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논리를 찾아서
신병현_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강수돌, 홀거 하이데 공저,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자본의 내면화에서 벗어나기』(2009, 이후)
강수돌 교수와 홀거 하이데 교수 덕에 우리는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라는 우리시대 좀처럼 보기 드문 일관되고 짜임새 있는 이론적 논쟁서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진보적 사회운동의 지난한 투쟁들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욱 불안하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가 우리의 주체성에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자고 주장하며, 나아가 이 책은 기존의 사회운동, 저항, 공동체, 연대와 소통에 대해 다시 사유하고 토론하도록 새로운 과제를 도전적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들의 참신한 문제제기로 혹시라도 우리의 삶과 운동의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들과 논쟁의 공간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미 FTA 반대운동이나 촛불 시위의 영향으로 사회운동에 투신한 활동가들의 반성과 대안 탐색의 장이 조금씩 열려가고 있는 마당이기에 그렇다. 또한 다른 이들의 논의를 소개하거나 나름 번역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검토하거나 실천에서 비약하고마는 여러 조류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논리와 근거를 우리가 처한 현실에 천착하여 자신의 실천적인 문제로 제대로 사유하는 이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풍조이기에, 당장 크게 반짝이지는 않지만 논쟁 속에서 갈고 닦아질 수 있는 사유의 내용과 통찰을 담고 있는 소중한 책이기에 이들의 책이 반가운 것같다.
이 책에서는 3부 13장에 걸쳐서 포스트-트라우마 사회에서 자본을 내면화한 뒤틀린 주체성으로서 우리 자신을 성찰할 것을 정치경제학 비판과 정신분석학을 배경으로 삼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그 실천적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의 주목할 만한 특징들 중의 하나는 전체 체제가 홀로그라피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 속에 전체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각 장의 내용들은 전체의 내용을 담고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한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가면서 우리의 삶과 사회운동의 현실에 대한 성찰과 대안에 관한 내용으로 점진적으로 구체화 시켜간다. 따라서 각 장의 내용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논지를 소개하고 주요 논쟁적인 이슈를 확인해 본다.
저자들은 인간을 도구로서 가치화하는 노동사회로서 모더니티의 폭력적인 역사로 조명하고, 이에 근거해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서 그 결과로서 발생한 집단적 트라우마의 영향력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남을 강조한다. 노동사와 정신분석학 연구에 근거해 볼 때, 자본주의 형성의 역사는 산업노동에 적합하게 규율화된 노동계급 형성의 폭력적 역사였고, 이로 인해 외부적인 것의 압도적인 힘에 의해 완전히 무력해지고 그것을 두려움과 공격성으로 내면화하는 트라우마가 집단적 트라우마로 형성되며, 다시 이것이 세대로 전승되어 현재의 노동중독의 사회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세기 전반의 파시즘과 노동운동의 패배를 통해서 그리고 포드주의 규제 체제나 포스트 포드주의의 ‘자유로운’ 체제하의 새로운 자본 권력의 구성과 역사적 트라우마의 갱신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폭력의 고통과 투쟁의 패배로 인한 상흔은 자라나는 어린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역시 흔적으로 남아 전 인간들과 사회 자체가 자본 증식의 과정에 포획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집단적 상흔들은 곧, 두려움을 그 기저로 하는 ‘공격자와의 동일시’ 또는 ‘강자와의 동일시’ 형태로 노동자 투쟁을 비롯한 다양한 저항운동들에서도 작용함으로써, 우리는 저항하는 투쟁 속에서 자본 권력을 닮아가고 무의식적으로 연루되거나 공모하는 역설에 빠져버린 다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신자유주의적 통치와 기업의 현대적 관리기법들이 자유와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동기부여로 특징지어지고 동시에 다양한 포섭과 통제전략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시도와 노동의 세계화에 대해 저항하는 사회운동들마저도 세계화가 갖고 있는 지구사회의 문명화와 해방의 힘이 되기보다는 그들이 극복하려는 병리적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이러한 위기들 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우리의 삶과 노동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에 두려워하고 불안에 찬 방어적인 반응보다는,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차분하게 해결책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심리치유의 견지에서 현실에 직면하여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길들 중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대처 방안을 권한다. 그 길은 첫째로 보다 나은 상황으로 탈출하는 이민이나 다중의 생존방식도 아니고, 둘째로 우리사회의 ‘민주’ 노조운동과 민중 민주운동처럼 싸우다가 적을 닮아가고 대중과의 연대와 소통에서 멀어지면서 자기파괴의 길로 나가는 길도 아니며, 셋째로 굴복하여 강자와 동일시하며 약자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자가 되고 기존 지배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길도 아니다. 그 길은 저항과 형성의 변증법에 따라 맞서 싸우되 전혀 다른 길을 찾는 희망의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단지 정치경제학 비판의 맥락에서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우리가 처한 위기와 사회운동의 막다른 궁지를 돌파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적 과정과 그 근저의 심리적 결과에 주목하여 폭력과 증오의 악순환을 깨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운동은 그 자신이 트라우마에서 회복되는 것을 자기 활동의 불가결한 이슈로 삼는 구체적인 필요에 기초한 탈내면화와 탈동일시의 ‘자본을 넘고 노동을 넘는’ 자기부정과 자기긍정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 하나의 대안으로서 삶에 대한 자기 책임성의 회복, 자기 조직화, 생동하는 연대를 핵심으로 하는 생태적이고 맑스주의적인 대안적 공동체 운동의 논리가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 하게끔 강제하는 그 매력들은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한 동시에 논쟁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몇가지 사항만 간략하게 확인해 본다.
첫째로, 이 책의 저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연한 활주를 추구하는 욕망의 노마드론이나 다중론과는 달리, 논리적 일관성 및 체계성을 갖고, 주체중심성과 실천의 문제에 천착하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특징들이 있다. 그것은 그 논리의 근저에서 엘리트 중심성과 영성주의적 실천 윤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열된 삶의 실재에 거듭 대면하면서도 자기수양과 성찰을 견지하고 결단을 통해 생동적인 연대의 삶에 참여하는 것과 단지 ‘내면적 사표쓰기’나 홀로서기의 시연을 할 뿐인 노동자 민중의 일상적인 삶은 현실적인 간격이 너무나 큰 것 같다. 그렇다고 삶의 질서 자체를 바꾸어내는 작은 실천들이 중요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것이 집단적으로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하비(D. Harvey)가 여러 공동체 운동을 검토하는데서 보여주었듯이, 그리고 Telos지 중심의 비판이론가들의 엘리트적 공동체론이 비판받듯이, 대중을 비판하는 실천과 담론가운데 드러날 수 있는 엘리트적 배타성의 위험을 경계하고, 타자들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 더욱 탐구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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