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횡령·배임 조현준 효성 회장 집행유예 확정한 대법원, 또 다시 재벌총수 봐준 법원 규탄한다

대법원이 어제(10/16)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에 대하여 횡령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총수 개인의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 회사의 자금을 유출시킨 배임 행위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다. 또 다른 재벌봐주기 판결을 내린 법원을 규탄한다.

조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는 상장을 위해 2010년 6월경 홍콩 투자회사 엑셀시어로부터 약 1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하여 투자금을 받았다. 당시 엑셀시어는 갤럭시아가 3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해당 주식을 조 회장에게 인수 시와 동일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후 업황 악화와 상장 불발로 투자지분을 재매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조 회장은 갤럭시아로 하여금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 또한 조 회장은 개인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 편입시켜 12억 원의 차익을 얻고, 지인들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해 16억여 원을 횡령해 2018년 1월 기소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범죄를 저지른 조현준 회장의 형을 계속해서 낮춰왔다. 1심 재판부는 “유상감자 당시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주주들에게 균등한 비율로 기회가 부여되었고, 갤럭시아의 재정 상황에 비춰 과도한 자금이 유출돼 회사 존립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더 나아가 1심에서는 유죄로 판단했던 아트펀드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마저 무죄로 뒤집었다. 특히 대법원도 스스로 “횡령 금액이 상당하고, 그 기간도 짧지 않으며 대부분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형식적 법리 뒤에 숨은 ‘재벌 총수 봐주기’의 전형적 행태다. 결국 어제 대법원이 이와 같은 2심 판단을 확정하면서, 유독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게만 유죄의 범위를 축소하고 형을 가볍게 하는 ‘온정적 판결’을 반복한 것이다. 다시 한번 사회정의를 저버리고 경제질서를 무너뜨린 사법부의 판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유상감자 결의 직전이던 2012년 기준 자산총액이 854억 원, 자본금이 397억 원 가량이었고, 이후 25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까지 시도할 만큼 회사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으며, 계획했던 상장이 무산될 만큼 경영이 악화된 갤럭시아에게 179억 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 주식가치 부풀리기가 무리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미술품의 아트펀드 편입 당시 시가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가 없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으므로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2심 판결은 향후 미술품을 통한 배임 범죄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정이다. 횡령 부분의 감형사유와 관련해서도 피해금액 변제, 해당 회사들이 조 회장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 표명을 이유로 삼았는데, 횡령사건에서 피해액은 변제하는 것은 당연하고, 피해회사들이 조 회장의 막대한 영향력 하에 있는 회사들인데 처벌불원의 의사표명을 안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바, 이를 기계적으로 감경사유로 삼은 것 또한 납득할 수 없다.

결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업무상 배임·횡령 범죄를 통해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본인의 사익을 편취하는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 결정을 내리기 위한 사법부의 재벌봐주기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사법부가 이렇게 재벌 총수들의 배임 범죄에 대해 관대하고, 경영 판단 원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다보니, 배임죄에 대한 처벌이 엄중하게 이뤄지지 않고 기업 총수들의 사익편취가 횡행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우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에서 우리 사법부의 책임도 적지 않은 이유다. 사회정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함에도, 법 앞의 평등이라는 대원칙을 무시하고 재벌 총수들에게 잇따라 온정주의적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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