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2-10   1345

[동향3] 2010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의 성과와 과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2011년 새해 초부터 ‘무상의료’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구체적 표현으로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인하 등이 민주당에 의해 제기되면서 ‘복지’를 둘러싼 논의가 무성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펴지만,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포퓰리즘이면 어떠냐?’는 식이어서 보수의 비판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MB정권이 등장한 2008년 이후 지금까지의 흐름과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는 2012년 정치권력의 재편기를 1년 앞두고 있어 MB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시기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난 3년간 ‘국민을 위한 복지’ 보다는 전국적인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국민의 건강’ 보다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 했던 MB정권에 대항했던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의료민영화는 MB정부의 입장에서 다른 분야와 달리 단 한발짝도 진척시키지 못할 정도로 시민사회가 대응을 잘해왔다. 이런 가운데 2010년 중반부터 ‘건강보험 대개혁’ 운동을 시민사회가 시작하면서 오히려 반격의 실마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2010년 시민사회의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은 ‘반대, 저지’를 넘어 ‘대안’을 형성한 투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해였다.



2010년에도 ‘영리병원 저지’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2010년 초에는 제주도에서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한 사안이 큰 쟁점이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영리병원’ 문제는 의료민영화의 상징적인 정책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08, 2009년에도 계속해서 논쟁이 되었지만, 2010년에도 어김없이 ‘영리병원 도입’은 2010년 의료민영화의 논쟁을 시작하는 이슈였다. 특히 1월 29일에는 제주도에서 주최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공청회’와 관련하여 제주도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와 같은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 반대 활동을 주도하는 동시에 2009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의료민영화 입법 반대 국민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계 보건의 날인 4월 7일에 맞추어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의 뜻을 국회에 전달하는 동시에 6.2. 지방자치선거를 겨냥하며 보건의료 부문 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5대 정책 과제는 ▲영리병원 없는 지역 만들기, ▲병원비와 간병 걱정 없는 지역 만들기,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지역 가꾸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료 가꾸기, ▲평생 건강한 치아를 위한 지역 가꾸기 등 영리병원 도입 반대 및 국민 치료비 부담 경감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원격의료가 ‘HT’의 모습으로 등장


  한편, 2010년에는 ‘HT(Health 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의료민영화의 새로운 모습이 등장했다. 특히 HT의 핵심에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와 ’원격의료의 활성화‘가 있었다.
  MB정부가 2008년 하반기부터 검토하기 시작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는 드디어 2010년 5월 17일 ‘건강관리서비스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제정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에서는 의료서비스와 별도로 ‘건강관리서비스’의 개념을 도입하고 의료기관과 분리된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특히 이런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은 개인이나 비영리법인은 물론, 영리법인에게도 허용하고 있어서 보험회사나 제약회사 등도 영리적인 목적에서 얼마든지 설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MB정부가 국민의 건강관리 보다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건강관리서비스법’은 MB가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여기에 현재 의료법에서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을 ‘의사 – 환자’의 직접적인 원격의료 허용을 전면화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주요한 의료민영화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원격의료는 사실상 원격장비를 ‘병원’이 아닌 ‘국민 개개인’이 구입하도록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자본은 기대했다는 점에서 의료를 통한 산업화의 주요한 축이었다.
  이와 같은 모습은 기존에 의료민영화가 ‘영리법인의 병원’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표되던 것에서 다소 다른 경향을 띠는 것이었다. 의료와 관련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자본의 접근 방식이 바뀐 것이다.
  여기에 대자본의 그림자가 있었다. 2009년 11월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5억원 규모의 연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했고, 그 연구소는 ‘HT(Health Technology)’의 개념을 중심으로 명분과 향후 의료민영화의 추진 방향을 그려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5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의료기기산업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겨로 우연한 일치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와 같은 의료민영화의 새로운 추진 방향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지난해 10월 6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사와 환자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2010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저지해야 할 ‘의료민영화 악법’으로 지목하고 국회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저지’에서 ‘대안’으로 – 100만원의 개혁, 건강보험 대개혁


  한편, 2010년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와 같은 의료민영화 악법 저지 활동과 함께 ‘100만원의 개혁’을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 대개혁’과 ‘의료개혁 법률안 추진운동’을 동시에 전개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추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체 시민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목표로 ‘100만원의 개혁’을 내세웠다.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리더라도 누구나 1년에 100만원까지만 부담하고, 그 이상은 건강보험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개혁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건강보험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건강보험료 인상’을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간의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하고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다.
또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의료개혁 법률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논의하고 토론하던 내용을 담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의료급여법 개정안, 민간의료보험법 제정안, 지역거점의료기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5개 법률안을 개발하고 제시했다.
  이처럼 ‘건강보험 대개혁’과 ‘의료개혁 법률안’을 추진한 것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운동이 대안을 가진 운동임을 보여주기 위함인 동시에, MB정권에 대하여 수세적인 대응에서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와 같은 대응은 결국 보수화되던 민주당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2010 정기국회에서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의료민영화 악법 저지를 위한 공조를 넘어서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다소 놀라운 변화를 시도하였던 것이다.



이제 ‘무상의료’의 전망을 내걸고 가자


  전국 90여개 단체가 ‘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강화’를 주요한 목표로 2009년부터 활동을 추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제 새로운 전망으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로 재정비하여 국민과 함께 ‘무상의료 실현, 복지국가 건설’을 향한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상의료가 더 이상 꿈이 아니며, 100만원의 개혁을 통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현실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편, MB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의료민영화 악법’이 절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막아낼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한미FTA’의 국회 비준이 그것이다. 한미FTA는 MB정권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의 수준과 규모를 훨씬 능가하여 미국식 의료제도를 이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볼 수 없는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FTA’가 비준되면 ‘무상의료’의 꿈은 요원해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2011년은 ‘한미FTA로 미국식 의료제도’인가, 아니면 ‘100만원의 개혁을 통한 무상의료 실현’인가를 놓고 시민사회와 MB정권이 한판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이 슬기롭게 현재의 상황을 잘 돌파하며 2012년을 무상의료 실현의 계기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2월호(제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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