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북관계: 분단의 지속과 관계속성의 변화
참여사회연구소가 필자에게 요청한 ‘북한과 대한민국’이라는 글제목부터가 우리 현대사의 복잡미묘한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우리가 북을 언급하거나 혹은 남과 북을 함께 거론하는 명칭만으로도 사실은 지난 시기 남북관계를 웅변적으로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분단 직후 한참 동안 북쪽은 ‘북괴’로 불려야만 했다. 한반도 북쪽에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였고 따라서 실체로 존재하는 국가가 아니라 소련과 공산주의진영의 ‘괴뢰’에 다름 아니었다. 남북간 극단적 대결이 일정하게 완화되고 한국의 체제우위가 일정하게 확인될 즈음에 이제 북쪽은 ‘북한’이라는 호칭으로 자리잡았다. 한반도의 유일정통성은 대한민국, 약칭 한국에 있는 만큼 북쪽정부는 공식명칭을 쓸 수 없고 따라서 북한일 뿐이었다. 다만 최근에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족화해가 증진되면서 남북간 장기평화공존의 필요성을 대세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남측과 북측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표현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남북의 당국이 회담하는 자리나 직접 북쪽인사를 대하는 자리에서 상대방을 의식적으로 존중하려는 측면이 강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이라는 호칭이 훨씬 익숙하다. 이런 고로 이 글의 제목은 아직까지 ‘북한과 대한민국’이고 필자 역시 우리의 지배적 현실을 반영하여 북한으로 부르고자 한다. 그러나 왠지 북한이라는 단어가 북쪽에게 초라해 보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남쪽에게 화려해 보이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어찌 보면 남북관계는 분단의 동의어일지 모른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기에 남북관계라는 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단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 한반도는 아직도 둘로 나뉘어 있고 남북관계는 아직도 유효한 개념이다. 그러나 그동안 남과 북은 조금씩은 다른 관계설정을 해왔고 상대방의 존재 또한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즉 남북관계가 분단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없지만 지난 역사 동안 분단의 남북관계사가 보여준 구체적 상호작용은 일정한 변화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글은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전제하면서 기본적으로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어떤 존재적 의미였고 그에 기초하여 남과 북이 어떤 관계설정을 해왔는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한국중심으로 북한의 존재와 남북관계를 회고적으로 반추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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