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5-15   2285

[동향1] 한미FTA, 국민건강에 대한 재앙

한미FTA, 국민건강에 대한 재앙
 – 한미FTA가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
 
  우석균 |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건강과 대안 부대표 
 
지금 시점에서 현재 한국의 사회운동의 최대과제가 되고 있는 문제는 아마도 KTX 민영화, 언론파업, 영리병원, 그리고 미국에서 4번째 발견된 광우병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 중 한미FTA와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문제가 언론파업을 제외한 3가지다. 올해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이미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는 당장 한국의 경제자유구역내에 허용된 영리병원을 영구화하는 문제에서 보이듯이 한국의 보건의료, 한국 국민의 건강에 대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약값과 의료기기의 가격을 인상시키고, 영리병원 허용을 영구화하며, 민영의료보험 규제를 어렵게 한다. 이 세가지만으로도 한국의 건강보험체계를 위협하는 협정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뿐이 아니다. 금연정책을 위협하고 유해물질 규제를 어렵게 하며 자동차 배기가스문제나 검역강화를 힘들게 한다. 국민건강에 대한 재앙이라 부를 만한 협정이다.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의 영구화
 
이번 복지동향 5월호에서 다른 꼭지로 영리병원 문제를 다룰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간략히 다루도록 하겠다. 미국과의 FTA는 서비스부문의 경우 유보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은 서비스 모두를 개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협정이다. (네가티브리스트 방식 개방). 이러한 유보목록도 현재유보와 미래유보 (각각 부속서 1과 부속서 2에 적혀있다. 금융서비스는 부속서 3의 1절과 2절)로 나뉘어진다. 이 때 부속서 1에 들어가 있으면 역진방지(ratchet)가 적용된다. 
  
한미FTA는 부속서 2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넣어놓았다. 정부가 보건의료서비스는 예외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런데 부속서 2 보건의료서비스분야에는 다시 단서조항을 달아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에서 지정한 영리병원 허용과 원격서비스를 예외로 해놓았다. 즉 개방보류라는 ‘예외의 예외’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는 영리병원허용을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가 인천, 대구, 부산 등 광역자치시 3개를 포함한 전국의 6개지역 18개 도시에 걸쳐있고, 이번 총선 직후 4월 17일 통과된 영리병원 시행령과 현재입법예고중인 시행규칙은 이 영리병원을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이는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진다. 또 외국병원에 대한 차별적 우대라고 국내병원들이 전면적 영리병원 허용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미 병원협회가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여러 연구에서 드러나듯이 비영리병원과 비교하여 의료비가 약 20% 높고, 고용이 적고 비정규직 중심이며, 의료의 서비스질도 떨어진다. 한미FTA 발효직후, 영리병원 시행령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한미FTA와 공공서비스 민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약값 및 의료기기 가격의 인상
 
약가인상 문제는 한미FTA 협정내용 중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여러 번 강조된 바 있다. 약값은 건강보험재정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작은 문제가 아니다. 약값을 올리는 한미FTA 제도는 허가와 특허를 연계시키는 제도, 모든 특허의약품의 혁신성 인정과 가격인상, 독립적검토기구의 구성 등이 포함된다. 
 
허가-특허 연계제도(approval-patent linkage)
지금까지는 약의 시판을 승인할 때 약의 효용성이나 안전성만이 심사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특허권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예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약의 시판이 일정기간동안 자동정지된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아이폰과 갤럭시탭의 경우 특허소송이 진행되어도 그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전까지는 시판이 중지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의약품에만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즉시 시판이 중지되는 것이 이 제도의 특징이다. 이는 미국의 1984년의 법률을 다른나라에 강제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이 허가-특허연계제도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제도 때문에 값싼 제네릭이 출시되는 것이 자동정지기간 만큼 늦어지게 되고 이 기간동안 국민들은 비싼 특허약품밖에 구입할 수 밖에 없게된다. 자동정기기간에 대해 한국정부는 아무런 제도를 갖추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9-12개월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24개월 미국은 30개월이다. 
 
