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정면충돌하는 주거급여법 통과 규탄한다
국민의 수급권리 심각하게 훼손
별도 전달체계 구축은 이기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안
지난 12월 24일 참여연대는 ‘주거급여법안(국토교통위원장 대안발의)’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에 속한 급여로서 관련 법안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최저생계비와 연계되지 않은 주거급여는 국민의 수급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12월 31일, 수정 및 보완도 없이 「주거급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이번 주거급여법의 통과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통해 보장되던 국민의 수급권리마저 심각하게 훼손하고, 전달체계 내에서 비효율과 혼란을 야기할 것임을 밝힌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하 “기초법”)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실현한 최초의 법률로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총 7개의 급여를 통해 국민들이 최저생계비 이상을 보장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거급여법은 기초법의 개정을 위한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내부의 한 급여부분에 대한 내용을 별도의 법률로 먼저 제정함으로써 기존 기초법과의 관계, 기초법 개정을 위해 진행중인 논의내용과의 관계 등 측면에서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기존 기초법의 여러 급여 중에서도 특히 주거급여는 보장수준이 실질적인 주거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고, 부양의무자기준 및 소득인정액 제도의 한계가 있어, 급여대상자 범위와 급여수준의 확대가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때문에 주거급여 부분의 보완과 확충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주거급여법은 그 내용 상에서 당장의 급여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기초법이 가지고 있던 가장 중요한 의의인 ‘국민의 권리’ 부분을 삭제해버렸다. 주거급여 지급 범위와 수준의 결정권한 등 핵심적인 부분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백지위임하여 현행 기초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로서의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 보장이라는 기준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급여의 수준이나 내용이 국민의 동의 없이 행정부 재량으로 임의로 축소나 철회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말 우리나라 복지제도 근대화의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기초법을 통해 국가의 자선으로서 생활보호가 아닌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서의 공공부조제도’를 법률화한 것이었다. 이번 주거급여법 제정은 이 의미를 무너뜨리는 역사적 후퇴의 시발이 될 수 있다.
기초법상의 급여 중 보조적인 급여에 불과한 주거급여와 관련한 항목만을 갖고서 국토교통부에서 별도의 전달체계를 갖추고 사회복지통합전산망과 아닌 별도의 전산정보시스템을 구축·운용하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 행정비용과 인력의 낭비를 발생시킨다. 현재 공공복지전달체계는 총액인건비 규제로 인해 기존 복지서비스 전달도 어려운 병목과 과포화 상태에 있다. 현재 전담공무원의 부족으로 급여신청에 대한 적절한 조사과정도 진행하기 어렵고, 사례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상으로는 이 인력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별도의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운용하겠다는 것은 현장성이 전혀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시군구 일선 현장의 복지인력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서비스의 분산 개별화는 주민보다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부처의 이익에만 이바지할 뿐이다. 전달체계상의 지연과 혼란은 결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부담이고 폐해이다.
또한, 기초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임에도 이번 입법과정에서 국토교통위원회를 비롯한 국회가 사전에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및 논의 없이 주거급여법을 통과시킨 것은 법적 취지와 맞지 않으며, 절차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더구나 이번 주거급여법이 정부의 입법과제였음에도 정부 발의가 아닌 국토교통위 위원장의 대표발의로 입법화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은 박근혜 정부가 주거급여법을 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 국회를 앞세워 정부와 행정부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킨 것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올해 기초법 개정을 통해 ‘맞춤형 개별급여’를 추진하려는 박근혜정부가 더 이상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거나 권리성 급여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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