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연구소장
많은 선진화된 국가는 지역, 인종, 계급, 성에 따른 교육 차별을 없애고, ‘국민 누구나 차별 없는 교육 받을 권리’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국가는 교육을 의료와 함께 사회복지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교육복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국가와 지방자치체가 고등학교 교육까지 무상으로 실시하고 대학교육까지도 무상교육을 실시해서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접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복지와 무상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 보편적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무상교육은 걸음마 단계에 있으며,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으로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나라로서 교육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교육에서 무상교육의 실태와 수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교육비,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권 등 교육권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허울뿐인 무상교육
형식적으로는 중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수업료와 교과서만 무상 수준이고 학부모 부담 교육비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공교육비정부 부담 비율이 낮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초등학교도 완전하게 무상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 못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0$가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급식, 학용품비, 방과후 활동비, 앨범비, 수학여행비가 모두 학부모 부담이다. OECD국가의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부실한 투자를 하고 있는 OECD 교육지표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 OECD 국가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 비교
|
한국 |
미국 |
일본 |
영국 |
프랑스 |
독일 |
핀란드 |
OECD평균 |
초등 |
3553 |
8049 |
6117 |
5150 |
5033 |
4537 |
5087 |
5273 |
초중고 |
5033 |
11152 |
7438 |
6691 |
7467 |
7129 |
7304 |
7343 |
(2002년, GDP에 대한 미국 달러 기준 ppp환산액)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 학교 교육활동 경비와 학습교재 비용 등 일체의 경비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 의무교육 실시에 대해서 정부는 항상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지 부족이 더 크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예산을 줄이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 국가 예산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고 정부가 편성하는 추경예산의 10%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무상교육 실현의 경제적 조건은 산업국가의 성립과 생산성 높은 경제의 확립으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국가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5천에서 1만달러 시점에서 완전한 무상교육이 실현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은 이미 실현 시기를 지나왔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규모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은 즉각적 실현이 가능하며 대학교육까지의 무상교육은 5년 정도의 기한을 설정하여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즉각 실현가능 하다는 것은 재원이 2조 5천억원에서 3조원 정도 규모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2조 원의 재정확보는 문제될 게 없다. 정부는 연차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당장에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교육불평등 심화시키는 입시체제와 학벌사회
대한민국의 초․중등학교 진학률은 100%, 대학교육 진학률은 고등학생의 83.8%로 외형적으로 균등한 교육기회가 보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벌사회에 의한 노동시장이 구조가 계층화되어 명문대학 입학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자사고, 특목고에 입학해야 하고, 자사고,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사교육이 필요하고, 입학 후에도 학부모가 학비로 연간 1000~2000 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등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접근기회가 불평등하여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사회체제다.
대학은 특성화하고 대학 서열체제를 완화시키는 고등교육정책을 내와야 한다. 대학등록금은 반값으로 내리고, 등록금 융자제도는 등록금 후불제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 학자금 융자나 장학금은 그 수혜자가 한정되어 있어서 대학의 접근 기회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2010년부터 대학 등록금후불제라고 시행하겠다는 제도는 원리금을 취직 이후에 갚아야 하는 융자제도이다. 진정한 유럽식 등록금 후불제는 취직 이후에 자신의 임금에 따라 일정 비율 납부하는 세금 형식이라야 한다. 따라서 등록금후불제를 하려면 유럽식 제도를 확실하게 도입해야 한다.
끝이 안 보이는 사교육과의 전쟁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하여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날로 늘어나고 많은 사교육비 지출이 가능한 특권층 자녀가 고교입시와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교육체제에서 외형적인 진학률 지표는 교육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들은 교육의 평등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지 않고 있다.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온갖 정책을 시행하지만 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연합뉴스에서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심층 보도한 아래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사교육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가장 강조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영어 공교육 강화’였고 이는 영어 몰입교육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기 때문이다.
