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2부 좌표 3_해방 60년과 한국사회의 자유주의

1. 머리말

광복 60주년을 지나며 자유주의를 생각하면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색이 자유주의적 헌정질서를 천명하며 시작한 현대사이지만, 우리의 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너무 퇴행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홀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치적 활용과 왜곡이 만연해 있는가 하면,1) 한국우익의 행동논리로서의 반공자유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으로는 김동춘, <한국의 우익, 한국의 ‘자유주의자’: 상처받은 자유주의><사회비평>통권30호, 2001/겨울, 11~27쪽)를 들 수 있다. ‘자유주의의자들’의 폭력성을 그 반민족행위와 좌익경력에 따른 열등의식의 발로이자 그 결함을 상쇄하고자 하는 반작용으로 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널리 퍼져, 기실 자유주의의 정신은 희소할 뿐이다.2)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구분하여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 사회의 흐름에 대하여는 문지영, <한국에서의 자유주의와 자유주의 연구: 문제와 대안적 시각의 모색>(<한국정치학회보>제38집/2호, 2004/여름, 73~94쪽) 참조. 문지영은 이 글에서 한국사회의 자유주의는 공식지배이념인 동시에 저항이념도 됨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자유주의는 한편에서는 재벌옹호의 자유경제기업원에서 ‘자유주의’ 시리즈를 내는가 하면, 반공과 개발독재에 기댄 <조선일보>가 ‘자유민주주의’를 전가의 보도로 삼는 데서 알 수 있듯 반공숭미주의 및 정실자본주의와 동일시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보수우익의 저속함과 폭력성에 환멸을 느끼는 많은 이들 그리고 사회주의를 염원하는 지식인들에 의하여 자유주의는 비민주적인 부르주아이데올로기이자 기득권의 논리로 간단하게 타기되고 있다.

이처럼 안팎곱사등이의 상황에서 저성장하고 미발달한 우리의 자유주의의 현실은 광복 60주년을 지난 우리 역사의 큰 결손이며, 미래 우리 사회의 전망을 음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다종다기하고 착종되어 있는 자유주의의 이념이지만 그 합리적 본질을 폭력과 천대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때, 자유주의의 결핍은 우리 사회가 아직 폭력과 천대와의 단절이라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런 점에서 우선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의 복권을 시도하고자 한다.3)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의 논의 특히 자유주의에 헌신을 표하는 논의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자유주의에 우호적이고 친한 이들도 자유주의자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한 여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자유주의의 덕목을 선명하게 부각하며 자유주의자로서의 외로움을 감내하여 온 고종석은 신선한 존재라고 할 것이다. <자유의 무늬>(개마고원, 2002)<서얼단상>개마고원, 2002) 같은 그의 저술들은 자유주의적 감수성을 접할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가 단순히 반공이나 자본주의의 이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폭력을 비롯한 모든 의심스러운 권위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며 단순한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위한 사회적 조건까지 생각하는 원리임을 그리고 반민주적이고 강자의 편에 서 있기보다 평등한 정치적 참여를 염원하며 모든 차별과 멸시로부터 약자의 진실과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원리로 해석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4) 자유주의의 개념과 역사에 대한 국내외의 저술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나, 자유주의 일반에 대한 논의를 담은 국내의 저작들만 보면, 우선 자유주의의 개념과 역사에 관해서는 노명식,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 그 비판적 연구>(민음사, 1991); 이근식,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한길사, 1999); 이근식·황경식 편, <자유주의의 원류: 18세기 이전의 자유주의>(철학과 현실사, 2003)가 있으며,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자유주의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김균 외, <자유주의 비판>(풀빛, 1997); 이근식·황경식 편,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자유주의의 의미, 역사, 한계와 비판>(삼성경제연구소, 2001)가 있다.

사실 광복 6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자유주의적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안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오히려 그 자유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 속은 빈약하고 부실하다. 즉 우리 사회는 아직 권위주의, 집단의 논리, 힘의 논리, 폭력과 차별의 만연 등 자유주의와 반대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 자유주의적 성과라는 것도 언제 어떻게 다시 반자유주의적인 질서에 자리를 내어줄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리하여 이 글은 자유주의의 이념적 복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시대 자유주의의 문화의 정착에 대한 염원이기도 하다. 특히 자유주의의 근본이랄 수 있는 자율적이고 충만한 개인, 언제나 진실과 인권에 관해 떳떳함을 잃지 않는 그런 개인들 그리고 그러한 개인들의 연대와 의사소통에 의한 정치질서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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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아주대학교 법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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