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중심으로 정원 배정하고, 공공의대 설립 조속히 추진해야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약칭 지역의사양성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역의사 선발을 위한 절차와 지원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것에 착수했다. 지역의사양성법은 지역의료에 종사할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 등 지역에서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의료인력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양성하고 확보하기 위한 법이다. 의료취약지는 단순히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 문제로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취약지에 의사를 배치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의사제의 핵심은 ‘의사 양성’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공의료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역의사제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백년대계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지역의사제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가짜 지방의대’인 사립대들에 대한 증원 특혜를 멈춰야 한다. ‘무늬만 지방대’인 일부 사립대들이 지역의사제 증원의 수혜를 입도록 방치한 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입법 예고된 안에 따르면 지역의사제의 대상이 되는 의과대학 상당수가 수도권에 대형 수련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에 의과대학 건물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 교육과 수련은 서울에서 하는 울산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짜 지방의대’들이 지역의료의 이름을 빌려 늘어난 정원까지 받는 것은 기만이다. 적어도 이들 대학의 교육 과정이 완전히 지역으로 귀환하고, 실질적인 지역의료에 기여할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는 지역의사제 정원 배정 대상에서 단호히 제외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사 선발 방식은 기존 의대와 완전히 달라야 한다. 현재 제안된 지역의사제는 기존 의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의사제는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깊은 관심, 지역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각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쌓아온 삶의 경험 등 지역에 남기에 유리한 모든 조건을 갖춘 인재만 뽑아도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시험 성적으로 선발된 학생이 의무복무 기간만 채우고 떠나는 것을 쳐다만 보는 구조로는 지역의료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역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검증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자치분권 정신에 따라 지방정부의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개별 의과대학에 인원만 배정하고 관리하는 데 머무르는 지역의사제는 실패가 노정되어 있다. 광역과 기초 지자체는 의료인력 확보의 주체로서 지역 내 의료자원을 직접 조정·배치해야 하며, 특히 시·군·구는 지역의사들이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긴밀하게 호흡하며 안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과 활동 기반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중진료권’ 중심의 배치는 지금의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지역의사제의 핵심은 의사가 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있다.
넷째, 배출된 인력이 소명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든든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배출된 지역의사들은 결국 민간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메워주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병원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의사의 활동 영역을 병원급 의료를 넘어 ‘공공 일차의료’까지 과감히 넓혀야 한다. 지역 주민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는 주치의로서 지역의사가 소명을 다할 수 있는 인프라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지역의사제는 사회가 길러낸 소중한 인재를 민간에 퍼다 주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5년이 넘는 기간 많은 사람이 노력한 끝에 어렵사리 이뤄낸 의대 증원이 사립 재단의 수익원이 되거나, 민간 병원의 인력 보충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립의대 중심으로 정원을 우선 배정하고, 약속했던 공공의대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며, 배출될 지역의사가 일할 공공의료 인프라를 마련함으로써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진정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지역의사제가 가짜 지방의대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행령의 전면적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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