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5-11-25   95984

[성명] 격차 해소 실패의 반성없이 또 다시 밀실에서 추진하는 기준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규탄한다

TF 논의자료와 결정과정 상세히 공개하고, 의견수렴 절차 마련해야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기준중위소득 산정방식 마련을 위한 연구 및 TF를 운영한다고 밝히고 이날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산정방식이 2026년 기준중위소득 결정(2025년 7월)시까지 한시 적용하게 되어 있어, 2027년 기준중위소득 적용을 위한 새로운 산정방식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안정적인 기준중위소득 산출방식 마련을 위해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연구 및 TF를 통해 새 산정방식(안)을 마련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보고와 심의를 거친다고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그동안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 논란이 되어 온 격차 해소 실패에 대한  경과보고도 없이 현행 산정방식이 만료되므로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무책임한 복지부를 규탄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지원대상 선정기준이자 80여 개 복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중위소득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선이다. 그러나 해마다 재정 당국의 보수적인 입장으로 산출 값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어 왔다. 그 결과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과 격차가 더욱 벌어져 가난한 이들의 최저생활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준중위소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중위소득을 최종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회의 안건이나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26년도 기준중위소득은 기본증가율 2%, 추가증가율 4.42%를 반영해 6.51%로 인상되었는데, 기본증가율이 산정 원칙보다 7.19% 포인트나 낮은 것이 드러났다. 또한 기준중위소득의 통계원을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면서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추가증가율로도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격차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에 운영되는 TF 역시 국민 기초생활의 든든한 안전망이 되도록 기준 중위소득 개편을 개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어떻게 운영이 될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다. 보사연의 연구 용역과 정부와 민간전문가로만 구성된 위원들이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진행할 논의가 그동안의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이번 복지부의 보도자료는 기준중위소득의 산정방식을 개편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을 뿐 그 방향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없다. 현재의 산정방식이 2026년 기준중위소득 결정시까지 한시 적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TF를 운영한다는 설명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나도 납작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기준중위소득 산정방식과 이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복지부는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소에 실패한 그동안의 결정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증가율을 보정할 수 있도록 한 단서조항을 이번 산정방식 마련 과정에서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급격한 경기 변동 등에 따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3년 연평균증가율을 단순 적용하는 것이 과다·과소 추계될 우려가 있을 경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증가율을 보정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활용해 왔고, 이를 지속적으로 무분별하게 적용해 왔다. 그 결과 2021년부터 2026년 기준중위소득까지 기본증가율의 차이가 적게는 0.87%에서 크게는 7.19%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이렇게 임의적으로 증가율을 보정하는 ‘고무줄 결정’은 기준중위소득 제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둘째, 복지부는 기준중위소득이 구체적으로 어떤 산식에 의해 결정되는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준중위소득 산정 방식 마련을 위한 TF의 모든 논의 자료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 의견을 받을 수 있도록 공청회 등 공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동안 기본증가율은 통계적 근거보다 재정 당국의 요구로 정치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산정 방식에 따라 기본증가율이 얼마나 늘고, 추가증가율은 얼마나 반영을 했는지에 대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최종 결정된 기준중위소득이 실제 가계금융복지조사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민들은 기본증가율이 6~7%로 나왔는데 재정 당국이 세수 부족과 경제 상황으로 2%대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만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밀실 운영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매년 반복되어 온 기준중위소득 결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번 TF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투명한 정보공개와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         

셋째, 폐쇄적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수급 당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무원들과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번에 구성된 TF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회의 자료와 논의 내용을 대외비로 지정하고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결정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의 복지기준선을 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 기구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회의자료나 회의록, 속기록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최근 일부 공개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주요 발언 역시 1~2페이지에 불과해 누가 어떤 발언을, 몇 명이 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는지에 대해 비실명의 가공된 형태가 아닌 발언 전체를 녹취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위원들의 책임성을 담보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또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결정을 바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칭) 정책결정예고제를 도입해 일정 기간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기준중위소득을 최종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사회복지 기본 철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는 ‘기본사회’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빈곤선 이상의 삶이 보장되도록 최후의 생활 안전망을 강화해 ‘빈곤층 제로’사회를 실현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추진하며,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자격 기준 및 보장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정과제에서 확인되는 기조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대신 2030년까지 기준중위소득의 35% 단계적 상향과 의료급여에서도 부양비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간소화 등으로 후퇴했다. 특히, 내년에는 제4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27~2029년)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조로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활동을 개시한 TF를 비롯해 그동안 기준중위소득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관련해 제기되어 온 여러 문제가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개선되어 헌법이 보장한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  성명 [바로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