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정 이견 없는 집단소송법, 증권집단소송법의 전철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집단소송법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동통신사, 카드사, 쿠팡 등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집단소송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부도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적용 시점과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있어서는 아직 여러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오늘(4/22)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집단소송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여야의원뿐 아니라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 진술인 모두 집단소송법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몇몇 쟁점에서 의견이 갈리거나 보완점이 제시되었다. 오랜 시간 제정되지 못한 집단소송법에 대해 마침내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진 점은 다행이다. 국회는 입법 취지와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법제정 전의 사건이라도 확정된 사건이 아니라면 일정 시기를 기준으로 법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당사자 대등 원칙의 확보를 위한 증거개시제도도 필수적으로 함께 도입해야 한다. 또한, 소송참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소송허가결정 또는 소송적격심사 기간을 명확히 정하고, 원고가 패소할 시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소송부담 덜기 위해 소송적격심사 기간·비용부담 완화 명확히 해야

오늘 공청회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소송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는 소송의 지연과 비용 부담 때문이다. 증권분야에 먼저 도입된 집단소송제의 경우 소송허가와 본심까지 사실상 6심제로 진행되며 소송이 무한정 지연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액을 배상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일이 되어 많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포기하고 있다. 따라서 소송허가결정 또는 소송적격심사 기간을 정해 그 안에 심사하지 않은 경우 소송을 허가하거나 소송적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 장치가 함께 도입되어야 하며, 인지액이나 감정비용 등 소송비용의 예납액을 감경 및 제한하고, 원고 패소 시 소송비용 부담을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이나 다른 장치들도 필요하다.

절차법은 소급효 표현 자체가 부적절, 소급 안 하면 재판청구권 침해

집단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의 특례법으로서 실체법이 아니라 절차법이다. 즉, 집단소송법 제정으로 인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게 새롭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에 피해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절차법을 새로 제정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소급입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아직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 경우 새로운 절차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증거 다 쥔 기업측과의 균형 위해선 증거개시제도 도입 필수적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증거개시제도 또한 필수적이다. 집단소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건인 경우 관련 증거를 모두 피고측이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대규모 소비자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증거 접근에 한계가 있는 피해자들이 피해 발생 여부와 피해액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료 제출을 요구해도 기업측이 영업비밀이나 이미 폐기했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공정한 해결과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증거개시제도를 통해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대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비도덕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를 국회는 더이상 두고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한 구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일반 소비자 시민들의 신뢰와 불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기업들의 신뢰 중 우리 국회는 응당 전자를 지켜야 한다. 국회가 실효적으로 소비자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과 함께 집단소송법을 제정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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