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동일인 판단 기준, 예외 두어선 안 된다
쿠팡 회장 동일인 미지정으로 촉발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예고, 정작 쿠팡 회장은 동일인 지정 어려워
예외사유로 동일인 지정 안 된 재벌총수 사익편취 규제 어려워
기업집단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다면 예외없이 동일인 지정해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어제(12/27) “동일인 판단기준에 관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공정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마련”, “동일인 판단의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가 이번 시행령 개정의 취지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칙과 상반되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취지를 스스로 퇴색시켜버리고 말았다. 이로써 업무집행지시자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회사 뒤에서 기업집단을 지배함에도,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고 사익편취 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 공정위는 가능한 원칙대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기 바란다.
사실 이번 시행령 개정 추진은 지난 몇년 간 거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이자 유통재벌로 성장한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되지 않았던 사실이 이번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보도자료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국적 차별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마련”이다. 그러나 쿠팡 김범석 의장은 이번 시행령이 개정돼 시행되어도 계속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다고 해도 그가 기업지배구조 최상단의 회사 외 국내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그와 친족이 계열회사에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 하지 않는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공정위 역시 그 주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동일인 지정 이슈로 개정 추진되는 시행령이 쿠팡 의장을 계속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의 총수가 동일인으로, 그 친족이 특수관계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회사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력을 활용해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를 은밀히 진행한다면, 과연 공정위는 신속하고 효율성있게 그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기업집단의 총수는 등기이사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이사와 동일하게 회사에 책임지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예외가 허용될 경우 기업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권한을 지닌 자연인이 그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게 되는 상황을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에 더해 지금까지 쿠팡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미지정에 대해 다른 국내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기업집단의 총수들도 동일인 지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예외규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예외가 편법을 동원한 동일인 지정 회피의 일반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공익위는 이러한 역효과를 과연 책임질 수 있겠는가.
동일인 지정제도는 흔히 “재벌”이라고 하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소위 “재벌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후 공시의무를 부여해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등 지배구조 상황과 총수일가나 친족의 주식이나 경영참여(임원 등) 변동사항을 확인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쿠팡처럼 당장은 총수일가ㆍ친족(특수관계인)의 경영참가나 계열사 주식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다고 하여 그 총수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그 뒤 그 총수의 계열사 주식보유 등 지배구조 변동이나 총수일가ㆍ친족의 경영참여, 계열사 주식보유를 공시의무를 통해 파악할 수 없어 공정위가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업집단의 오너와 그 특수관계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목적을 갖고 있다. 공정위는 다시금 이 제도의 취지를 되새기고, 이번 시행령 개정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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