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3-10   1750

[동서남북]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청소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위한 한 걸음

민 선
인권운동사랑방,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

 

  한 끼 밥의 의미

 

  누군가에게 밥은 ‘삶의 기쁨’이고, 또 누군가에겐 ‘다이어트의 적’이고,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밥’은 ‘서러움’입니다.

 

  이른 새벽을 누구보다도 먼저 맞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첫차를 타고 출근해서 사람들이 오기 전에 휴지통을 비우고, 쓸고, 닦고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고된 노동을 한 후 그/그녀들이 마주하는 밥 한 끼는 결코 달지만은 않습니다.

 

  한 달 꼬박 일해도 최저임금에 겨우 웃도는 월급으로는 한 끼에 몇 천 원 하는 밥값을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이른 새벽 출근길에 도시락을 챙긴다. 그렇게 싸온 도시락을 도란도란 모여 따뜻하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 곳곳에 있는 휴게공간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니다. 밥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을 찾는다. 창고, 건물지하, 계단 밑, 화장실 등이 청소노동자에게 허락된 공간이다.

  사회에서 청소노동자는 임금노동자 중 4번째(377,927명)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숫자는 그만큼 이 사회를 유지해 가는데 청소노동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임을 의미한다. 청소노동자의 대다수는 여성(81.6%)이고, 60대 이상(41%)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71.2%)으로 일한다. ‘고령’‘여성’‘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이 강요받는 ‘찬 밥’의 현실, 저임금,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바꾸기 위해 2010년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림설명: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 로고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에는 노동조합, 여성단체, 인권단체, 학생단위 등이 함께 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수차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려왔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좀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높아지면서 곳곳에서 휴게실 개선 및 식권지급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성과가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우리가 여기 있다’, ‘우리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가 있다’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고, 작업복 속에 감춰졌던 끼를 펼치며 우리의 장밋빛 인생을 나누는 노래자랑도 개최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뉴스들이 많이 방송됐다. 노조결성을 이유로 새해 초 집단 해고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49일의 농성 끝에 일터로 돌아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느 때보다 추웠던 이번 겨울이었지만 농성이 힘들고 춥기보다 든든하고 따뜻했다는 홍익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었던 청소노동/자들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와 노동을 보게 되면서 이런 연대와 지지가 있었다. 작년 10월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화재사건으로 경찰은 청소노동자들 사법처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거센러나판 여론으로 철회되었는데, 이런 여론이 형성된 것도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확장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림설명 : 청소노동자 행진

                          그림설명 : 청소노동자 노래자랑 ‘장밋빛 인생’

 

  40만에 이르는 청소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약 5천 명, 규모가 작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으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올 한 해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은 휴게공간 개선 등 법제도 개선을 통해 전체 청소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1백여 개 건물 청소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통해 더 많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렇게 만난 청소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우리의 권리를 외치고 함께 행진하는 자리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와 변화가 있었다.

 

  유령이 아닌 노동자로

 

  켄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라는 영화를 보면 청소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동료는 이런 말을 건넨다. “이 작업복의 비밀이 뭔지 알아?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거야”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은 청소노동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노동이라는 것, 이런 청소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동안 유령처럼 취급되어온 청소노동자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유령이 아닌  노동자로, 권리의 주체로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지역 캠페인단, 대학생 캠페인단도 출범하여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이어지고 있다.

 

  103주년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곳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휴게공간 등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하라’,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103년 전 미국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령이 아닌 여성노동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고 생존을 넘어 존엄하게 살기 위한 한국판 ‘밥과 장미’ 투쟁인 것이다. 이 투쟁에 연대하며, 지금도 유령처럼 취급당하는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만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고 한다.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babrose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3월호(제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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