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7-18   1883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153호, 2011년 7월 발행

주은선│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떠내려가는 다리, 흉하게 패이는 강둑. 이 가운데에서도 4대강 사업의 실패보다는 새로운 공사거리를 꿈꾸는 지배세력의 불굴의 의지(?). 이는 장마철 뉴스에 나오는 한국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유해 볼 수 있는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의 논리는 사람들의 삶을 표류시킨다. 빗줄기마냥 점점 거세지는 자본의 압박 속에서 넉넉한 일과 사랑의 일상은 허락되지 않고, 사람들은 비정규적인 삶 속에서 경쟁적인 마인드를 갖기를 요구받는다. 일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문화에서, 가정의 삶에서도. 삶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살아남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한국사회 삶의 기반은 마치 장마철에 토양이 유실되듯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의 모습이 바뀌듯 사람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양극화는 주어진 조건이며 추락하지 않으려면 꾸준히 자신을 관리하고, 경쟁하고, 승리하라는 메시지 속에서 사람들은 부단히 노력한다. 살아남기 위해. 우울해도 긍정하며, 실패해도 긍정하며 말이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게임의 룰이 더 이상 계층이동이 활발했던 그 시절의 것과는 매우 다름에도 우리는 공정함을 강박적으로 추구한다. 왜? 공정하다고 생각하도록 강요받는 룰에 우리 자신이 복종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명분이 이번 장마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집권세력은 가짜 녹색의 비전을 버리지 않고 사회의 부를 계속 토건으로 쏟아부으며, 국토를 바꿔내고 있다. 이는 마치 집권세력이 표방해 온 신자유주의 노선이 악화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켜낼 수 없음이 입증되었음에도 여전히 이를 견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호 심층원고들은 한국사회에서의 다른 비전을 찾기 위한, 새로운 정치에 관한 것이다. 한국사회라는 강에서 포크레인과 굴착기를 몰아내고 자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경쟁지상주의와 발전주의의 망령을 몰아내고, 새로운 한국사회의 비전을 내놓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복지정치는 이를 실현하는 길에 관한 것이다. 특히 노동계급과 여성이란 주체를 중심으로 복지정치 문제를 다룬 심층원고들은 이에 관한 깊은 고민들을 담고 있다. 특히 가장 취약한 주체들에 관한 희망의 싹을 찾고자 하는 원고들이다. 그러나 두 원고는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사실 통합이냐 연대냐 하는 점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또한 사회적 부를 전방위적으로 토건에 쏟아붓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방선거 후 1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부문 평가에 관한 글로부터 나왔다. 문화 복지의 외피를 뒤집어 쓴 사업 중 상당수가 시설건립 정비 등 토건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안을 찾고 이를 현실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길고 꾸준한 저항의 과정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꾸준한 저항의 성공사례로 이번 호에 반갑게 소개되는 것이 삼성 백혈병 사건에 대한 최근의 전향적 판결이다. 이것이 하나의 판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고에서 추구하는 바와 같이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계의 꾸준한 저항이 필요하다. 거센 빗줄기와 바람, 유실되는 토양, 심화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모순 가운데  정신을 똑바로 차릴 일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7월호(제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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