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0-10-27   679

기초생활보장법은 ‘자살보장법’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기준 하향조정에 대한 항의집회

지난 27일, 과천 종합청사 정문 앞에는 빨간 머리띠까지 두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색하게 구호를 외치며 앉아있었다. 참여연대,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이하 실업연대) 등 5개 단체가 함께 개최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지급 하향조정 규탄집회’에 생계위협에 내몰리는 수급권자들이 함께 참여한 것이다.

오후 12시부터 실업연대 이성수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소득기준을 가혹하게 적용하여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급여기준에 대해 성토하면서 현실적인 생계보장이 가능하도록 보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죽음을 부르고만 ‘기초생활보장법’

4인가족 기준으로 월 백만원의 소득을 보장해주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여러 차례 얘기했던 기초생활보장법이 지난 10월 1일부로 시작되었고 20일 첫 급여가 실시되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생계에 허덕이는 가혹한 현실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꾸준한 요구로 입법된 것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천안의 한 수급자가 자살한 사건을 비롯 두 차례의 자살이 이어졌다. 천안의 경우 10여년전 부인을 잃고, 다리를 심하게 절어 일도 다니지 못하던 그는 두 아들 중 하나는 친척집에 맡기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월 21만원 받아 근근히 살아왔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이후 17살 난 자식이 학교도 못 가면서 중국집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소득이 ‘인정’되는 등 이것저것 다 깎여 6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절망한 그는 ‘장례도 치르지 말고, 상복도 입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던 것이다.

높은 사람들 하루 점심값으로 한 달을 살란 말이냐

이 날 집회에 참가한 한 수급권자는 ‘이 것 저 것 떼어 10만원 받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공공근로 하던 것도 못하게 되었다’면서 ‘높은 사람들 하루 점심값으로 한 달을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분노를 토해내었다. 비닐하우스 촌에 살고있다는 한 주민은 ‘제대로 된 집에서 살고 있지도 못하는데 비닐하우스에 주소가 없다고 아예 지원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면서 ‘긴급지원을 하겠다고 얘기가 나온지 한달이 넘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암담해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류정순 교수는 ‘기초생활보장법은 자살보장법이냐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하고,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에서 사는 할아버지는 구걸로 벌어 장례비용 저축해놓은 것 때문에 한 달에 8만원으로 삭감되었다는 사례를 들며 ‘힘없고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죽으라는 법이냐’고 성토했다.

이게 복지병이 우려될 만한 상황인가

이날 참가자들은 ‘우리의 입장’을 통해 ‘6만2천원 급여통지서 뒷면에 유서를 남긴 수급자의 죽음을 생각해 보라’면서 ‘일부의 주장대로 보장수준이 높아 복지병과 근로의욕저하가 우려될 만한 상황인가’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자녀가 없는 수급자 가구로부터 교육비를 제하고 병원구경도 못한 수급자 가구로부터 의료비를 제하고 주는 생계비로 기초생활을 영위해보라고 한다’고 지적하고 ‘이 것이 생색내기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며 강력히 비판하였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앞서 한 언론사는 ‘가짜 빈곤층이 판친다’면서 이 제도를 맹렬히 공격하였다. 이러한 여론 덕에 결국 탈락자는 두 배이상 늘어났고, 빈곤층에게 가혹하리만큼 인색한 정부는 급여삭감에만 열을 올려 두 명의 자살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얼마만큼의 죽음이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정작 판치는 것은 ‘가짜 빈곤층’이 아니라 사회보장에 대해 열악한 사회적 인식이었던 것이다.

IMF이후 더욱 심각해진 빈부격차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는 여러 군데에서 들려오고 있다. 더 이상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비만을 걱정하듯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에서 복지병을 걱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떤 일이 더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인가.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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