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등의 복지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과 현재의 쟁점
정원오 |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는 말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1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법은 2012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홈리스를 위한 독립적인 법은 우리나라의 예외적인 현상은 아니다. 홈리스 문제가 오래전에 제기된 다수의 서구 국가들이 홈리스법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1977년에 주택법 안에 홈리스를 지원하는 관련 규정을 마련하여 주택(홈리스)법 체제를 통해 주거지원을 통한 홈리스대책을 제도화한 바가 있다. 사회적 배제가 사회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2000년대 이후에는 가장 극단적인 배제의 현상으로 홈리스 문제가 다루어 졌고, 거리 노숙의 문제(rough sleeper)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이루어졌다. 2002년의 홈리스 법(Homelessness Act 2002)제정은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었고, 홈리스의 문제는 단순히 주거지원 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었다. 2002년에 제정된 홈리스법은 직업훈련, 상담, 복지서비스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정원오 외, 2009).
비슷한 시기인 2002년에 일본도 “홈리스 자활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라는 명칭으로 법을 제정하였다. 당시 일본도 홈리스들이 급증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지만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홈리스들은 주요 지하철 역 부근과 공원, 하천 주변에 신문지, 종이상자, 비닐 천막 등으로 잠자리를 마련하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전국적으로 약 3만명 규모로 추산되었다(전홍규, 2004). 일본은 홈리스지원법을 마련한 후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하였고, 이후 거리노숙인의 규모를 약 40%정도 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도 홈리스 문제에 대한 대책의 출발은 홈리스지원법(McKinney-Vento Homeless Assistance Act)으로부터 이다. 1987년에 제정된 소위 맥킨니법은 옴니버스법으로서, 법제정 당시 15개의 새로운 연방재원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7개의 기존 프로그램을 홈리스 지원에 맞도록 개편, 확충하였다. 8개의 연방부처(기구)가 이 프로그램들에 관련되어 활동하며, 전체적인 감독기구로서 Interagency Council on the Homeless라는 독립된 연방조직이 만들어졌다(남기철, 2009).
홈리스를 지원하는 사회적 서비스와 정책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랑인 복지서비스와 노숙인 지원 대책이 오랜 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독립적인 법률이 마련되지 못하여, 정책의 정당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사회복지사업법에 관련 대상자가 사회복지사업의 대상이 된다는 정도의 법률적 근거만 존재하였다. 노숙인 혹은 부랑인 혹은 부적절한 주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목록과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의 종류 등이 법조문으로 구체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법제정은 미루어져 왔다. 이러한 오랜 과제를 풀어주리라 기대되는 법률이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이며, 작년 4월에 국회를 통과한 후, 올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6월에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법의 의미와 대두되고 있는 쟁점을 살펴본다.
법의 내용과 의의
노숙인복지법은 1장 총칙에서 6장 벌칙까지 28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총칙은 6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법안의 목적과 기본적인 개념규정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노숙인 등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2장은 노숙인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규정하고 있으며, 7조 종합계획의 수립, 8조 실행계획 수립, 9조 실태조사 등이 그 내용이다. 3장은 10조에서 14조까지 노숙인 등에 대한 서비스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4장은 노숙인 등 시설에 관련된 조항이며 15조에서부터 21조까지 7개 조항이다. 5장은 보칙이며 6장은 벌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 노숙인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고 재활 및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제1조).
나. “노숙인 등”이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자 또는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자 또는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함(제2조).
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 등을 예방하고, 노숙인 등의 권익을 보장하며, 보호와 재활 및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노숙인 등의 사회복귀 및 복지를 향상시키고, 노숙인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하여 관련 민간단체와 협력하여야 함(제3조).
라. 노숙인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절한 주거와 보호 등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스스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고, 응급상황 발생시 경찰 또는 노숙인 등 관련 업무 종사자의 응급조치에 응하여야 함(제4조)
마.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숙인 등의 보호 및 자립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5년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함(제7조).
바. 보건복지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는 매년 종합계획에 따라 노숙인 등 정책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함(제8조).
사.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숙인 등의 현황과 이들에 대한 공공 및 민간의 지원상황에 대하여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여야 함(제9조).
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 등에게 주거지원, 급식지원, 의료지원, 고용지원, 응급조치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제10조부터 제14조까지).
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 등의 자립과 사회복귀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노숙인시설을 설치․운영하거나 사회복지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에게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음(제15조).
차. 노숙인복지시설의 장은 입소자에게 재활 및 자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입소자의 건강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제18조).
카. 노숙인시설의 종사자는 노숙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하고, 노숙인 등을 유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됨(제20조 및 제21조).
