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5-15   1989

[심층분석2] 장애인성폭력관련법 및 정책의 변화와 비판적 검토

장애인성폭력관련법 및 정책의 변화와 비판적 검토
영화『도가니』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배복주
 | 장애여성공감 대표


영화 <도가니>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이 운영하는 광주 인화학교(청각장애인 특수학교)와 인화원(청각장애인생활시설)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는 엄청난 흥행기록을 보이며 사회적 공감대와 분노를 일으켰다. 사건 전면재수사 및 성폭력 관련법 개정요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요구 등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해결방안 및 대책 강구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촉발되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사회와 분리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발생되는 인권유린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부모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장애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시설에서 자신을 유일하게 돌봐주는 시설종사자 및 교사, 관리자들에게 인권유린을 당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되고 적응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경험한 폭력이나 차별에 대해 소통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장애인생활시설의 구조와 생활인이 놓인 상황은 성폭력이나 성적착취, 성적 괴롭힘 등이 손쉽게 일어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한다. 실제 성폭력 문제는 영화 <도가니>가 개봉되어 상영되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 이슈화된 적이 많았고 그 심각성에 대해 관련 단체가 정부기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영화 <도가니>로 인해 법무부를 비롯한 6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난해 10월 7일자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표된 정부 종합대책의 주요골자 중 장애인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두 가지 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그 중 하나는, 가해자 가중처벌 조항 신설 및 1회 범죄자에 대해서도 전자발찌 부착명령,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 폐지, 장애인피해자 유사성교행위에 대한 강간죄의 법정형 상향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애인대상 성범죄가 처벌강화에 관한 내용이며, 또 하나는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방지, 피해자 상담․치료․보호 기능강화 및 전문기관 확충을 추친하는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장애인 성폭력 상담과 지원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그간에 지속적으로 제안했던 내용이며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상담을 하는 현장에서 피해자는 반복되는 진술, 형사절차 과정의 까다로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 법적절차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또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하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상담이나 치료, 교육,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피해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장애인 성폭력 상담과 지원활동하는 단체에서는 피해자의 초기진술 확보에 주력하여 검찰이나 법원에 피해자가 소환되어 반복 진술하거나 증언하지 않도록 조력해왔다. 특히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 형사 법적절차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 당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에 필요한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대책마련의 시급성을 요구해 왔다. 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한 피해자 지원체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마련과 그 일환으로 장애인성폭력전문상담소 및 보호시설(쉼터)을 확충하여 피해자가 상담 지원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보호시설(쉼터) 퇴소이후 피해자 지원체계가 없어 피해 현장으로 되돌아가 또다시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성폭력피해 장애인에 대한 장기 생활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함을 요구해 왔다. 정부 대책발표 내용이 그간에 관련 단체에서 요구해 온 내용과 큰 차이가 없더라도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정책으로 이어간다면 피해자의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해 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정부대책 발표에 이어 지난해 10월 28일, 국회에서 일명 ‘도가니법’이라 지칭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에 관한 조항을 세분화하고 가해자 처벌형량을 강화하였으며, 장애인 및 만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일부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한 것이다. 
특히 개정 내용 중 무엇보다 그간 장애인 성폭력사건의 핵심적 논쟁이었던 ‘항거불능’ 문구가 삭제되었다.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하여 간음이나 추행을 시도하려 할 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고 저항했으나 강제로 간음하거나 추행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피해자가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인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성폭력 당시의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 등의 행위수단을 요건으로 하지 않거나 완화한 해석으로 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는 예외적 조항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인 상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장애인의 다양한 특성 뿐 아니라 장애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던 측면 등이 ‘항거불능’ 성립 요건에 포함되어야 함에도 법정은 이러한 요소들을 배제하고 단순히 피해자의 ‘장애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집중하여 매우 좁게 해석해 왔던 것이다. 이를테면 피해자가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갈수 있다’ ‘임신이나 피임 등에 관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천원권과 오천원권을 구분할 수 있다’ ‘이전에 성경험이 있기 때문에 성관계의 의미를 알고 있다’ 등의 이유로 그 장애인 피해자가 성폭력 당시에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장애인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부합되는 가해자의 폭행, 협박여부와 피해자의 저항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성폭력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하지 않고 가벼운 유인이나 설득, 꼬임, 회유 등으로 피해자를 성폭력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을 입증하지 못해 성폭력이 아닌 화간으로 판단하여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이것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형법상 강간죄의 범죄 행위수단을 해석함에 있어 피해자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매우 좁은 범위의 폭행․협박, 위계․위력을 요구하고, 그것이 장애인성범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결국 (행위수단으로써) 폭행이나 협박이든,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든 이 모든 것은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입증할 것을 요하며, 그것도 매우 좁은 범위에만 한정된다. 장애인의 경우 폭행․협박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의 중증장애’ 상태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형법상 강간죄 ‘최협의 폭행․협박설’의 완화가 시급하고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건지원을 하며 ‘항거불능’ 상태를 해석함에 있어 피해 장애여성의 장애는 물론, 피․가해자의 관계적 측면, 피해자가 사회․심리적으로 놓인 상황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항거불능’ 상태를 폭넓게 해석할 것을 끊임없이 수사 및 재판부에 요구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처럼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항거불능’조항은 삭제되었지만 개정안 제4항에서 형법299조 준강간 및 강제추행 조항을 도입한 것은, ‘항거불능’ 요건을 완전히 삭제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립요건을 완화시켰다고는 더더욱 볼 수도 없는, 혼란만을 가중시킨다. 형법299조는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의 ‘항거불능’은 ‘심신상실에 준하는 상태’로 해석된다. 여기에 개정 내용 제4항의 대상은 장애인이므로 결국 피해자가 장애인이면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그간의 장애인준강간죄에 대한 법원의 좁고 엄격한 해석, 즉 피해 장애인이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의 중증장애’ 상태임을 요구하는 병폐를 더 확고하게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다소 의미 있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개정 이전의 장애인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닌 심신이 미약한 정도일 경우에는 형법302조의 심신미약자 간음죄를 적용하여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보다 약한) 위계․위력를 이용하여 장애인을 성폭력 한 경우 처벌을 하도록 되어있었다. 하지만 형법 302조는 친고죄에 해당되며 형량이 5년이하의 형으로 처하도록 되어 있어 가해자 처벌이 용이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번 개정안 제5항은 위계․위력을 이용하여 장애인을 성폭력 한 가해자는 형량이 5년 이상으로 상향 조정됨은 물론 비친고죄로 전환하였다. 이는 사실상 이번 개정안 내용 중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조항으로 보여진다. 실제 장애인 성폭력사건에서 폭행․협박을 이용하여 가해를 하는 경우보다 위계․위력을 이용한 사건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위계나 위력의 해석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통상 성폭력 사건에서 위계는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되고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의 속임수가 성폭력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해야 하는데, 지적장애인대상 성폭력사건의 경우에는 그 장애의 특성상 속임수에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위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또 위력의 경우에도 유․무형의 위력의 상황을 살펴 가해자와의 관계성에서 무형의 위력부분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쳐야 할 것이다. 

