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이익에는 한없이 유연, 민생 위기에는 지나치게 경직
거대양당,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골몰 말고 민생추경에 나서야
오늘(2/4)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주 52시간제의 경직된 운영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 예외)’을 도입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경쟁력 저하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1.6~1.7%로 하락하며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에 대한 사과 없이는 추경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윤석열의 12.3 계엄·내란 사태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재벌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에는 발 벗고 나서면서도 추경 등 민생 대책은 외면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은 가로막으면서도 노동시간 규제 완화는 밀어붙이는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이 기만적 행보에는 강령에도 어긋나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동조하려다 오히려 국민의힘으로부터 “조변석개”나 “역할극”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통한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본적 권리를 희생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명분 삼아 특정 재벌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실용주의를 내세워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강령을 외면한 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친기업·반노동 기조를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노동자를 갈아 넣어야만 담보된다면, 그 경쟁력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
내수 위축이 심화되면서 민생이 어려워지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쇼크상태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사상초유의 감액 예산을 바로 잡고,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또한 올해도 가시화되는 세수결손에 따른 세입경정도 해야 한다. 한국은행 총재도 12.3 계엄·내란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0.2%P 하락했다면 이를 보완하는 15조 원에서 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추경 편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 추경 편성에 돌입해도 실제 집행은 3월에나 가능하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한가하게 추경을 빌미로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추경을 가로막는 동시에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다면,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논의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와 긴축 기조하에 민생·복지 예산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처리했다며 추경을 가로막는 국민의힘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기만적인 태도를 멈추고, 민생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추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추경을 빌미로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협조하라는 국민의힘의 압박에 갈대처럼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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