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우리가 ‘낙검자수용소(성병관리소)’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

지난 10월 8일 동두천시가 기어코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겠다며 철거를 위한 가림막 설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 공대위와 연대자들은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포크레인 앞에 섰습니다. 하루종일 대치가 이어지다 결국 포크레인은 돌아갔습니다.

오늘(10/10) 동두천시는 다시 철거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공대위는 연대자들과 함께 오늘도 온몸으로 막아낼 것입니다. 저지 행동에 앞서 공대위는 왜 ‘낙검자수용소(성병관리소)’를 지키려고 하는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2024.10.10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공대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

동두천시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

동두천 시청 앞에서 그리고 이곳 소요산 주차장에서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부터 냉기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금까지 40여 일 넘게 아스팔트 위에서 노숙하며, 저희가 왜 흉물스러운 저 ‘낙검자수용소’(성병관리소)를 지키려 하는지 사유를 한번 들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에 모여있는 저희들의 숫자와 의지로는 저 무지막지한 포크레인과 동두천시, 그리고 소요산 관광지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원하시는 여러분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틀 전 저희의 처절한 저항 앞에 물러서 주신 것도 저희가 무섭고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저희가 다칠까봐 염려해 주신 깊은 배려의 마음이 없었다면 계획대로 철거를 진행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저희가 진정 감사의 말씀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소통이 불가능한 지금 동두천시의 행위로 보아서는 이 ‘낙검자수용소’를 소수의 저희 힘으로 지켜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희라고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바라는 바를 동두천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저희의 생각과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게 드러나면, 여러분의 어떤 나무람도 욕설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 어르신께서 저희에게 하셨던 말씀 중에 “왜 지난 26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나서서 난리를 치느냐?” 하셨습니다. 이 수용소 부지는 지난해인 2023년 동두천시에서 매입하기 전에는 사유지였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사유지에서는 정부도 어떤 민간단체도 활용이든 철거든 누구도 재산권에 관한 권한 행사에 개입하지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들은 그동안 이 건물의 존재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상에 알려왔습니다. 최용덕 전 시장님께도 이 건물을 살려 활용하자는 제안을, 담당 공무원께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낙검자수용소’ 부지를 동두천시에서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 부지와 여기 남아있는 ‘낙검자수용소’ 건물을 지방자치의 성격과 취지에 맞게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한 것이 아닙니다. 혐오 시설이고 흉물로 남아있는 저 ‘낙검자수용소’를 철거하여 가을 한 철의 소요산 단풍축제 주차장으로 개발하겠다는 일방의 논리 앞에, 시민이 참여할 기회는 애초부터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내용도 시민과 동두천시의 소통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내용일 뿐, 동두천 시장님과 지난해 10월 한 차례 처음으로 30분 동안 대화한 뒤로는 지금까지 말 한번 나눠볼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철거하겠다는 동두천시의 행위에 저희로서는 몸으로 맞설 수밖에 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계신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여러분과 동두천시청 담당 공무원, 그리고 혹여나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가 있을까, 본연의 바쁘고 고단한 업무 중에도 저희를 염려해 주시는 경찰관 여러분께 저희의 소박하고 간절한 바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내용은 저희가 동두천시에 말씀드리고자 하였으나 이틀 전 여기에 오셨던 담당 과장님에게 전달조차 하지못한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곳 ‘낙검자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처우로 참혹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영혼과 이곳에서 청춘을 유린당한 수많은 여성이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의 생애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인 ‘양색시’며 ‘양갈보’란 이름을 지워드리고 남은 생이나마 떳떳하고 편안하게 마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열흘 동안 경기도 청원에 1만 명이 넘는 동의를 충족하여 경기도 지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며, 5만 명 넘는 동의로 국회에 ‘미군위안부에 대한 국가 사과 촉구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배정되었고 이 또한 국회의 안건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급 입법기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법정 시한 기간만이라도 동두천시가 일방적인 철거를 유예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굴착기를 대동한 시공업체와 동두천시 공무원 여러분이 철거를 강행하려 하여서, 부득이 저희는 힘에 부치는 줄을 알면서도 이웃과 누이들의 피맺힌 한이 서린 건물철거를 이대로 지켜볼 수가 없기에 길을 막고 중장비 앞에 목숨을 걸고 드러누우려 하는 것입니다.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와 동두천시, 동두천의회 모두 미군으로 인해 기지촌이라는 오명과 함께 낙후되고 황폐화되어가는 시가지를 바라보며 어느 누군들 동두천을 아끼고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희라고 이 ’낙검자수용소‘를 이 모양 그대로 존치하여 흉물로 남아있게 놔두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웃 포천에는 바위를 깨고 캐내어 실어낸 거대한 바위산의 일그러지고 수직 절벽으로 깎여 나간 자리의 복구 방법을 놓고, 고심 끝에 ‘아트밸리’라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 해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이 오고 각종 예술공연을 보려는 관람객으로 넘쳐나는 명소로 탈바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각 하나의 차이에서 갈라지는 것처럼, 여기 ‘낙검자수용소’는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유일한 역사를 간직한 건물입니다. 이 수용소를 보존할 수만 있다면 동두천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합심하여 역사유산으로, 문화예술공간으로, 피해 여성과 힘든 이들의 치유 공간으로, 인권과 평화공원으로 멋지게 꾸미고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5성급 호텔을 지은들 동두천에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동두천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시는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한 철 며칠 동안의 편리를 위한 주차장 확장보다 문화유산으로, 평화공원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됨으로써 계절과 관계없이 동두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호텔 신축이나 주차장 확장에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자리하신 여러분, 그리고 동두천시민 여러분! 잠시만 생각을 달리해 보시면, 어느 것이 동두천을 위해 보탬이 되고 이익이 되는지를 살펴보신 후에 판단을 내려 주시기를 다시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동두천시청 담당 공무원님과 이 수용소 철거공사를 수주하신 공사관계자 여러분! 기왕에 발주된 공사의 무산은 지방 정부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수용소 건물 내외부의 청소, 수용소 부지의 정리, 수목의 전지와 흉물스러운 철조망 및 울타리의 철거 등으로 설계를 변경하여, 공사비의 가감은 있더라도 동두천을 위해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으로 해주시기를 또한 건의를 드리는 바입니다.

공대위는 다음과 같이 3가지를 동두천시에 건의드립니다.

첫 번째는 동두천시장님과의 공개면담을 요청입니다. 시장님께서 현장이든 시청이든 공개된 장소에서 저희와 머리를 맞대주기를 요청드립니다.

두 번째는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한 긴급진정과 국회청원답변, 경기도청원에 대한 답변이 올 때까지 철거를 유예해주십시오.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경기도의 답변은 1개월 이내이고, 국회의 답변시한은 3개월입니다. 이 석 달을 기다리지 못해 천추의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하신 수많은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넋과 생존해 계시는 피해 여성 여러분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을까 봐 두렵습니다. 아무리 부끄럽고 보기 싫은 역사를 가진 건물이라 하더라도 후세에 남겨 다시는 이런 슬프고도 아픈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는 마음에, 눈물을 머금고 엎드려서 동두천시민 여러분께 말씀을 드립니다.

세 번째는 공론조사를 실시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동두천시가 현재 언론에 배포하는 여론조사는 소요산확대개발과 관련된 용역업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로 공공성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동두천시와 시민단체, 여론조사전문기관이 합동으로 공론조사하여 조사 발표가 공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2024년 10월 10일 아침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올림

2024.10.08 온몸으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막아내는 공대위와 연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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