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12-11   2563

[동서남북] 청년들의 노동권과 사회권 보장을 위해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다고 소리 질러야 청춘이다

황희남 | 청년유니온 조합원

청년유니온의 시작

2010년 3월 13일. 약 반년 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청년유니온이 창립식을 가졌다.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5명의 선후배,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청년유니온은 창립 당시 조합원 30여명에서, 2011년이 끝나가는 지금 300명이 넘는 조합원을 가진 단체가 되었다.

청년유니온은 이름에도 드러나듯, 노동조합을 지향한다. 이 ‘지향’이란 표현에 대해 설명하자면, 청년유니온은 아직 정식 노동조합이 아니다. 4차례에 걸친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모두 반려 당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측 주장에 따르면 구성원 중 구직자가 많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청년유니온은 노동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구직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노동부는 ‘(그것은)사법부의 판단일 뿐, 행정부의 판단은 다르다’며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해버렸다(사법부는 절차상의 이유로 노동조합설립반려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청년유니온의 패소판결을 내렸다). 신고제로 운영되어야 할 노동조합설립 절차가 노동부의 입맛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나는 사건이다.

이에 조합원 54명이 총 27개의 청년유니온을, 2명이 한 팀을 이루어 ‘청년유니온 2인 노조 설립신고’ 퍼포먼스를 벌였으나, 예상대로 구직자가 포함되었단 이유로 27개 모두 반려처분 당했다(현재 서울 1개 팀이 대표로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 중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와 면담에서 ‘왜 이렇게 악착같이 노조설립을 하려하느냐. 그냥 시민단체나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면 훨씬 수월할 것 아니냐’란 말을 들었다. 종종 듣는 이야기다. 청년유니온이 왜 그렇게 노조를 설립하려는가에 대한 답은, 그러한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그 질문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청년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보장 받기 위해 노조를 설립한다는데, 무슨 뜻이 더 필요한가. 청년유니온에게 노조설립을 왜 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청년유니온의 활동

청년유니온은 2011년 7월 20일부터 2011년 8월 초까지 커피전문점 주요 브랜드 7개 업체 251개 매장을 상대로 주휴수당 지급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방법은 각종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커피전문점 구인구직 광고를 기초로, 청년유니온 내 ‘원미고(원두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모임에 속한 10여 명의 회원들이 직접 전화를 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82.1% 매장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체불임금은 약 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 55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휴일은 유급휴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유급휴일이란 임금 지급이 보장되는 휴일, 즉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더라도 통상적인 근로를 한 것처럼 임금이 보장되는 날을 말한다. 이렇게 보장되는 임금을 일반적으로 주휴수당이라 한다.

