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불법사금융에 제동 건 판결, 실효적 피해구제 위해 정부와 국회 나서야

폭리 규제와 최고이자율 위반 제재 강화하고,
불법·강압적 채권추심 반드시 근절해야

지난 2일, 광주지방법원이 연이율 4,171%에 달하는 불법사금융 계약에 대해 원리금 전액 반환과 불법추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오랫동안 방치된 반사회적 금융범죄 구조에 제동을 건 분기점이 될 것이다. 특히, 기존에 법정이율 초과 이자만 무효로 보던 판례에서 나아가 원금까지 무효로 판단한 첫 사례로,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회복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불법사금융과 불법추심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과도한 이자 요구에 시달리며 불법추심과 인권침해까지 겪은 명백한 범죄행위였다. 법원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무효’ 원칙을 적용해 대부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고, 원리금 전액 반환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개정 대부업법의 7월 시행 전 발생한 사안인데도 원리금 반환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피해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열어둔 판결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피해자의 용기와 공공기관의 제한적 소송지원에 의존한 결과라는 점은, 우리 사회의 불법사금융 대응 체계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SNS 대출광고, 생활서비스 채권 등 비공식 금융채널이 확산되는데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형식적 단속과 민원 처리에 그쳐왔다. 이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와 금융소비자 보호의 제도적 공백이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불법사금융과 불법추심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 건수가 연간 수만 건에 달하고, 연 1,00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이자율의 불법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금융정의연대, 롤링주빌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가 운영하는 불불센터(불법사금융·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의 1차 활동보고 및 상담분석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1인 평균 13.3건의 사채를 약 일주일 간격으로 사용했고, 사채업자가 요구한 이자는 법정 최고이율 20%의 762.4배에 달하는 15,248%이다. 또한, 부족한 상환금은 사채업자가 소개하는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여러 건의 사채를 대출하여 대환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사채를 이용하는 구조적 악순환 또한 다수 확인된 바 있다.

이제 새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실효적인 대응에 즉각 나서야 한다. 대포통장과 불법광고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등의 상시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SNS·유튜브 등 신종 사금융 채널에 대한 전담 감독 조직도 필요하다. 국회 또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계약을 원천 무효화하고 민사상 반환 청구도 금지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채무자대리인 제도 확대 등의 실효성 있는 입법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법원이 반사회적인 불법사금융 시장에 경고를 보내고 피해자 회복을 우선한 이번 판결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법적 정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법제도 개선으로 응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더 이상 금융취약계층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참여연대는 불법사금융 근절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운동을 지속하고, 제도 밖 채무자들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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