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2-15   1071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160호, 2012년 2월 발행

김원섭|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철학과 노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주요 정치세력들이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복지에 대해 고민하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들, 그리고 복지국가 비전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가와 정당이 자기 역할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을 하는구나 싶어 감동할 지경이다. 그러나 넘쳐나는 비전들과 정책들 속에서 정치적 조급함과 그로부터 비롯된 정책 충돌을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요구에 대응하는 이러저러한 정책들을 내놓았으니 입을 다물고 표를 내놓으라’는 메시지까지 전달받는다. ‘닥치고, 복지’에 대한 우려는 최근 정부가 쏟아낸 보육지원 정책들을 보고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보육지원책들은 아동 돌봄에 대한 사회와 개인의 책임, 권리에 대한 철학과, 그에 상응하는 복지국가 비전을 모색하는 속에서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현금지원 위주의, 특정 연령대를 제외한 이번 정책은 매우 불균형적이며 가치충돌적이다. 돌봄의 질,  돌봄 책임의 성별화, 계층화된 돌봄 문제를 조망하면서 이에 대한 일관된 철학 속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보육지원 정책들은 ‘젊은 여성’들의 보수정치에 대한 이반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이 신속하게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집 원고들은 돌봄의 철학과 복지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고, 최근 쏟아져 나오는 보육지원책들을 큰 틀에서 평가하는 데 좋은 준거를 제공한다. ‘돌봄노동’과 복지국가에 관한 여러 글들이 돌봄과 돌봄 노동의 의미, 그리고 돌봄 문제에 대응하여 다양하게 사회를 구성해 온 여러 복지국가 경로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돌봄에 대해 사회의 책임과 의무, 돌봄에 관한 시민과 여성의 권리, 진보적 돌봄정책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또한 한국사회 현실에 천착하여 답을 찾는다는 점에서, ‘지역아동센터’ 현장 소개 원고도 일관된 맥락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을 둔 보육 기관이 고사 위기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이 글은 관료적, 통제적 국가와 시장 중심적인 돌봄 공급체계가 합쳐졌을 때 발생하는 난맥상을 보여준다. 그저 국가가 현금지원만 늘린다고 돌봄과 돌봄노동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 현장의 현실은 아직 참담하다. 이럴수록 명확한 대안 노선이 필요하다. 복지 지출 팽창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나는 절충이나 오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의 철학과 노선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복지국가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적어도 돌봄에 대해서는 돌봄을 받고 제공할 권리, 노동 등 제반 사회 활동에 참여할 권리,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와 책임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치와 노선에 관한 사고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FTA와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 역시 읽어볼 만하다. 

 

또한 민주주의는 복지국가 건설 과정에서도 관철되어야 한다. 지배 엘리트와 전문가의 논의 독점을 벗어날 때 복지정책에 현장성과 강력한 추동력이 생긴다. 이런 이유에서 아래로부터의 정책 참여는 복지정책 및 복지국가에 대한 설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적어도 ‘나는 꼼수다’는 시민에게 스스로 듣고, 판단하고, 실천할 것을 권유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복지를 넘어서서 시민이 현장으로부터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복지국가 노선을 고민하고 강력한 대안으로서 복지국가를 만들어나갈 때이다. 진보의 열망은 장밋빛 기대가 아니라 현실의 고통을 타개하고자 할 때 더욱 강력하고 철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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