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호] [좌담] ‘대한민국 2002년 체제’의 탐색

‘대한민국 2002년 체제’의 탐색

좌담자 김기식(참여연대 사무처장)

좌담자 유기홍(개혁국민정당 정책위원장)

좌담자 이경숙(여성연합 상임대표)

좌담자 이종오(계명대 교수/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참여본부장)

좌담자 정대화(상지대 교수/대선유권자연맹)

좌담자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민주노동당 지도위원)

사자회 홍윤기(동국대 교수, 『시민과세계』 공동편집인)

정자리 홍윤기ㆍ홍일표(참여연대 연구팀장)

때: 2003년 1월 15일

곳: 참여연대 2층 강당

앙시앵 레짐의 해체와 ‘2002년 체제’의 성립을 추동할

‘새로운 사회동력’은 무엇인가?

홍윤기 역대선거들과 비교해 2002년 16대 대선은 그 진행과정이나 결과 등이 대단히 특출한 성격을 가집니다. 선거 다음날부터 일간지들이 세세하게 달려들어 선거 한 달이 지난 현재 무슨 얘깃거리가 남았는지 포럼을 준비하던 『시민과세계』 편집진은 고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거시적으로 얘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여러 세력과 그 지배구조 등을 ‘대한민국 구체제(앙시앵 레짐)’라고 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뜻밖의 결과를 낳은 세력이나 가치감각들은 새로운 체제의 단서가 아니겠는가, 그 새로운 체제를 저희 편집진은 일단 ‘대한민국 2002년 체제’라고 가설적으로 명명해 보았습니다.

해방 이후 1948년 남북한 국가가 건국되면서 한반도에 ‘분단체제’가 성립하고, 6ㆍ25를 거치면서 공고화됩니다. 1958년 4대 총선부터 제도권정치에 보수독점의 양당구조가 굳어지면서 반공헤게모니를 전제로 정치에서, 최장집 선생님의 어법에 따르면 ‘58년체제’가 확립되었습니다. 그런데 민족분단과 정치적 보수독점을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구체제’는 그 발상의 연원이 1946년 6월에 나온 이승만의 ‘정읍선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족을 갈라 나라를 따로 세우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당시로서는 누구도, 심지어 미국이나 소련도 입밖에 낼 수 없었던 내용을 담은 이 ‘정읍프로젝트’의 핵심은 우리에게 민주주의 역량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외세의 지원에 기대어 일단 반쪽이나마 통치 차원의 기득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외세의 역학관계에 정통하고 거기에서 자기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세력을 중심으로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남한에서 이런 냉전세력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을 한 축으로 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반냉전 민주세력이 저변에서 서서히 확산되는 과정을 한 축으로 한 양자 사이의 갈등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반대자에 대한 폭력적 공격성, 전근대적 권위주의, 사회적ㆍ경제적 기득권의 독점, 정치에서의 권력기회주의를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대한민국 구체제’와 대조적으로, 이번 2002년 대선에서 나타난 성향들은 그와 반대되는 여러 징표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재의 변화에 반감을 갖는 세력도 만만치 않으며, 선거의 전향적 결과를 퇴행시킬 수 있는 역풍의 뿌리는 구조적으로 여전히 존재합니다. 나아가 이번 선거의 결과가 꼭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 이번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사회동력’(new social dynamics)이 현재 형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포럼에 모신 토론자 선생님들은 모두 이번 대선에서 이런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투신하신 분들입니다. 선정과정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대신 생생한 현장의 육성과 눈길을 체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판단에 모셨습니다. 선생님들의 입장표명을 약 3~5분 정도 부탁할까요? 연장자 순으로? 아니면 요새 모든 패러다임이 뒤집히니까 젊으신 분들부터?

정대화 옛 패러다임을 뒤집기 전에 구체제를 마지막으로 맛보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웃음)

홍세화 권위주의는 뒤집혀야죠.

홍윤기 어쨌든 홍세화 선생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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