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5-07-21   16232

[논평] 정은경 후보자, 의료급여 정률제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의지 밝혔어야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입장

지난 18일,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었다. 인사청문회는 자정 무렵 4차 질의까지 이어졌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정 후보자에게 제기되었던 농지법 위반 문제나 배우자의 주식 거래 관련한 의혹은 상당 부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양한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자질이 대체로 검증되어 장관 후보자로서 특별한 결격 사유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하면서도 의료급여 정률제에 대해 명확한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고,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에 대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아쉽다. 

가난한 이들의 치료비 부담을 늘려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의료급여 정률제는 재론의 여지가 전혀 없는 사항이다. 주지하듯이 의료급여 수급가구의 42.9%가 노인가구, 30.1%가 장애인 가구이다.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구 비율은 91%에 달한다.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고령화율, 장애보유율, 만성질환율이 더 높기 때문에 더 자주 병원에 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재정 절감을 이유로 의료급여 수급자들에게 도덕적 해이와 낙인을 찍는 안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현행 정액제에서도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치료비 부담으로 아파도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수급자 당사자가 배제된 의료급여심의위원회와 국회를 우회해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정책을 좌우하는 관료 중심의 결정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민사회의 반대로 입법예고 이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의료급여 정률제의 전면적인 철회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거버넌스 체계 개편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 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소통하여 제도의 건전성과 취약계층 의료 보장 확대를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 후보자는 의료급여 정률제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저소득층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해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아닌 완화만을 언급하였다. 서면질의서 답변 과정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기준을 생계급여와 같이 간소화하고,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완화 수준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적정 급여 관리체계 강화와 연계하여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정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이상 정책의 변화는 어렵다. 해마다 결정되는 기준중위소득의 경우 재정 당국이 늘 강조하는 세수 부족과 경제 여건 등으로 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결정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난한 이들은 수급자가 되기도, 수급자로 살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듯 의료급여 정률제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같은 정책은 장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장관후보자로서 내란 정권이 추진한 너무나도 명백한 문제적 정책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이 아닌 분명한 견해를 밝힘으로써 스스로 언급한 “어려운 분들이 따뜻하게 보호받는 나라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었어야 한다. 이제라도 정 후보자는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퇴행적 개악안을 전면 철회하고, 의료급여제도의 보장성 강화와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급자의 존엄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제도적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계획과 과도한 의료 이용을 유도하거나 묵인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와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복지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 역시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삶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임무는 국가의 재정적 여건에 갇힐 수 없는 문제이다. 가난과 무관한 안정된 삶의 기반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보건복지부장관이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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