또한, 개정안 각 조항은 모두 가중처벌로 구성되었으며,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는데 더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처벌 강화’가 범죄의 발생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만, 급등한 형량은 처벌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범죄구성요건에 대한 더욱 엄격한 해석으로 귀결된다. 때문에, 본 개정 내용은 법의 강력한 처벌 아니면 전면 무죄라는 극단적 양극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의 법정형 상향을 통해 장애인대상 성폭력을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이러한 ‘겁주기’식 예방에 우선하여 장애인대상 성폭력 범죄의 근본적인 문제 즉 장애인의 인권강화를 위한 시민의식 변화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대책 발표와 국회의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통과는 부처별로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기도 하고 기존 제도의 정비에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으로는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에서 피해자의 지원체계 정비와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보호, 지원체계에 대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존 정책으로는 전국의 19곳의 장애인성폭력전문담소 운영지원, 3곳의 장애인성폭력피해자 쉼터 운영지원, 해바라기아동센터 및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에서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의료 및 법률․수사지원, 원스탑지원센터 내 진술참여전문인력 지원, 범죄피해자지원기금 내 장애인 피해자를 비롯해 성폭력 피해자 치료비 지원 및 회복치유프로그램 예산지원 등이다. 이번 <도가니>사건으로 인해 여성가족부는 정부대책발표에서 밝히듯이 해바라기센터와 원스탑지원센터에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장애인피해자 보호시설을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또 장애인피해자 보호시설 입소기간연장 등의 내용으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한 상태이다. 하지만 기존 정책이나 관련 대책을 살펴볼 때 대부분 아동과 (지적)장애인을 통합하여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은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운영지원과 장애인성폭력피해자 쉼터 운영지원 외에는 특화된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상담소와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여 장애인 성폭력피해자가 제대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폭력 범죄의 특성과 장애인 피해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볼 때 거점중심의 거대센터 운영방식보다 지역사회에서 밀착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할 수 있는 상담소나 보호시설을 늘려나가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폭력특례법을 근거로 장애인 피해자의 수사․재판상 지원정책은 피해자 진술녹화제도, 피해자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 성폭력 사건 수사전담부 및 재판전담부 등이 있다. 피해자 진술녹화제도는 실제 피해자의 반복진술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진술녹화CD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실효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신뢰관계인 동석제도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통한 진술의 일관성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이지만 신뢰관계인의 범위와 역할에서 한계점을 갖고 있다. 신뢰관계인은 단지 동석만 가능하며 어떤 개입이나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 전담부는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재판을 할 때, 교육을 통해 전담수사관이나 전담재판부가 담당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담제부서 또한 피해자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피해자는 또다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애인 피해자에게 실효성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선 관련 교육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권의식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장애인 피해자 법률조력인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지난해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현재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피해자 법률조력인은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고, 피해자 조사 시 출석권, 증거보전절차 청구 및 참여권, 증거물 열람등사권(피해자와 법정대리인도 가능), 피해자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 대리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법률조력인 등 피해자의 사법절차상 권리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이제껏 간과되어온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등 그 취지는 의미 있다. 하지만 법률조력을 하는 변호사가 장애인 피해자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법적 이익을 대변하는 데 단지 몇 시간의 교육을 이수한다고 해서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장애인 피해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피해자의 장애특성이나 가해자와의 관계성, 피해자가 놓인 사회적인 조건이나 처지 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법률조력을 하는 변호사 그룹이 상당한 현장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실제적으로 장애인 피해자 입장에서 법률적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5월호(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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