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희
경실련 사회정책팀 간사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는 의약분업 시행10년을 평가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경실련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공동주최하여 의약분업 당시의 정책목표와 주요쟁점을 중심으로 제도 전반에 대해 평가하고 소비자, 의료기관, 약국 등의 역할 변화와 이후 개선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입장에서 제도적 발전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토론회에서는 서울대 의과대학의 권용진 교수,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의 송기민 교수, 고려대 약학대학의 최상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지정토론자로는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김국일 과장,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건강증진연구실장, 대한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 대한의사협회 이혁 보험이사가 참석했다. 좌장으로는 서울대학교 문옥륜 명예교수가 참석했고, 사안의 중대함을 반영하듯 발 디딜틈 없이 자리를 가득매운 청중들과 열띤 토론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토론회 전반에 걸쳐 소비자 선택권,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조제료, 직능분업 문제가 중점적으로 토론에 다뤄졌다.
가장 먼저 발제를 한 서울대 의과대학 권용진 교수는 의약분업에 대해 처음부터 의사와 약사의 직능 구분과 소비자를 위한 역할 분리를 위해 진행된 정책이 아니라 약사와 의사의 처방의약품 거래를 통한 이윤추구를 차단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정책이 진행되었다고 비판하고, 의약분업에 대해 이젠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 선택권 신장을 위해 일반의약품 진열장 공개 및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제료 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존재하는 조제료는 의약분업 이전 약사들의 부당이득을 보상해 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 정책”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으며, 직능분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송기민 교수는 지난 10년간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는 향상된 측면이 있고, 항생제 사용의 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비와 약제비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악화와 기관분업에 따른 국민의 불편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의약분업의 개선방향도 제시,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과 국민건강을 위한 제도 도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보완대책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며 국민의 진정한 알권리 확대와 충족을 위해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서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 편의성 확보와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일반의약품 판매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외 판매를 허용해 국민불편 감소와 기본적인 약에 대한 접근성 제고 및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약품 분류 및 재분류 체계의 개선과 기등재 목록정비사업 재추진 등 약가제도 및 의약품 유통에 대한 개선과 의약분업 예외약국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최상은 교수는 의료비와 약제비 증가는 의약분업 이후에 실행된 여러 정책들과 혼합된 결과로서 의약분업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며, 약제비 증가의 가장 큰 기여는 사용량의 증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약분업에서 큰 화두로 떠오르는 조제료 부분에 있어서도 조제료 총량 그 자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조제료는 그 구성 구조에 있어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해선 약물 오남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거래가 제도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대해선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며 이 제도들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서 일곱 명의 지정토론자들은 쟁점사항이었던 조제료,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직능분할, 의약분업의 개선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직능분업을 하게 되면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라 말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서 “이것이 현재 특정직능을 위한 제도적 장벽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시행을 촉구했다.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는 조제료의 급증에 대해 의료전달체계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고비용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며, DRG, 총액예산제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의약분업은 의료계, 약계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만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를 바라볼 수 있어야하고, 의약분업제도 자체가 애초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와 합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건강증진연구실장은 항생제 처방률의 감소를 의약분업의 성과로 들었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서는 이를 국민의 불편여부와 의약품 안정성 이 두 가지 측면만이 아닌 산업적 기준, 건강보험 재정 등 보다 많은 관련부문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송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의약분업의 공과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의약분업의 대원칙은 직능분업이며 우리는 직능분업 속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약제비가 건강보험재정에 있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며 이는 제도적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혁 보험이사는 의약분업제도는 환자의 불편을 가져왔으며 의사의 처방권, 진료권의 제약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리베이트 쌍벌제는 모든 의사를 범죄시하는 법안이며 이로 인해 의사-환자의 신뢰관계가 깨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의약분업은 오랜 진통과정을 겪으면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의약분업과 관련해서도 정부만이 아닌 의료계와 약계, 시민단체 등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과 합의를 통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말했으며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대안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과 과제를 명확히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장이었다. 이러한 공론의 장을 통해 공통적으로 의약분업 제도를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개선시켜나가야 한다는데 동일한 입장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며, 다시한번 각계의 주장이 여전히 다르다는 것과 이후 개선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하다는 것이 분명히 확인된 자리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의약분업을 그동안 직역간 이익에 의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의약분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의약분업 시행10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의약분업 제도의 발전과 방안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경실련은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의약분업 제도점검과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의약분업 도입 시 참여했던 의료, 약업, 시민, 정부 각 주체가 모두 참여하여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약분업 제도 발전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지난 1월 12일에 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으며, 복지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구체화시켜줄 것을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2월호(제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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