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2부 좌표 5_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한국사회에서의 착근 가능성

1. 사회민주주의란 어떤 이념인가?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이하 ‘사민주의’로 약칭)는 19세기 서유럽 노동운동의 풍토에서 형성되어 20세기를 거치며 상당한 변모를 경험한 이념이다. 러시아혁명 이전에는 사민주의란 용어는 영국의 개량주의적 노동조합주의로부터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라살레주의 또 프랑스 등의 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주로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념조류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사실상 ‘사회주의’(socialism)와 별로 구별되지 않는 용어였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영국을 제외한 유럽대륙국들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사회주의운동의 지배적 이념으로 정착되었고 특히 독일사회민주당(SPD, 이하 ‘독일사민당’으로 약칭)이 마르크스주의적 이념노선을 대표하였다.

독일사민당은 당의 규모와 정비정도, 전국적 지지율 그리고 이념적 논의수준에서 유럽 사민주의정당들의 모범이자 선도자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1890년대에 들어 독일사민당 내에서 유명한 ‘수정주의논쟁’이 전개되었다. 당시 독일사민당은 자본주의체제의 역사적 위상과 작동원리 또 사회주의로의 이행과정에 대한 이해에서 주로 마르크스주의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일상적 실천에서는 노동조합의 경제투쟁과 의회민주주의제도를 활용한 합법적 정치투쟁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부터 자연스레 독일사민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전개되었다. 수정주의논쟁을 발단시킨 베른슈타인(Eduard Bernstein)은 그간의 개량주의적 또는 개혁주의적 실천이 거둔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이러한 실천의 향후 발전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하여 마르크스의 이론체계에 대한 전면적 재평가를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변증법을 부정하고 역사유물론과 잉여가치론을 상대화시키며, 계급양극화와 자본주의의 파국에 관한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제 마르크스주의는 독일사민당의 발전을 지도해갈 이념이라기보다는 순탄한 발전에 장애가 되기 쉬운 이념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향후 독일사민당은 의회민주주의제도를 통해 집권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독일사회의 사회주의적 개조를 이루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독일사민당은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과 같은 특정한 역사철학이나 잉여가치론과 같은 특정한 경제이론 대신 자유, 평등과 같은 지향가치를 중심으로 한 윤리주의적 사회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베른슈타인의 문제제기는 당내에 큰 파장을 일으켜 카우츠키(Karl Kautsky),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등 당대의 일급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수정주의논쟁이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당의 분열을 우려한 당지도부는 이 논쟁을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하여 이론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에 의존하되 실천은 개량주의적으로 전개하는 종래의 패턴이 지속되었고, 유럽대륙의 여타 사민주의정당들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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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완/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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