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기만적인 ‘석탄 폐지 지역 지원법’ 즉각 폐기하라!
어제 (5.20)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이름만 보면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와 폐지 지역 주민의 지원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문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온갖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누더기 법안이다. 시민사회,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이 오래도록 요구해온 조기탈석탄 원칙, 정의로운 노동전환, 정의로운 지역전환에 대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무탄소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핵발전 확대의 길을 터준 핵발전 지원법안으로 변질되었다.
이 법안이 사실상 핵발전 지원법인 결정적 이유는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을 폐지지역의 대체산업으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있다. 얼핏 보면 석탄발전소 폐지 이후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역의 대체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무탄소발전’의 개념에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 원전, 그리고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포함된다.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인 CFE 개념 역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 정부는 올해 2월 SMR 특별법 통과를 두고 “안정적인 무탄소에너지원인 SMR의 연구개발과 실증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한 바있다.
이 조항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한 자리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송전망과 발전소 부지를 활용해 SMR과 핵발전까지 대체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들여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수십 년간 미세먼지와 온난화의 고통을 견뎌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제는 핵폐기물과 사고 위험까지 감수하라는 것이 어떻게 ‘지원’이 될 수 있는가. 이는 지역 주민을 다시 희생양 삼는 폭거나 다름없다.
또한 이 법안은 무탄소 발전 시설이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를 활용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특례를 열어주었다.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고 생태적으로 복원하기는커녕, 규제를 완화해 또 다른 위험 시설인 핵발전소를 손쉽게 짓겠다는 의도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대응을 전담한다는 국회 상임위가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환경영향평가법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졸속 법안처리는 최근 정부의 핵발전 확대 행보와 그 궤를 같이한다. 올해 2월 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최근에는 국무회의에서 SMR 패스트트랙까지 의결됐다. SMR 특별법으로 산업 진흥의 길을 열고, 폐지지역 지원법으로 입지와 인프라 활용 근거를 만드는 핵발전 확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핵발전 ‘부지’ 지원법이라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수십 년 동안 석탄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대기오염, 건강 피해, 송전망 갈등을 감내해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제는 핵발전의 위험까지 떠넘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전환인가. “석탄은 닫을 테니 대신 대형핵발전소와 SMR을 받으라”는 발상이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일 수 있는가. 석탄 가고 핵발전 오는 전환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한 전환이며, 지역 공동체의 희생과 불평등을 강요하는 에너지 식민지로 내모는 것이다.
무탄소 전원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핵발전 확대를 꾀하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며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법안은 ‘기후 대응’의 탈을 쓴 ‘기후 악법’이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이 악법을 부결하고 즉각 폐기해야 한다.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지역을 핵발전소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아울러 조기탈석탄 목표 명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과 지역 주민의 참여와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하는 제대로 된 <탈석탄 지역 녹색 전환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지역주민과 노동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이다.
2026년 5월 20일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