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 저버리고 재정 낭비하는 이율배반적 행태
모든 국민의 의료접근성 보장하는 진정한 의료개혁으로 전환해야
정부는 오늘(3/19) 대통령직속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개특위)를 개최하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정부는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 3대 구조 개혁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은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핵심 과제로 주장했던 의사증원안은 정부 스스로 원점으로 돌렸으며, 지역의료 공백과 비급여문제 해소 등은 본래 취지에서 크게 변질되었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 발표한 1차 실행방안에서 민영보험사가 병원과 직계약을 맺고 심사평가를 하는 미국식 의료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여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으로 직무정지 중이고 조만간 탄핵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민영보험사와 대형병원을 위한 민원처리 성격의 실행방안을 강행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참여연대는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강화 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명목 하에 강압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
진정한 의료개혁은 투명하고 정상적인 논의 구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의개특위는 발족 당시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소위원회에 민영보험사를 직접 참여시키는 등 ‘의료개혁특별위원회’라는 이름과 달리 사실상 ‘의료산업화위원회’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의료개혁의 핵심 내용 대부분이 공적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제도와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의개특위는 자체 안을 만들어 협의 없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독단적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의개특위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법적 정당성을 갖춘 기존 심의·의결기구 위에 군림하듯 중복 설치되면서도, 국회의 민주적 통제조차 받지 않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실행방안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위해 3년간 10조 원, 지역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3년간 2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히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보건의료 분야의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재원 마련은 외면한 채, 건강보험 재정을 손쉬운 돈줄로 여겨 무분별하게 활용하려는 데 있다. 주지하듯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법적 의무조차 매년 1조 원이 넘게 누락하며 기본적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포기하고 환자들의 의료 이용을 억제하는 보건의료 분야 긴축정책을 강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무책임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가격과 진료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은 실질적으로 민영보험사만을 위한 노골적인 특혜에 불과하다. 정부는 민영보험사의 민원사항을 마치 공익을 위한 의료개혁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필요한 의료행위를 조속히 급여화한다면, 실제 비필수적 비급여 영역은 혼합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이 반드시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민영보험 상품의 보장 범위에서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명확히 제외하는 근본적 개혁이 시급함에도, 비필수적 의료행위를 ‘관리’라는 미명 하에 별도로 보장하는 방식은 민영보험사의 손해율을 개선해 주는 데 불과할 뿐, 환자와 시민들에게는 어떠한 실질적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진정으로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미 실효성 없어 포기했던 관리급여를 재도입하는 퇴행적 정책이 아니라, 비필수적인 항목을 과감히 ‘퇴출’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비민주적 결정 과정과 건강보험 재정운영계획을 무시한 무분별한 재원지원 등 허울뿐인 정책으로 일관된 이번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공성에 기반한 의료공급계획과 건강보험 강화 계획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과 건강보험 재원에 대한 법적 의무인 국고지원 계획부터 제대로 수립해야만 모든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성명[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