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경제는 당혹스러운 이중성으로 넘쳐나고 있다. 2004년 수출은 사상처음으로 2,500억달러를 돌파하였고 무역흑자도 근 300억달러에 달하는 역대 두 번째 최고치였다. 반면 얼어붙은 내수는 끝모를 장기불황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심각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출부문과 내수부문, IT산업과 비IT산업으로 상징되는 계층, 고용, 산업, 기업에서의 양극화가 어느덧 한국사회의 자연스러운 자화상으로 자리잡아 간지도 한참이 되었다. 한국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많은 수가 현시기를 위기로 규정하고 있지만 수출부문 및 대기업부문에서의 눈부신 경제실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답하고 있지 못하다. 한마디로 호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위기로 속단하기에도 애매한, 성장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당혹스러운 이중성과 불확실성은 언제부터 비롯되었을까?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그 답을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그 출발점은 1997년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IMF체제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신자유주의, 신고전경제학에 대해 정교하고도 탁월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고, 이제는 대중적으로도 제도주의 경제학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신장섭,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은 무엇이었고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냉정한 대차대조표를 제시한다. 사실, IMF 위기가 한국경제를 질적으로 구분짓는 분수령이었던 만큼, 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둘러싼 이론적 논쟁은 고도성장기 경제기적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 이상으로 다기한 입장과 분석이 교차하는 이론적 격전장이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제도주의 학자들의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나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 거시경제, 경제정책, 금융, 기업, 노동, 복지 등 한국경제의 전반을 아우르며 위기의 직접적 원인과 여파를 규명하는 횡단적 연구에 주력해왔다면, 저자들의 연구는 한국 경제시스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전망과 대안을 관통하는 종단적 연구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와 매력을 지닌다. 또한 한국의 구조조정을 단순히 이론적 검증과 학문적 조망의 대상이 아니라 먼 이국에서 조국의 시행착오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어떻게든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절박함과 치열함도 책의 구석구석에서 깊게 배어나온다. 즉, 저자들에게 한국의 구조조정은 학문적 탐구대상 이상의 것, 구조조정 그 자체를 다시금 구조조정해야만 하는 실천적 극복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IMF 위기이후 이미 7년이나 경과한 한국의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저자들의 시각은 명쾌하고도 단호하다. 연구의 출발점이자 문제의식에서 이미 그 단호함을 엿볼 수 있는데, “우리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과거 경제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었고, 따라서 그에 기초한 해결책도 잘못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그 출발점에서 앞으로의 분석내용과 결론까지도 함축하고 있는 대단히 공격적인 문제제기라 할 만한다. 그러나 책의 첫머리에 던진 이같은 거대한 문제를 단순한 이론적 연역이나 현학적인 주장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제도주의에 입각한 체계적인 분석틀과 섣부른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단히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주의적 분석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또한 경제학자들 뿐만 아니라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아도 한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서술과 설명을 제시한다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을만하다. 한번 손에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내려 갈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 마치 한권의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잘 쓰여진 한편의 논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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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우/이화여대 BK21교육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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