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제도 정착을 위한 공공행정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공청회
생계비 감소를 비관한 빈곤계층의 자살 잇따른 한편,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사회복지사 쓰러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 예전보다 생계비가 줄어든 것을 비관한 생계보호 대상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사는 조 모씨(49·무직·장애2급)는 월 21만원이던 생계비가 이달부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부인 백씨의 파출부 수입 60여만원이 가구소득에 포함되면서 월 7만원으로 크게 줄어 이를 비관하다 자살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오전에도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김 모(46)씨가 방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경우는 큰아들(17)의 중국음식점에서의 수입 월50만원이 가구소득에 포함되어 생계비가 21만원에서 6만2천원으로 줄어든 것을 비관한 자살이었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사들이 10월초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따른 수급자 선정, 조사, 사후관리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2동사무소 사회복지사 박정희씨(35·여)가 지난 21일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10일만에 숨졌다. 동료들은 “수급자 조사기간 병원에 갈 틈도 없었고, 결국 자신의 병이 암이란 사실도 몰랐다”며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 박씨 외에 여성 사회복지사 5명이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업무를 보다 유산하기도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정착을 위한 공공행정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공청회” 열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을 두고 위와 같은 현실에서 문제의 원인을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에서 혹은 행정체계상에서 찾고 있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6일 목요일, 흥사단 3층 강당에서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주최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정착을 위한 공공행정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의 사회자인 조흥식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복지행정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기 시작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착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도의 정착을 위해 우선적으로 공공행정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이번 공청회의 개최동기를 밝혔다.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이재완 교수가 ‘기초생활보장제도 행정체계 및 인력의 개편방안’에 대해 그리고 이문국 안산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자활사업 전달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았다. 지정토론자로는 강혜규 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재호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김진학 사회복지전문요원동우회 회장, 김홍일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이영찬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장, 박재영 행정자치부 자치제도과장 등이 나와 공공행정체계 개편이라는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공청회에는 전국 각지의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대거 참석해 공공행정체계 개편에 대한 현장의 직접적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발제1 : 복지행정체계의 부재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정적 시행에 적신호 나타나,
– 실질적인 사회복지조직의 직렬화와 인력확충 이뤄야
첫 번째 발제자인 이재완 교수는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복지행정체계의 부재로 수급자 선정, 급여 등에서 현재의 어려움들이 발생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질적인 사회복지직렬화와 충분한 전문인력의 확보를 제시했다. 실질적인 사회복지직렬화란 구체적으로 현재 시·도 및 시·군·구의 별정직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여성복지상담원, 아동복지지도원;별정5-8급)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현재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기존의 행정체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또한 이재완 교수는 전국 읍·면·동 3,516개 사무소 중 사회복지전문요원이 미배치된 읍·면·동 사무소가 111개나 되며 현재 사회복지전문요원 총 인원은 4,800여명이라는 현황을 언급하며, 전문요원들이 지금처럼 기초생활보장제와 다른 사회복지서비스 및 일반행정업무까지 계속 수행하려면 적정인력은 28,000여명 이상이라며 시급한 인력 확충을 주장했다.
발제2 : 지역밀착형 자활사업의 활성화에 있어 지자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 관심과 배려있어야
이어 ‘자활사업 전달체계 구축 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이문국 교수(안산공대 사회복지학과)는 자활급여 공사전달체계 상의 문제점으로 우선 보건복지부, 노동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의 조정기능을 실질적으로 행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없어 자활을 위한 원활한 협조체계 수립 및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대통령 직할’자활지원사업추진단’을 구성하거나 기존의 국무총리 산하 ‘실업대책기획평가단’과 지자체의 ‘실업대책반’을 중앙과 지방의 기획조정기구를 전환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이교수는 지역밀착형 자활사업의 활성화에 있어 지자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인데도 불구하고 현 지자체의 자활사업에 대한 인식이 기존의 취로사업정도로 그치고 있다며 지자체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자활후견기관의 현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현재 지역별 수급자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지역단위에 동일수의 자활후견기관을 설치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역별로 수급자 규모를 반영하여 우선순위와 가중치를 부여한 자활후견기관의 지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활전달체계의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는 자활후견기관과 자활공동체기업을 직업훈련기관이나 임금보조금 우선 기업으로 지정하여 지역밀착형 전달체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가에서 상시구매하는 업종과 일감의 주요수급처로 자활공동체를 활용하고 자활공동체기업이 독립하는 일정기간동안 조세특례업체로 지정하는 등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배려를 당부했다.
지정토론 : 인력확충, 고유행정체계 확보와 같은 단기적 대안과 함께 장기적 전망도 가져야
두 발제에 이어 ‘기초생활보장제 정착을 위한 공공행정체계의 개편방안’에 대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강혜규 연구원(보사연 책임연구원)은 기초생활보장제 정착을 위해 기존행정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단기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이재완 교수의 주장에 동감을 뜻을 전하며 덧붙여 장기적 전망을 가지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임을 주장했다. 장기적 대안으로는 사회복지업무를 세분화하고 이를 일의 전문성과 효율성에 따라 철저히 분담하여 복지전담팀을 구성하자며 이를 위해 1-2개 읍·면·동사무소를 통합하는 등 최일선행정단위의 상향조정을 제안했다. 심재호 교수(한서대 노인복지학과)는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을 언급하며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줄일 것과 늘릴 것을 명확히 해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함을 지적하며,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복지수요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사회복지인력 수급이나 고유전달체계의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김진학 사회복지사(사회복지전문요원동우회 회장)는 지난 10개월동안 기초생활보장제 시행을 앞두고서 수급자 선정이나 급여 산출 등의 과도한 업무에도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던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노력을 전하며 인력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홍일 신부(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는 소득변경시 추정소득 파악에 어려움을 지적하며 소득변경시 이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도 인력의 절대적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한 전문요원의 수급자 선정 및 급여 적용 후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급자들에 대해 중재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기초생활보장제가 원활히 시행, 정착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다함께 노력해야
보건복지부 이영찬 복지정책과장은 미국에서도 자활사업이 시행되었다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신자유주의 도래와 함께 예산이 축소되면서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는 자활사업을 포함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이제 시작단계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제도가 원활히 시행, 정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함을 역설했다. 행정자치부 박재영 자치제도과장은 사회복지전문요원의 인력확충문제와 관련해 여성복지상담원과 아동복지지도원직을 일반직으로 전환시키는 문제에 대한 검토는 이미 끝냈고 전환시기와 관련한 문제만 남았다며,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2002년 7월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자활행정체계에 관해서는 시·도 및 시·군·구에 설치되어 있는 실업대책기구를 다시 한시적으로 자활지원전담기구로 전환할 것을 검토중이라 전했다.
종합토론 : 2002년 7월 구조조정 완료 이후 사회복지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할 것
이어 종합토론 시간에는 여성상담원·아동복지지도원 등의 사회복지직을 별정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행자부의 박재영과장은 2002년 7월 구조조정 완료 이후 사회복지직을 일반직화 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하면서 하지만 사회복지직의 전문성을 고려해 별정직화 했던 당시의 목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반직으로 전환되었을 때 다른 일반 행정업무 수행과 함께 정기적인 부서 이동에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최근 수급자선정과 급여 적용 문제 등에 관련한 잇단 사고 소식과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착을 위한 행정체계의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러한 현실아래 이번 공청회는 현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등의 관계부처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현장전문요원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장이 되었다. 이런 자리에서 털어놓은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통해 상호이해를 높이고 향후 협력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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