모든 특허의약품의 혁신성 인정과 ‘적절한’ 가격 인정  
한미FTA 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는 제약회사에 대한 특혜 조항으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혁신에의 접근이라는 5.2조에는 ‘특허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가치를…적절히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얼핏 보아서는 아무것도 아닌 조항으로 보이지만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약품제도가 미-호주 FTA 비준 3년후 큰 변화를 겪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기존의 약품과 비교하여 효용이 뛰어나지 않으면 가격을 동일하게 주는 <경제성 평가>에 기초하여 약가를 결정했는데, FTA도입으로 ‘혁신성’이 인정되면 그러한 비교없이 가격인상을 허용하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의료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의 변화를 일컬어 ‘공공의약품제도(PBS)의 붕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한국은 호주보다 더 악화된 협정문을 채택하여 혁신성과 특허의약품의 관계를 명시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모든 특허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해 가격을 인상시켜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독립적 검토기구(independent review body) 설치 등 ‘투명성’ 조항
독립적이라는 것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것을 뜻한다. 정부의 공무원이나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검토기구(재심기구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하지만)의 관여범위는 현재 정부가 결정하는 내용 전반에 걸쳐있다. 즉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보험적용여부 및 범위, 가격결정과 관련한 모든 것이다. 정부는 원심번복기능은 없다고 말하지만 USTR은 원심번복기능까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약값을 결정한 후 다시 이 내용을 심사하는 별도의 기구 설립은 약값과 의료기기의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상식적 판단이다. 이 기구설치이외의 여러 투명성 조항들도 정부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결정에 대해 제약회사의 간섭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의료기기(medical device)의 FTA 협정 포함
한미 FTA는 전세계에서 의료기기가 포함된 최초의 FTA다. 의료기기는 진단용 CT나 엠알아이 등의 장비뿐만 아니라 인공관절 등의 치료용 의료기기까지 포괄한다. 의료기기는 가장 빠르게 그 비용이 증가하는 분야다. 건강보험재정은 3가지 즉 진료비, 약값, 의료기기관련 비용으로 지출되는데 의료기기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진료비 이외의 나머지 모든 비용이 한미 FTA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민영의료보험 규제의 어려움
 
한미FTA와 의료제도와의 관계는 단지 의약품 및 의료기기, 또는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협정문에만 관련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무관한 듯이 보이는 ‘투자’ 또는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겅적 서비스와 의료문제를 규정한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가 그렇다. 13장 금융서비스에서는 금융상품 즉 보험상품을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민영의료보험도 포함된다. 
 
금융서비스 장에서는 미국에서 허용된 보험상품은 한국에서는 이른바 ‘건전성 사유’외에는 모두 허가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모든 보험상품을 허가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한국은 민영의료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조치가 부실해서 이에 대한 강화를 현 정부도 인정할 만큼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조치는 규제가 되어 어려워진다. 더욱이 전국민건강보험이 있는 한국은 민영의료보험중심의 미국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미국처럼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는 민영의료보험을 허용해야 한다면 이는 건강보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직 민영의료보험을 보건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예외라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산재보험등의 보장성 강화는 문제가 없을까?
 
한미FTA는 법정사회보장제도나 공적 연금제도는 한미FTA의 예외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규정에도 단서조항을 달아놓았는데 정부와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공급하는 서비스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산재보험제도는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미FTA 적용대상이 아닐까? 필자의 견해가 아닌 보험회사들의 해석을 보자. 
 
