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00-11-22   1240

사정을 위해서도 검찰 개혁이 먼저이다.

1. 검찰총장 및 차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정치권의 공방으로 유야무야 되면서 야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여당은 대대적인 사정으로 국면을 수습하려 하고 있다. 사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먼저다.

2. 정부와 여당의 사정계획은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사정주체라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국민들은 사정이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 할 수 없을 것이다. 중립성과 독립성에 근본적인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이 자기개혁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사정의 주체로 나선다면 오히려 소신있게 수사를 펼칠 수 없을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또 다른 정치공세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민주당은 대대적인 사정을 이유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3. 검찰개혁은 국민 전체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고 일할 의욕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는 검찰수뇌부의 자성의 발언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 18일 ‘전국 23개 고·지검 및 재경지청 감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자체감찰 활동을 강도높게 펼쳐 비위 직원에 대해서는 일반 행정부처 공무원에 비해 징계 수위를 한단계 높여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발표는 그간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으며 결국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검찰이 진정으로 자기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4.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관철되어야 한다.

첫째, 검찰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검찰총장 및 검사의 인사에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구조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찰 인사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며, 현재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구로 설치되어있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검찰산하에 두고 자문기구에서 의결기구로 격상하여 시민단체 대표 등 외부 인사 참여를 확대해 검찰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의 중립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및 사정기관의 비리 등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전담하도록 하는 상설적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 극소수의 정치사건으로 검찰전체가 매도당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둘째, 검찰조직은 위계적, 관료적 조직 형태를 민주적, 자율적 조직으로 변화시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청법상의 상명하복 규정을 폐지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수정해야 하며 내부결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검사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대로 단독관청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 원칙은 본래 목적과 달리 오히려 검찰내부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결재는 일선 검사업무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선검사의 사건처리를 상사검사가 검토함으로써 현실적으로는 일선 수사검사의 의사를 제약하고 상급검사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각급 검찰청의 장의 법무부 장관 직보 규정을 삭제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과 법무부장관의 구속승인제를 폐지함으로써 사건처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법원에 의한 통제와 검찰활동에 대한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확대하고 검찰심사위원회를 도입해 검찰의 기소독점에 의한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현행 재정신청제도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대해서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전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신청제도를 모든 사건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기소권 행사의 적정성을 감시,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국민참여의 길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검찰심사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본의 ‘검찰심사회’제도의 경우처럼 검찰기소에 대한 불복절차에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검찰의 처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5. 모든 개혁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문제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것은 과거의 기득권에 연연해하지 않는 검찰내부의 개혁의지이며 또한 검찰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온 여야 정치인 모두의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한나라당의 검찰청법 개정안 내용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했던 검찰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에서 고무적이긴 하지만 이런 반성이 동반될 때 진정한 검찰 개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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