자리 부족에 퇴직하지 못한 중고령층까지 경쟁자로 합세할 것이 명약관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금보험료를 올리고, 급여수준을 제한하는 개선안이 미래 젊은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령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치부된 반면, 프랑스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자신들의 세대가 은퇴할 시점에 이르러서 연금의 수급조건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것임에 주목하였다. 실업과 직업훈련, 긴 학업, 불안정한 여러 직업을 전전하기 쉬운 오늘날 젊은이들의 직업경로로 볼 때, 퇴직연령이 몇 살로 정해지건, 노후의 생활을 최저수준으로라도 유지할 수 있는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40년이 훨씬 넘게 해야지만 한다는 전망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유럽공동체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고, 프랑스의 65세 이상 가구가 소득의 대부분을 공적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프랑스의 모든 세대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연금급여의 권리로서의 당연성과 세대간 계약의 정신의 공동화에 대한 저항은 의외로 컸던 것이다. 


   사실 사르코지 정부는 2008년부터 ‘랑데뷰 2008(Rendez-vous 2008)’이란 제하에 2010년 연금개혁의 주된 내용에 대한 노사정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퇴직연령의 연장 이외의 어떤 대안도 선택할 의사가 없었던 사르코지 정부에게 야당과 노동조합의 대안제시는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우선 사회당은 보험료 의무납부기간이나 퇴직연령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은행에 부과된 기업세에 15% 초과 과세를 통해 연간 30억 유로의 재원이 확보가능하고, 스톡옵션 등 자산 수입에 대한 과세 확대를 통해 250억 유로, 매년 0.1%씩 10년에 걸치 보험료의 단계적 인상을 통해 120억 유로를 확보함으로써 연금재정의 적자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셀 아글리에타, 토마 피케티, 등 CFDT의 자문 학자들과 노조활동가들은 프랑스의 분산된 직역연금제도를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개인 명목계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보다 진보적인 노조들에 의해 세대간 계약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프랑스대학생연합 등 청년단체들은 청년층이 안정적 직업을 갖게 되는 평균연령이 27세인 점을 들어, 학업과 직업훈련 기간을 연금가입분기로 인정하고, 인턴 제도 개선 및 연금가입기간 인정, 파트타임노동, 임시고용 등의 불안정한 취업기간도 연금가입기간으로 인정하여, 청년층의 연금수급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반면 사용자단체들은 향후 인구고령화로 인해 최소퇴직연령을 62세가 아니라 63.5세 까지 늦춰야 되며, 기업의 노동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보험료의 인상은 어떤 형태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였다.
   사르코지 정부는 ‘랑데뷰 2008’ 이후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는 과정에도 미세한 개혁안의 조정을 시도한다. 완전노령연금 수령을 위한 필요가입기간의 단계적 인상, 십대부터 일하여 재직기간이 긴 노동자들의 경우 연금수급최초연령의 예외(58~59세) 인정, 법정최저임금의 85% 수준의 최저연금을 2012년부터 실시, 최저노령수당을 2012년에 5% 인상, 실업보험기여금을 1% 낮추고 연금기금에 대한 기여 상향조정, 자녀양육의 크레딧, 유족연금을 2011년 60%를 목표로 단계적 인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세 조정은 세대를 막론하고 연금개혁을 둘러싼 분노 폭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 시사점 – 세대간 계약 그 이후


   퇴직연금에 대한 토론의 핵심은 결국 세대간 계약과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공적 연금체계를 도입한 초기의 복지국가 전통을 완전히 부정하고 적립방식의 연금으로 전환해버린 몇몇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나 독일의 연금제도는 여전히 세대간 계약의 정신에 기대어 있다. 그러나 일자리의 변동과 고령화 추세를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금제도의 개선은 종국에는 수급자의 양보를 일정하게 얻어내면서 이루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미테랑 정부에서 당시 실업률과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한 조기퇴직을 통한 노동시장 긴장의 완화방안이나, 오늘날 유럽공동체의 다수 국가들이 추구하는 퇴직연령을 연장하는 대안 모두 일자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만한 방안이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창출하고, 자산, 자본이익, 법인세 등을 세원으로 삼는 전면적 발상의 전환을 대부분 정부들이 논외로 삼고, 나머지 변수들인 퇴직연령이나 수급수준들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으로 회귀하면,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연금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연금수준이 더 낮아지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감내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수급자에게 소위 ‘낸 만큼 받아갈’ 것을 강요하다보면, 은퇴 이후 취업당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세대간 계약을 통해 보장하던 복지국가의 연결고리는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러한 개혁안들의 근거는 항상 50년 또는 6~70년 후의 미래 인구 구조에 대한 추계에 기대어 있다. 타임머쉰을 과거로 돌려 50년 전으로만 되돌아가보자. 유럽의 그 누구도 ‘경구피임약, 독일의 통일, 동구권 국가들의 유럽공동체 편입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사회적 변화’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유럽공동체가 그 같은 사회적 변화 때문에 극적인 사회경제적 파국에 직면하지도 않았고, 그 같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초국가적 공동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실 1~2년 사이의 경제위기에 대한 예측도 항상 불발하는 상황에서 5~60년 뒤의 인구구조를 가정하고 시민들의 현재 삶을 바꿔나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나친 측면이 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자’는 구호의 이데올로기는 생산성 향상에 의해 생겨난 이윤의 분배를 논의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소한 4~5년 단위로 재정추계를 새로이 하고, 채택된 재정추계의 가정들 자체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진정으로 미래를 위한 연금제도를 준비하는 태도일 것이다. 기업이나 자본이익은 세계화로 인해 국경 저너머에 있는 분배와 고통분담의 무풍지대라는 억지주장을 꼭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모든 국가에서 기업의 노동비용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서 더 이상 늘이는 것이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때문에 복지를 위해서는 더 이상 비용분담을 할 수 없다는 엄살을 떨고 있다. 
   우리의 삶은 태어나서 서로를 돌보고, 배우고, 일하고, 재충전하고, 여가를 즐기는 모든 측면에서 존중받고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는데 모든 시간을 집중하지 않고 개개인이 돌봄, 교육, 재충전, 여가 등에 골고루 나눠 쓸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의 사회경제적 가치도 진정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프랑스 사회당에서 ‘care’라는 영어 단어를 어떻게 옮기고 정책기조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삶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들 중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비경제활동들(교육받기 위한, 어린이 교육이나 자녀 부양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위한, 자원봉사나 비영리 활동 등)에 대해 정당한 의미부여를 하고, 복지의 근간에 세대간 계약을 넘어선 사회연대적 계약의 틀을 포함시키는 것이 미래 복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12월호(제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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