한국의 보험회사들의 연구기관인 보험연구원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과 경쟁하는 영역에서 상품을 팔고 있으면 민영의료보험이나 민영연금보험은 한미FTA 적용대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민영의료보험상품의 시장을 침해하면 이것이 한미FTA 위반이 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민영의료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자신의 상품시장이 좁아지는 것이고 이는 자신의 투자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FTA 위반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정부는 보건의료서비스는 예외라고 한다, 그러나 그 예외를 규정하는 관련의무에는 그림2에서 보듯이 5개 의무만 규정되어있을 뿐 <최소기준대우>와 <수용 및 보상> 의무는 빠져있다. 즉 보건의료서비스가 예외라 하더라도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의 의무는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미래유보 사항이 다 마찬가지다.) 문제는 투자자국가중재제도(ISD)의 80%가 이 최소기준대우 즉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조차도 한미FTA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고 ISD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ISD 회부나 그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한국정부의 권한 바깥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는 문제다. 중재회부는 미국의 기업이 결정할 문제고, 그 결정은 국제중재기구에서 내려진다. 한미FTA는 이처럼 1개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1국의 정부와 동일한 권력을 주는 협정이다. FTA나 ISD가 ‘투자자의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금연정책이나 유해물질 규제는 가능한가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담배곽에 상품명만 적도록 하는 플레인패키지(민담배포장 정책, plain packiging) 정책을 시행하자 필립모리스사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상품권 침해 등을 이유로 ISD 에 회부했다. 이러한 예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캐나다 정부와 우루과이 정부가 금연정책을 시행하려하자 담배회사들이 각국 정부를 ISD 중재에 회부하겠다고 위협하여 금연정책도입이 취소되었던 사례가 있다. 실제로 FTA 위반이 아니더라도 FTA 위반가능성 때문에 건강이나 환경정책의 위축효과(이른바 chilling effect)가 더 문제일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멕시코 지자체정부의 유해폐기물 규제를 무력화시킨 메탈클래드(Metalclad) 사의 ISD 사례나 캐나다의 망간함유 휘발유첨가제 규재를 무력화시킨 에틸(Ethyl)사의 사례는 이러한 유해물질 규제의 어려움이 단지 금연정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또한 배기가스 규제문제도 있다. 한미FTA는 대형자동차에 누진적으로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는 대형자동차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서 배기가스를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이 무력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대형자동차를 통해 이익을 보는 미국의 자동차회사만이 아니다. 한미 양국의 자동차 회사이고 또 대형자동차의 가격이 싸져서 이익을 보는 소비자도 극히 일부의 부유층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크게볼 수 밖에없는 양국의 평범한 국민들이다. 다른 모든 사안과 마찬가지로 한미FTA가 1%의 기업과 부유층에게는 이득이지만 99%에게는 재앙이라는 점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FTA 선결조건
 
최근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의 4번째 광우병 발견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한미FTA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은 한미FTA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 캠프데이비드 방문과 맞바꾸어 한미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개방하는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했다. 만일 2008년 촛불시위가 없었다면 현재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아무런 제한 없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촛불시위를 ‘촛불난동’이라 부르던 조중동등 보수언론과, 촛불시위 참가자들에게 반성하라고 일갈하던 이명박 정부가, 현재 촛불시위의 성과인 30개월 미만 수입조건이라는 점을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안전성 주장의 거의 유일한 근거로 내세우면서, 수입중단을 하지 않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론에 대신하여  
 
한미FTA는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협정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민들의 보험료와 세금으로 제약회사와 병원에 가능한 적은 돈을 주면서 효과는 크게 운영해야 하는 제도다. 또 현재 55~60%정도에 머물러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민영보험을 규제해야만 한다. 즉 제약, 병원, 민영보험 자본을 규제해야만 건강보험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약값을 올리고, 영리병원허용을 영구화하며 민영의료보험규제를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한미 FTA다. 한미FTA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금연정책이나 유해물질 규제까지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한미FTA는 국민건강에 대한 재앙이다. 
  
그러나 한미FTA 비준이 끝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담배회사의 ISD 위협에도 금연정책을 시행을 강행했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어 이를 바탕으로 모든 무역협정에서 ISD를 제외하는 재협상을 추진중이다. 한미FTA 비준이 한미 FTA 저지운동의 끝이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5월호(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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