2010년 9월 6일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후 다수 언론에 보도됐고, 7일엔 3개월 간 카페베네에서 일한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이 임금체불 건으로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를 고발했다. 카페베네는 재빨리 청년유니온 측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8일 카페베네 본사에서 카페베네 측을 만나 청년유니온 최초로 교섭을 진행했다. 카페베네는 그 자리에서 본사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9월내로 모두 정산하여 지급하고, 퇴직자의 경우도 기존에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합의했다. 노동부는 8일 수도권 및 전국 5대 광역시에 있는 7대 커피전문점 매장 125곳의 근로 실태를 23일까지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10월 5일엔 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 후 카피빈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 10명이 커피빈 박상배 대표이사를 임금체불 건으로 고발했다. 이에 커피빈은 10월 10일 3000여명에게 약 5억 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 할 수만은 없었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스타벅스는 주 15시간 이상 일을 할 경우 주휴수당이 발생하는 사실을 알고 아르바이트생과의 계약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맺고 ‘합법적’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커피빈은 주휴수당을 지급한 후 스타벅스의 사례와 유사하게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미만 근무형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법적으로 보장된 임금을 어떻게든 안 주려는 노력이 가상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황당한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해 6월 전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4월부터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대전, 전주 등등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 427개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중 아르바이트생들의 66%가 2010년 기준 최저임금인 4110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80%이상의 편의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그 권리를 거부할 수도 없는 의무사항이다. 지켜지지 않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이렇게 많은 편의점에서 당연하다는 듯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쓴맛을 느꼈다. 노동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둥 이 핑계 저 핑계로 최저임금위반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설령 최저임금위반 사업장을 적발한다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청년유니온의 활동을 보고 간혹 ‘떼쓰지 말고 그 시간에 취업준비나 해라’라고 좋게 타이르시는 분들이 있다. 전 박재완 노동부 장관과 일부 언론은 청년유니온을 ‘백수노조’라 불렀고, 지금도 그리 부르는 이들이 있는데 아마 같은 인식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의 구성원 다수는 일을 한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만 비정규직, 임시계약직,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종, 다양한 고용형태에 놓여 있을 뿐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피 말리는 경쟁의 선봉에 서지 않았단 이유로, 소위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게으름을 부리는 청년들이 아니며 사회의 낙오자도 아니다.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주휴수당을 요구하는 것이 ‘과장된 액션’인가? 청년유니온은 대단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지켜야 할 것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청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 구성원들은 활동을 하며 이런 생각을 공유한다. 지금 청년유니온이 하려는 일은 정부나, 지자체,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청년유니온이 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사항들에 대해 이 사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들(정부의 ’60+20 해외석탄사업단’ 프로젝트를 찾아보길 권한다).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불안정노동에 노출되고, 잦은 이직에 안정된 생활을 만들 수 없다. 다른 국가와의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자살률은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다. ‘삼포세대’는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건 모두 현실이다. 배고픈 적이 없어서, 철이 없어서, 고생을 안 해봐서 ‘징징’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유령’이라고 까지 불리는 한국사회의 청년들은 스스로 권리를 쟁탈하기 위해서 청년유니온에 하나 둘 모여든 것이다. 

2011년 초,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화가 났고, 악착 같이 달려들어 노동부와 피자업체들을 움직였다. 3대 피자업체는 30분 배달제를 폐지할 것이며, ‘추후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사과를 했다. 이처럼 화나고, 억울한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청년들은 앞으로 자가주택을 갖기가 어렵다, 자가주택은 고사하고 열악한 원룸, 고시원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청년주거권 확보를 위한 연구 및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은 불안정노동과 잦은 이직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은 형편없다. 실업급여 수급요건 완화 및 급여일수 연장,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 지급, 구직촉진수당 도입, 실업급여 대상을 확대 등 고용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대안적 사회안전망으로 2012년 중에는 시범적으로 ‘청년연대은행’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연대은행은 ‘함께 일하는 재단’과 준비 중인 사업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청년들에게 다양한 자금을 대출 또는 저축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서 생활과 경제상황 개선을 위한 다양한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1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의 소액을 긴급한 경제상황에 있는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희망플러스 통장처럼 소액저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다양하고 많은 활동들을 해왔고, 해나갈 예정이다(청년유니온은 스스로 ‘욕심쟁이’라고 부른다). 청년유니온이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지만, 최대한 많은 일을 하려 한다. 부작용이라면, 신생단체이고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이 모인 단체이다 보니 재정이 열악하다. 결국, 상근자와 일을 도와주고 있는 조합원들의 강도 높은(!) 노동력 착취가 발생한다. 가끔 이런 얘기를 나누며 낄낄댄다. 뭔 노동조합이 이러느냐고.

청년유니온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청년들이 와서 아우성치고 발버둥치는 공간, ‘광장’이라면 ‘광장’과도 같은 공간, 사회적 울분과 분노를 배설하는 공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내 옆에 나와 같은 청년이 존재함을 느끼고 위로 받는 공간. 청년유니온이 줄 수 있는 돈은 없지만, ‘돈’ 말고도 줄 수 있는 게 좀 있는 것 같다(그래도 그건 아니란 생각이 드는 분들은 지금 당장 청년유니온 조합원 및 후원회원에 가입해주시면 매우 환영합니다 ^^).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가 느껴진단 소린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런 논할 가치도 없고,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사양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춘은 아프다. 아프기 때문에 위로 받아야 하는 그런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왜 아픈지 소리칠 것이다. 아픔을 고쳐 주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고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 청년들을, 청년유니온을 응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12월호(제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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