이상과 같은 조항들로 구성된 노숙인복지법 제정의 사회정책적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복지권이 ‘노숙인 등’으로 통칭되는 집단에게도 보장되어야 함을 하위법에서 구체화하였다.
둘째, 노숙인 등에 대한 개념규정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하게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자’를 포함함으로써, 현재의 거리노숙인과 부랑인 중심의 대책에서 잠재적 홈리스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정책의 지평을 넓혔다.
셋째, 노숙인과 부랑인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정책대상 집단을 노숙인 등으로 일원화 하였고, 제공되어야 할 복지서비스와 시설을 체계화하고 통일하였다. 법률에 따르면 노숙인시설은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복지시설로 구분된다. 노숙인복지시설은 노숙인일시보호시설, 노숙인자활지원시설, 노숙인재활시설, 노숙인요양시설, 노숙인 급식시설 그리고 노숙인 진료시설로 체계화되었다.
넷째, 노숙인 등에 제공되어야 할 복지서비스 목록에 주거지원을 명문화하였다. 그동안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제공되었지만, 주거지원은 양적 측면에서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였다. 또한 주택정책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와 LH공사 등이 홈리스 대책에 적극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거지원이 명문화됨에 따라 관련 행정부서의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법적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노숙인 대책을 체계화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함에 따라, 관련 행정부 간의 협력, 더 나아가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체계화되고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민간기관 및 단체와 공공의 협력에 관한 사항은 법안의 제 3조 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하여 관련 민간단체와 협력하여야 한다.’로 명문화하였다.
이 외에도 노숙인 등을 지원하고 예방하기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실행계획과 실행결과를 평가하도록 하는 등 노숙인 정책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법제정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제정의 의미가 실효성을 지니게 하기 위해서 남겨진 과제가 더 많고, 또 법제정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법안에 담을 수 없는 많은 중요한 사항들이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되어 있다.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사항에는 첫째 주거지원의 기준·방법·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 둘째 고용지원에 필요한 사항, 셋째 응급상황과 필요한 조치의 내용에 대한 사항, 그리고 종합계획에 따른 지방정부의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및 추진실적의 평가 등에 필요한 사항 등이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된 사항들 또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다. 정책대상 여부를 판별하는 노숙인 등에 대한 정의에서 일부 추상적 표현에 대한 구체화 작업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되어 있다. 예컨대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급식시설 설치‧운영‧지원기준에 관한 사항, 진료시설 설치‧운영‧지원기준에 관한 사항, 노숙인 복지시설의 구체적인 사업내용 및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시설 입‧퇴소에 관한 사항, 시설의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등 매우 구체적인 복지서비스에 관한 대부분이 사항들이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도록 하였다.
법 시행과 현재의 쟁점
최근에 노숙인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민간단체와 협의하여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법 제정 정신의 중요한 일부이기도 한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실천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확정된 복지부 지침을 설명하는 장에서 논의 되지 않았던 일방적 내용이 발표되었다는 민간단체 실무자의 전언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두 가지 쟁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노숙인복지법의 중요한 정신인 협력의 문제이다. 협력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특히 노숙인복지법에서는 공공의 내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여러 부처 간의 협력이 그 내용인데, 노숙인에 대한 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차원에서는 부족하다. 주거정책, 고용정책, 복지정책이 상호 보완되어야 노숙인 대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은 외국의 사례에서 확인된 바이다. 그래서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통해 적절한 노숙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이러한 협력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 법제정의 중요한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려웠고, 또 한국에서도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마련하는 작업은 항상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간의 감시와 촉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둘째, 법률제정의 취지와 의미에 대한 행정부의 적극적인 해석의 문제이다. 사회법의 특징이기도 하고 또 한계이기도 한데, 법률 시행에서 실제적 내용은 행정부의 실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노숙인 복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노숙인을 지원하는 서비스내용은 행정부의 실천의지에 달려있다. 법률제정 취지와 의미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노숙인 복지서비스가 결정될 것이다. 법 내용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데에 정책적 의미가 있었고,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는 종류를 규정하는데 그치고 있다. 즉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소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던 노숙인 중앙종합지원센터 설치를, 확보된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소식은, 현 정부의 노숙인 서비스정책의 소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여진다. 노숙인복지법이 의미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관련 제도들이 적극적으로 연계되어져야 한다. 예컨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은 노숙인을 지원하는 대책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행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참고문헌
정원오 외, 2009, 『홈리스법 제정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부랑인복지연합회.
남기철, 2009, 『노숙인복지론』, 집문당.
전홍규, 2004, “일본의 홈리스 거주지원과 민간의 역할”, 『도시와빈곤』66호.
월간 <복지동향> 2012년 6월호(제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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