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시민정치론_새로운 시민정치 : 존 롤스 ‘무지의 베일’을 단서로


시민정치론
새로운 시민정치 : 존 롤스 ‘무지의 베일’을 단서로

김상준 _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

 
1. 롤스에게 ‘시민정치론’이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존 롤스의 ‘시민정치론’을 그가 남긴 단서를 따라 재구성해 보려 한다. 그 결과 우리가 만나게 될 것은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시민정치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시민정치’란 주권자로서 주권의 핵심영역에서 늘 활발히 행동하는 시민정치, 즉 강한 의미의 시민정치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의 ‘주권적 시민’은 롤스의 이론체계 속에서 ‘정의의 두 원칙’을 도출해내는 ‘본원적 입장(original position)’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롤스의 본원적 입장이란 가장 이상적인 제헌의회와 유사한 것이다. 이 제헌의회의 자리에 롤스는 ‘당사자(the parties)’를 앉힌다. 그러나 롤스의 당사자는 활발한 토론자, 심의자 집단이 아니라 홀로 선 슈퍼컴퓨터에 가깝다. ‘정의의 원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문(input)에 대한 해(解)를 최적성(optimality) 원리에 따라 도출하도록 프로그램된 정밀한 컴퓨터와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롤스의 ‘본원적 입장’에는 참여자들 간의 활발한 의사교환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가 구상한 틀 속에서 정밀한 사고실험의 노고 끝에 롤스는 이제는 널리 알려진 ‘정의의 두 원칙’을 도출해 낸다. 그러나 요구된 원칙을 도출해 낸 후, 롤스의 이론체계에서 ‘주권적 시민’은 사실상 사라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롤스가 말하는 ‘당사자’의 임무인 ‘정의의 원칙’의 도출이 이미 완료되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황금의 원칙이 도출되었으니 이젠 그 원칙을 잘 집행할, 우리가 익히 보고 알고 있는 여러 대의적 기관들과 잘 훈련된 사법부만 제대로 돌아가면 된다”라고 롤스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저작의 전체 구성을 보면 그렇게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것이 롤스가 왕왕 현상유지·현상변호적, 보수적 자유주의자가 아닌가 혐의의 눈길을 받는 이유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롤스는 정의론의 이론가이지, 시민정치론, 특히 앞서 전제했던 바와 같은 강한 의미의 시민정치론의 이론가는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롤스의 ‘본원적 입장’에서 ‘주권적 시민’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였던 것은 우리의 해석적 발견이지, 롤스 자신이 이 점을 의식적으로 강조하였거나 체계적으로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주 에누리 없이 말하자면 롤스에게 강한 의미,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시민정치론이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롤스의 시민정치론’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도대체 있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찾아내며, 또 어떻게 재구성해 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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