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현장 리포트-창림이가 간다⑤>끝내 오지 않은 전화

누구는 받았는데 누구는 안 받으면 괜히 섭하다?

(편집자 주)참여연대 인턴, 창림. 스물 여섯 청년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대선감시 시민옴부즈만 활동을 시작했다. 아무런 대가도 기대하지 않은 채…. 그는 대선 경선이 펼쳐지는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누빈다.

앞으로 창림이는 부정선거가 벌어지는 곳에서 시민의 눈으로 문제의 현장을 적발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사이버참여연대에 소상히 밝힐 예정이다. 창림과 함께 후끈 열기가 달아오른 2002 대선 현장 속으로 달려가 보자.

경선현장 리포트-창림이가 간다

④ “거짓말도 한번은 할 수 있지만…” (04/03)

③ 돈 거부한 어떤 대의원 (03/26)

② 깍두기 아저씨앞에 고개숙인 캠코더 (03/19)

① 6mm에 걸린 제주·울산 경선 현장 (03/12)

2002년 4월 5일 금요일 – 끝내 오지 않은 전화

9시 30분. 대선감시 시민옴부즈만을 태운 차는 대구 컨벤션 센터로 들어섰다. 대구컨벤션 센터의 웅장한 건물에 놀라면서…

이번 연휴동안 대구, 인천, 포항 순으로 빅리그 3연전이 치뤄진다. 그 만큼 선거운동 열기도 뜨거우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컨벤션센터 앞에 자리잡은 대선감시 시민옴부즈만 플랜카드와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대구 참여연대(http://www.civilpower.org/) 활동가와 회원 10여명이 자리를 잡기 위해 아침 7시 30분에 왔다고 한다. 우리도 나름대로 일찍(?) 온 것인데, 대구 활동가들의 열심에 감동했다. 더군다나 행사가 열리는 5층 입구에도 또 하나의 데스크와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구지역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도착했고, 피켓팅과 카드섹션, 구호 등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광주 경선 이후로 참여자가 가장 많은 캠페인이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이 모토처럼 함께 외치는 “돈선거 근절”이 현실로 한 걸음 더 다가오는 듯 했다.

민주당선관위의 제재로 선거운동원들은 경선장 입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운동을 해야만 했다. 행사장 건물도 크고, 노점상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선거운동원들마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경선 현장은 예전과는 다르게 썰렁한 분위기였다.

시간이 되어감에 따라 선거인단들도 많아지고, 선거운동원들도 많아졌다. 오늘이 국민참여경선 후반부에 있어서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 선거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선거운동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두들 목이 터져라, 땀을 흘리며 응원을 한다. 실제로 처음 선거운동 온 사람들은 그들의 선거운동을 마치 종교집단의 집회에 비유하곤 한다.

이제는 단짝이 된 듯한 인터넷 신문기자와 만났다. 그 기자는 지금 당선관위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고 했다. 당선관위 관계자들을 만나니, 실제로 제보가 들어왔다고 한다. 어제 돈살포가 모두 끝났으나, 미처 다 받지 못한 이들에게 오늘 근처 식당에서 돈을 돌렸다는 제보였다. 당선관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는 받았는데 누구는 안받으면 괜히 섭한 마음 든다”고 했다. 뒷돈 받는 일에는 좀 빠져도 되는 것을~~

제보자가 다시 전화를 주기로 했다고 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 인터넷 신문 기자와 대구 참여연대 간사가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확인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다린 전화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또 어떤 대의원은 한 후보측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자신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그 후보측에 강한 반발감을 나타냈다.

경선 현장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후보자를 비롯해서 비서관, 운동원, 선관위, 기자, 선거인단, 우동 파는 아저씨, 커피 파는 아줌마, 시민단체 활동가, 집회 나온 노동자, 아르바이트하는 도우미 …정말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모두들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꿈에 동참해 주길 바랄 것이다.

나 역시 경선 현장에 있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길 바란다.

깨끗한 정치가 가득할 그날을 꿈꾸며 인천으로 향한다.

2002년 4월 6일 토요일 – 빗속에서의 캠페인

경선이 열리는 인천전문대 체육관이 제물포역에서 가깝다고 했는데 막상 쉽게 찾지 못했다. 어렵사리 도착해 보니 벌써 좋은 자리들은 선거운동원들과 장사하는 아저씨들이 다 차지해서 남아있지 않았다. 한쪽에 테이블을 놓고 대자보를 붙이고 자리를 잡았다. 비도 내리고 날씨도 쌀쌀한데다가 체육관도 오래되어서 그런지 왠지 스산한 분위기였다. 나만 그랬나?

속속 회원들이 도착했다. 회계장부 공개를 촉구하는 플랜카드와 깨끗한 선거를 하자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우리의 캠페인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더욱 적어지는 듯했다. 행사가 시작할 때까지 캠페인을 했다.

민주당측에서 참관인과 선거인단 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입구에서 철저히 검사를 했다. 선거인단이거나 참관표를 가진 이들은 어렵사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나, 그 외에 그냥 구경 온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있었다. 그 바람에 어둡고 좁은 체육관 입구는 발 딛을 틈조차 없었고 무척이나 혼잡스러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치현장을 볼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각 지역에서 열리는 국민참여 경선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민주당 또한 그들에게 자신들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민주당측 생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실제로 경선 현장에선 선거인단도 아니고, 운동원도 아닌 이들이 단지 경선 현장이 보고 싶고, 후보들의 연설이 듣고 싶어서 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렵게 발걸음한 이들에게 현장에 들어가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원들은 비옷을 입고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후보자를 응원하기 위한 깃발이나 플랜카드 등이 예전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운동하는 방식들도 세련되어져 갔고, 응원도구들도 많아졌다.

한 할머니는 부산에서부터 선거운동을 하러 왔다고 한다. 젊은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던 할머니는 지나가는 선거인단에게 힘들게 허리를 구부리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할머니를 보고 젊은 운동원들도 더욱 열심히 하는 듯 했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은 것인가? 아무튼 노인과 젊은이가 하나되어 뛰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선거인단이 적게 와서 그런 건지, 선거운동은 일찍 마감을 했다. 옴부즈만의 활동도 그러했다. 내일 있을 포항 경선에는 가지 않는다. 5주만에 휴일을 맞을 수 있어서 기대가 되긴 했지만 경선 현장에 가지 않는 게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다음 주부터는 한나라당 경선과 민주당 경선 일정이 겹친다.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의 적은 인력으로 모두를 감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선에 참여하는 이들이나, 옆에서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자. 그리고 감시자가 되어서 누가 누가 깨끗한 선거를 하는지 지켜보자. 그러면 분명히 깨끗한 정치는 한걸음 더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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