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5-27   3969

[심층분석1] 한국 가족의 현주소와 가족정책의 방향

김인숙│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 며칠 사이 언론에서 보도된 가족에 관한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어버이날 자식에게 부담 주기 싫어 노부부 자살”, “노부모 부양 갈등 때문에 올케를 살해한 시누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 도 넘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통 큰 지원”, “미혼모라는 이유로 생이별”, “비혼이냐, 부모냐, 두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향해 묻다”, “회사만 믿던 아버지, 병들어 실직 후 가족적 삶 곤두박질”.

일주일 남짓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가족 관련 기사 제목이다. 보도된 기간도 매우 짧고 대표성을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례지만,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찾을 수 있듯이, 이들 사례 속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가족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관찰된 사실로부터 드러나는 한국 가족의 현주소를 읽어보면, 한국가족이 처한 궁지는 돌봄의 문제, 다양화의 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가족의 ‘돌봄’과 ‘다양화’라는 두 가지 문제는 가족담론을 주도하는 학계는 물론 이들 문제를 정책화하는 정부 모두의 관심 핵심 키워드였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궁지가 상기 기사에서 보듯, 우리 사회 성원들의 가족적 삶을 극단으로 몰고 가고 있고, 그 결과 개별 가족구성원들의 삶을 참혹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기사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한국 사회의 가족적 삶이 이 궁지의 연속선상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사적 책임으로 인식되는 가족 돌봄의 문제는 사실은 사적이기보다 공적이고 사회적인 데 근원이 있다. 서비스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화, 신자유주의 가속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결합돼 한국 가족은 ‘돌봄의 부재’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기혼여성들의 취업을 증가시킴으로써 현재 아동 양육과 노인 돌봄을 포함한 가족 내 돌봄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의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일임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의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화’의 문제는 아마도 새로운 가족구조와 형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장기적인 추세(김혜영, 2008)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족형태의 다양화로 가장 가시화되고, 정책의 관심 대상은 이혼 증가로 인한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그리고 다문화가족이다. 그러나 가족의 ‘다양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인 가구의 증가다. 1980년 1인 가구는 전체가구의 4.8%를 차지하던 것에서 2005년에는 20%, 2010년에는 23.3%로 증가했다. 가족의 ‘다양화’는 비정형가구(한부모가족+조부모가족+1인 가구+비혈연가구)의 비율 변화를 보면 더 실감나는데, 1980년에는 18.8%를 차지했던 것이 2005년에는 30.4%로 증가했다(김혜영, 2008). 여기서 미혼과 싱글은 지고 ‘비혼 세대’가 증가(시사IN, 190호)하는 현상에 주목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다양화’ 스펙트럼은 단일하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가족의 ‘다양화’가 사실은 가족의 ‘빈곤’을 파생하고,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비정형가구들이 처한 조건과 생활을 감안하면 이들은 정형적 가족에 비해 빈곤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결국 한국 사회 가족 변화의 현주소는 현상적으로 ‘돌봄’과 ‘다양화’라는 두 가지로 나타나지만, 실상은 ‘돌봄’, ‘다양화’, ‘빈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성가족부)의 이들 문제에 대한 대응은 제도 보완과 제도 확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담이나 교육과 같은 기술 중심의 대인서비스 제공과 최소한의 지원이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2011년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은 한부모, 조손가족의 자립지원(양육비 인상, 창업자금 지원), 미혼부모에 대한 상담과 치료, 전자바우처를 통한 자녀돌봄서비스, 그 외 가족친화기업문화 조성, 좋은 부모 프로그램, 다문화가족에 대한 언어지원, 상담지원이 핵심 정책이다(여성가족부, 2011).

정부의 이러한 가족정책의 방향은 가족정책을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즉 현 정권이 가족정책을 복지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보지 않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그 결과 가족정책은 대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성생애의 남성화나 남성생애의 여성화 측면에서 동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일과 가족의 양립’이라는 구호와 수사만 있을 뿐 제도 형식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너무 크다.

특히, 돌봄 사회화를 위한 제도 보완과 확장에는 거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 도입이나 육아휴직 수당을 임금 대체적 성격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나 공보육 강화, 노인수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가족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현재 가족정책의 법적 근간을 이루는 건강가정기본법의 영향도 큰데, 건강가정 기본법은 복지국가의 한 축인 가족정책의 기본 틀과 법적 장치로서 접근했다기보다 가족에 대한 서비스 전달을 누가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의 협소한 문제에 집중해 법제화되었다(김인숙, 2010).

가족의 ‘다양화’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함은 물론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들이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정책은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존 가족정책이 건강가정기본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은 가족의 ‘다양화’와 이로 인한 가족가치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정재훈, 2008). 이 법은 ‘가족위기’ 담론을 바탕으로 국가의 직접 지원보다는 출산과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전형적 가족형태와 기능회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인숙, 2005; 윤홍식, 2004). 예를 들어, 2011년 정부의 가족정책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부모교육에 대한 지원이 과연 얼마나 가족 가치의 다양화를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가족정책이 견지해야 할 중요한 축 중의 하나는 젠더를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가족정책은 ‘양성평등계약’ 하에 설계되고 시행돼야 한다. 양성평등 문제는 가족 ‘돌봄’의 문제에서나 ‘다양화’의 문제 모두에서 중요하다. 특히, 출산율 감소, 이혼율 증가, 가족 내 돌봄의 공백과 같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족변화의 대표적 지표들이 그 사회적 결과라는 측면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역할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가족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가족정책은 사회적 ‘젠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

여기서 양성평등계약은 단순히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모성과 고용 역할의 조화, 부성과 고용 역할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가족의 고용기회를 강화하고 가족빈곤 및 사회적 배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는 여성생애의 남성화, 남성생애의 여성화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젠더를 중심에 둔 가족정책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데 방해되는 요인과 조건을 제거하는 여성의 시장화이고, 다른 하나는 양육 및 돌봄노동에 남성 참여를 사회적으로 제도화하는 남성의 가족화이다(김인숙, 2010). 현재 정부의 가족정책에는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어떤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에스핑‐안데르센은 복지국가의 변화와 전망을 진단하면서 가족이 복지국가 재편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정책은 가족에게 대인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족친화적인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국한된 협의적 의미가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핵심 전략이라는 광의적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 가족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가족 변화의 현주소인 ‘돌봄’, ‘다양화’, ‘빈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복지국가 형성을 위한 전략적 핵심으로 놓고 현 정권의 가족정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인숙(2005), “여성가족부 신설과 가족복지의 관점 및 방향”, 가족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______(2010), “여성부 확대 개편과 가족정책의 과제”, 가족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김혜경(2008), “신자유주의와 다양한 가족”, 한국사회, 9(2).
시사IN, 190호. 2011년 5월 7일.
여성가족부(2011), 업무추진계획.
윤홍식(2004), “가족의 변화와 건강가정기본법의 대응: 한국가족정책의 원칙과 방향정립을 위한 고찰”, 한국가족복지학 제14호.
정재훈(2008), “한국 가족정책의 전환기와 과제”, 한국사회정책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5월호(제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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