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가난한 이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약자복지
부자감세 여파, 또다시 지켜지지 못한 기준중위소득 산출원칙
저소득층 부담 가중시킬 의료급여 개편안 철회해야
오늘(7/25)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인상율을 4인 가구 기준 6.42%로 결정하였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지원대상 선정기준이자 2024년 기준으로 총 74개 사업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중요한 기준선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스스로 정한 기준중위소득 ‘기본증가율’은 최근 3년간 가계금융복지조사 평균 증가율이 원칙이다. 그러나 올해도 중생보위는 경제상황과 세수 여건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재정 당국의 보수적 입장으로 산식값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계속되는 물가인상과 극심한 민생 위기에도 불구하고, 산출원칙조차 지키지 않아 중위소득 통계자료와의 격차 해소를 더욱 요원하게 만든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규탄한다. 또한 과다 의료진료를 이유로 의료급여의 취지를 훼손하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킬 의료급여 개편안은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6.42%로 역대 최대로 인상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도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들이 반복되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올해도 기본증가율 2%대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언론을 통해 세수 부족 등으로 6~7% 인상이 감당하기 어려우니 물가인상률 정도로 기본증가율을 낮추자고 중생보위 위원들에게 제안한 것이 확인되었다. 기획재정부의 해마다 반복되는 억지 주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감세로 인한 재원부족의 책임을 저소득층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임기 내 생계급여 선정기준 35% 상향은 이번 결정에는 빠져 있다. 비록,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했지만,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어들고,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왜 정부의 정책 실패로 저소득층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부정당해야 하는가.
의료급여 개편안도 문제이다. 정부는 과다 외래진료를 이유로 본인부담체계를 정률제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연간 365회를 초과한 외래진료에 대해서 이미 본인부담률을 현행 평균 20% 수준에서 90%로 상향시킨 바 있다. 이에 더해, 의료급여 수급자들에게도 도덕적 해이를 명분으로 의료이용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용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대체로 병의원 내원 일수가 길고 빈곤과 질병이 서로 순환관계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급여가 정률제로 개편될 경우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중증환자들의 경우 치료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200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8%에서 2022년 기준 1.30%로 줄어든 점만 보더라도 의료 과다이용이 아니라 대상과 수준의 과소보장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매년 중생보위 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폐쇄적 운영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생보위는 시민의 복지기준선을 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 기구이지만 정작 기준중위소득이 일상을 좌우하는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의자료나 회의록 역시 ‘향후 해당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며 공개되지 않고 있다. 중생보위는 비정상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방식을 버리고, 회의 일정과 관련 논의 사항, 결정근거 및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급여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만큼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오늘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생보위 회의에서 “현 정부는 저소득층을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주년 취임 기자회견에서 ‘약자복지’를 국정운영의 핵심에 두고 생계급여의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수준을 인상해서 가장 어려운 분들의 삶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실제 통계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중위소득으로는 필요한 국민을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정작 가난한 이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약자복지’는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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