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소액주주 보호하겠다더니 결국 기업만 보호하는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정부안은 합병, 분할상장 등 절차적 기준만 다룬 핀셋규제에 불과
유상증자, 주식 양수도 등 고도화되는 편법 막기엔 역부족
금투세 폐지한 민주당, 상법 책임지고 연내 처리해야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허풍에 불과했다. 정부가 2일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은 결국 실체적인 개선 없이 절차적인 기준을 구체화한 핀셋규제에 그쳤다. 특히 이번 정부안은 합병,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합병 시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해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총수일가와 지배주주 간 자본거래, 증자·감자, 편법적인 성과보상체계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회가 정부가 제안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그치지 말고 야당이 제안한 이사의 모든 주주의 공평한 이익에 대한 충실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정부안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LG앤솔, 두산밥캣과 같이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과 같은 기업구조 변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실제 총수일가와 지배주주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회사와 일반주주에게는 불리한 의사결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나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무상증여 등의 사례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도화되는 갖은 편법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게다가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에 관한 법률이지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아니어서, 난데없이 자본시장법에 이사의 ‘노력’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법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들이 판례로 인정하고 있는 이사의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확히 입법화해 일반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다.
정부안이 이렇게 후퇴한데는 지속적으로 배임죄 적용 완화 발언으로 기업의 장단을 맞춰준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한 몫 한다. 연 투자소득 5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백지화하면서 상법 개정을 내밀었던 민주당이 이마저도 기업의 눈치를 보며 후퇴시킨다면, 도대체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위해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국회는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 연내 자본시장법과 상법 동시 개정을 위해 논의하되, 정부여당이 계속 시간을 끌거나 상법 개정을 막아선다면, 야당이 단독으로라도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더 이상 윤석열 정부의 시간끌기와 용두사미 정책에 끌려다닐만큼 우리 자본시장이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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