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3-10   804

자영자 소득 파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역사가 주는 진리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밝혀질 일은 밝혀진다는 점이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엄연한 사실은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밝혀진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1998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 발표에 의하면, 병·의원, 변호사 사무실, 세무사 사무실 등 5인 이상이 근무하는 전문직 사업장 중 무려 2,187곳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2만 곳이 넘었으며, 일부 사업장은 의무 규정을 피하려고 근로자를 4인 이하로 신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적발된 의원 846곳 중 133곳의 원장이 배우자 등의 명의로 가입한 보험의 피부양자로서 오히려 혜택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동서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경우, 2000년 7월 원장으로 임용되기 직전까지 11년 동안이나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국회에서 고백할 정도이니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가꾸기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사회복지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하며, 또 한편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형성에 역행하는 문제인 사회보험 무임승차 문제는 더 발견된다. 500만원 이상의 종합소득을 신고하고도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사람이 70만명이나 되는데, 이 속에는 연간 1억원 이상을 버는 자영업자 1,156명도 포함되어있다.

이들 고소득 자영업자를 포함한 70만명이 내지 않은 건강보험료는 연간 1,500억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항상 적자 가능성을 안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면에도 큰 타격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4대 사회보험 가운데 이러한 건강보험 외에 연금의 경우를 보더라도 재정사정은 좋지 않아 연금가입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1960년에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7년에 이미 기금이 고갈돼 해마다 발생하는 적자 분을 국고에서 보전하고 있는 형편이며, 공무원연금, 사학연금도 곧 비슷한 상황에 놓일 운명이다.

이렇게 사회보험의 재정이 흔들리는 근본원인은 매우 단순하다. 가입자들이 보험료로 내는 돈보다 급여로 받아 가는 액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부담·고급여 현상이 생기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개별 가입자 모두가 보험료를 적게 부담하고 혜택은 많이 보는 것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하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득이 많으면서도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공짜로 보험 혜택을 보는 자들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험 무임승차 문제는 개개인의 도덕적 해이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득 분배 상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을 메꾸기 위한, 즉 소득 재분배 기능을 발휘하는 복지 시스템 구축이 허술한 데 기인한다. 이러한 복지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바로 전 국민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소득 분배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만이 소득에 대한 불평등 정도를 알아 재분배 기능을 잘 할 수 있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전 국민의 소득 파악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를 비롯한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원천적으로 파악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토지, 건물과 같은 부동산 재산의 경우도 상당히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소득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집단은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특히 이번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알 수 있듯이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파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세 행정 기술의 미비 문제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고소득자들이 갖고 있는 막강한 이익집단적 로비에 의한 소득추정 불가의 기제가 우리 사회에 작용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다.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위기 하에서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매년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중산층의 몰락과 함께 국민들을 잘 사는 20%와 못 사는 80%라는 '20 대 80' 사회로 양극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빈부의 차이를 그대로 두고서는 결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더구나 억대의 고소득자가 거리낌없이 보험 무임승차를 한다는 것은 십시일반에 의한 사회통합을 이루자는 사회보험의 뜻을 저버리는 게 아닌가.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해도 될 사람들이 오히려, 소득 파악이 잘 되어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직장인이나 지역보험 가입자가 낸 것으로 보험혜택을 공짜로 받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정의를 훼손시킴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의 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는 보험 미가입 사업장과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자영업자들로부터 그 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까지 받아내야 함은 물론, 고소득 자영업자의 보험 무임승차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비책은 바로 전 국민의 소득 파악의 기본이 되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제대로 해 내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제 확고한 사회정의와 형평성에 대한 의지와 함께, 기득권 집단의 소득추정 불가의 기제를 깨뜨리는 정부의 과감한 실천만이 남아 있다.

조흥식 /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3월호(제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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