◇ 얼마나 올랐나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9천억원으로 전년(20조400억원)에 비해 4.3% 증가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3만3천원)도 전년(22만2천원)에 비해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와 통계청이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과 증감 추이를 비교할 순 없지만 물가상승률(4.7%)을 감안하면 그리 큰 증가 폭은 아니라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하지만 영어 교과의 경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만6천원으로 11.8%나 늘었다. 수학(6만2천원, 8.8% 증가), 국어(2만3천원, 4.5% 증가) 등 다른 교과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논술(7천원)은 12.5% 감소했는데 이는 2009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상당수 대학이 논술고사를 폐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사교육 참여율도 국어(36.1%), 수학(56.5%), 논술(8.4%) 등의 교과는 각각 전년대비 3.2%, 2.1%, 2.4% 포인트 감소했지만 영어(55.6%)만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사교육은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31만5천원)가 하위 20% 이내 학생(12만9천원)의 2.4배였고, 참여율(87.7%)도 36.1% 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29만6천원, 광역시 22만8천원, 중소도시 24만2천원, 읍면지역 12만5천원 등 편차가 컸다. 소득수준별로도 월 700만원 이상 가정의 1인당 월 사교육비는 47만4천원인데 비해 월 100만~200만원 가정은 10만8천원, 월 100만원 미만 계층은 5만4천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교육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참여율(38.7%)은 전년보다 0.5% 포인트 높아졌으며 특히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정의 방과후학교 참여율(48.5%)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정책 탓’ 논란일 듯
이번 통계 발표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했다는 논란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그림 생략- 2008 전국 사교육비 현황)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계층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다문화․새터민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습결손 치유, 예방을 위해 방과후 수업, 학습 준비물 지원, 멘토링 등 각종 프로그램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 사업’으로 추진하여 일부지역 소외계층 자녀가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학교의 소외계층 자녀에 대한 급식비지원 등 교육복지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소외계층의 교육 소외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교육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외계층을 분리해서 차별적으로 시행하는 시혜적(보상적) 프로그램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모든 학생을 함께하는 통합교육 속에서 개별화 수업을 통해 학습결손과 정서적 통합을 이루는 핀란드의 통합교육과 같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통합교육과 보충교육시스템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는 교육시스템을 변화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가 없다.
진정한 교육권 보장을 위해
공교육을 무상교육체제와 교육복지체제로 접근해서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모든 학생이 교육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 일부의 소외계층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프로그램과 예산 투자는 외형적으로는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교육이 계속하여 증가하는 교육체제에서는 소외계층 자녀는 질적인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거시적으로는 학벌사회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완화하는 중장기적인 대책과 함께 고교 입시와 대학입시제도 개혁이라는 미시적인 정책을 심도 있게 마련해야 한다. 입학시험 점수 경쟁으로 선발하는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오는 것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입시경쟁을 강화하고 평준화정책을 해체하는 국제중, 국제고,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등 고교 계층화와 서열화 정책을 중단하고 무시험 선발에 의한 입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핀란드는 PISA에서 가장 높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교육복지 정책 강화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① 가정, 성별, 경제 상황, 모국어와 관계없이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할 것
② 지역에 관계없이 교육활동이 가능할 것
③ 성별에 따른 분리와 차별을 부정할 것
④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할 것
⑤ 종합학교 운영으로 선별하지 않은 기초교육을 실시할 것
⑥ 전체적인 틀은 중앙에서 조정하지만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실행하고, 교육행정은 지원하는 입장에 서서 유연하게 대처할 것
⑦ 모든 교육 단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협동하여 활동하고, 동료애를 발휘할 것
⑧ 학생의 학습과 복지와 관련해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지원할 것
⑨ 시험과 성적에 의한 등수 제도를 없애고 발달 시점에 서서 학생을 평가할 것
⑩ 교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것
⑪ 사회 구성주의적 학습 개념을 도입할 것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학교체제 개혁도 중요하지만 학교 안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며 행복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학생 인권 보장 대책과 날로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권 보장 방안도 보완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인권 보장과 인권교육은 교과 지식 차원을 넘어 교육활동을 통해서 체화적인 인권의식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학교 내의 모든 반인권적 규제와 통제인 두발 규제, 교복 착용 등 과도한 복장 규제, 학교 폭력과 체벌, 학생자치활동의 규제와 제약,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지나친 지각/조퇴/결석에 대한 통제, 학급과 수업시간의 통제와 억압, 학교행사에서 학생을 통제와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등을 전면 페지하거나 금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교과지식의 차원을 벗어난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인권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주권의식과 민주성을 습득하는 학생자치 활동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법적 절차나 형식적인 절차로는 외국인 자녀와 다문화 가정 자녀가 국내학교에 입학/전학이 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 학교에 입학/전학이 거부되거나 포기하는 사례와 통계 조사를 이주노동자센터나 외국인노동자복지센터를 통해서 수집하여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과 조치를 마련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1월호(제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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