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강조하며 반도체특별법 ‘유연화’ 추진하는 모순
노동시간 ‘유연화’는 결국 노동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것
우클릭 속 ‘잘사니즘’, 재벌 특혜 정책 정당화할 위험 커
어제(2/10) 이재명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특별법상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면서도 특정 산업에서는 노동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는 모순된 태도는 노동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면서도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적 조치인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앞뒤 맞지 않는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대표에게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를 중단하고 노동시간 규제 완화 입장을 분명하게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이재명 대표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유연화’라는 표현으로 포장하며 총노동시간 연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정 산업에서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결국 노동시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현행 근로기준법도 불가피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이를 상시적 장시간 노동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2년간 R&D 인력에 대해 총 23만8752시간의 특별연장근로와 19만5552시간의 연장근로를 실시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단 한 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확보하며 실적을 개선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의 원인이 ‘주 52시간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장시간 노동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지 않는데도 이를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도 유독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요구해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산업에서는 노동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경제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강조한 ‘실용주의’ 기조와 맞닿아 있지만, 결국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과 반노동 정책으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 이견은 없지만, 그 방식이 재벌대기업 특혜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불평등 심화와 경제적 양극화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대표가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발언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노동계와 경제계를 두루 포섭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표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를 중단하고, 확고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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