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10-10   3655

갑자기 날아온 월급 압류통보서

건강보험료 징수, 원리원칙이 있는지

1년 동안의 외국 유학생활 도중 잠시 한국에 돌아와 보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좀 황당한 압류통지서였다. 다니던 직장에 우연치 않게 연락을 해 보았더니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월급을 압류하겠다는 건강보험공단의 통지서가 와, 우선 급한 김에 납부를 했다는 것이었다.

3만9천원 월급 압류 통지

얘기인 즉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97년도에 3개월치의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었고, 3만9천여원의 금액을 월급에 압류하겠다는 최후통첩이 와, 휴직기간 동안 급여가 없었지만 직장에서 우선 그 통지서에 따라온 고지서로 그 보험료를 대납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보험료의 체납자는 내가 아닌 나의 오빠였다. 그 당시 나는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었지만 오빠는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였고, 같은 세대원으로서 내가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오빠는 현재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직장과 주소도 명확한데 왜 오빠가 아닌 나의 월급에 압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경주에서 서울에 있는 사무실로 직접 가 확인하니, 나에게 이 체납 보험료에 대해 수차례 통지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부를 하지 않으니 월급에 압류를 하겠다는 것이란다. 무슨 통지? 나는 1년 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알리바이는 없지 않은가. 출입국관리소가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고. 직장에서도 사전에 그런 통지를 받은 바 없었다고 했다.

외국 생활을 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믿을지 모르지만 독촉 고지서를 받았다면 틀림없이 보험료를 냈을 것이다. 4만원도 안되는 보험료 때문에 월급에 압류를 당하는 불명예를 감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화 : 연결 안됨. 확인 안함.

이러저러하게 알아본 결과 최근 건강보험 재정의 심각한 위기가 있었고, 그를 이유로 과거 체납 보험료에 대해 공단이 눈에 불을 켜고 징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달은 징수율이 100%를 넘기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전산이 통합되어서 과거 체납에 대해 손쉽게 부과처리를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란다.

의문은 여러 가지로 든다. 왜 지금껏은 가만히 있었는가. 전화 한 통화만 해서 독촉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지 왜 묻지 못했는가. 왜 주소가 명확한 당사자를 두고 같은 세대원이라는 이유로 나의 월급에 압류딱지를 붙이는가. 나는 외국에 나가 있었지만 독촉고지서나 통지를 받지 못했음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어찌할 수 있을 것인가.

통지 했다, 안했다, 누가 입증하나

멀리 하고싶은 '법'이지만 알지 못하면 싸우지 못할 것 같아 어려운 법률조문을 들여다보니 소멸시효라는 것도 있다. 공단이 보험료를 걷어갈 수 있는 기간은 3년이란다. 물론 공단이 그 동안에 고지서와 통지를 했다고 주장하면 소멸시효에 대해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나와 오빠의 경우에는 지금껏 그 3개월을 제외하고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왔고, 독촉고지서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 그 체납 보험료는 법에 따르면 소멸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주장이고, 이 주장이 관철될 지는 지금도 미지수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여유가 있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는 악성 체납자가 많다는 기사를 봤다. 졸지에 나도 악성 체납자가 되어 버린 셈이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체납 경력이 있으면 지금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적용을 체납된 기간 동안 일체 받지 못한다고 한다. 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동안 내가 많지는 않지만 보험적용을 받아 병원에 간 비용 중 보험으로 처리한 것을 모조리 다 내가 물어야 하는 결과가 올 지도 모른다는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신뢰를 거부하는 공단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전화 한 통화 연결되기 어렵고, 무조건 사전 통지를 했다고 하는 이런 식의 일방적인 독촉과 심지어 월급 압류 통보를 남발하는 공단을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선량한 보험가입자와 보험료 납부자가 피해를 받거나 공단에 대한 불신을 불필요하게 키워가지 않도록 보다 정확한 행정처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그 책임을 가입자들에게 전가시켜서도 안될 것이다.

또 한편의 걱정은 진짜로 보험료를 낼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보험료를 못내고 보험적용을 못 받고, 결국 아파도 병원에 못 가 병을 키우게 마련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공단이 가혹한 압류통지서를 남발한다면 어찌 우리가 사는 이 곳이 복지국가라 할 수 있을지 깊은 의문이 든다.

이수효/경북 경주시

월간 <복지동향> 2001년 10월호(제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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