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11-10   1456

[동향1]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 비판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 비판

– 지방자치에 위배되는 反복지적이고 非민주적인 정비조치 –

남찬섭 l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정부는 지난 8월 11일 개최된 제10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이하 “정비방안”)을 의결하고 이어 8월 13일에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이하 “정비지침”)을 각 지자체에 통보하여 동 지침에 따라 정비를 추진토록 하였으며 현재 복지부 공무원 및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으로 하여금 각 시도를 순회하면서 간담회를 개최하여 정비방안을 설명하는 등 정비사업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이하 정비방안과 정비지침에 의거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정비사업을 “정비조치”라 약칭한다). 정부가 정비방안을 통해 발표한 정비대상 사업은 지자체가 시행 중인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사업(6.5조원) 가운데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고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1,496개 사업, 9,997억원(사업 수로는 25.4%, 예산으로는 15.4%)이다.

정부는 정비조치가 어디까지나 지자체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각 지자체로 하여금 정비지침에 따라 수립한 정비계획을 근거로 내년도 예산을 조정하고 이 조정된 예산을 기준으로 정비를 진행한 후 정비결과를 내년 1월 15일까지 사회보장위원회에 제출토록 하고 있으며, 나아가 지자체의 정비결과를 복지부, 행자부 등에서 실시하는 지자체 평가(복지부의 지역복지사업평가, 행자부의 지자체 합동평가)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더욱 최근에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에 대하여는 교부세 감액을 가능케 하는 등 불이익을 제도화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이처럼 강제적인 밀어붙이기로 추진되는 정부의 정비조치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보장(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서비스)의 발전과 지방자치시대에 부응하는 지방정부의 복지기획력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반(反)복지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 본문에서 정비조치의 반복지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비조치의 反복지성과 反지방자치성

주민복지욕구우선원칙에 위배되는 정비조치

정부는 정비방안을 통해 사업목적・기능이 동일 혹은 유사하면서 사업의 대상범위 전부 혹은 일부가 일치하거나 급여유형・제공형태가 유사하면 유사성으로, 동일대상자에 대한 동일한 목적 및 급여유형의 사업이 각각 존재하면 중복성으로 규정하고 있다(사회보장위원회, 2015).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 개념규정에는 주민의 복지욕구가 빠져 있다. 사회보장사업의 목적과 기능은 해당 수혜자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으며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될 수 있고 또 그렇게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사업의 경우 그것은 주민들의 생활상의 복지욕구를 대상으로 하며 따라서 주로 사회서비스의 형태를 갖게 되는데, 이런 경우 사회보장사업은 개별화 원칙, 즉 서비스를 받는 주민 각자가 다른 주민과 상이하게 갖는 개인적 욕구에 주목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목적이나 기능이 유사 혹은 중복인지, 급여유형이나 제공형태가 유사 혹은 중복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은 중앙정부가 생각하는 사업 분류기준이 아니라 주민의 복지욕구여야 한다. 정비방안에 제시된 유사・중복성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것으로 정비조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지역주민들에게 어떠한 의견도 구하지 않은 것이며, 나아가 어떠한 사회적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주민의 복지욕구를 배제한 유사・중복성 개념규정은 사회보장사업의 본질에 위배된다.

정부 스스로 주장하는 수요자중심 복지에 위배되는 정비조치

정비방안과 정비지침 그리고 이들에 근거한 정비조치는 정부 스스로가 천명한 사회보장원칙에도 위배된다. 현 정부는 수요자중심의 맞춤형 복지를 강조하여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주도적으로 발의하여 개정한 사회보장기본법1)에  수요자중심적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개념으로 이른 바 ‘평생사회안전망’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평생사회안전망은 주민의 욕구를 고려하여 소득과 서비스를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를 말하는데2) 사회보장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이와 같은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로서의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게끔 의무화하고 있다3). 다시 말해서,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기본욕구와 특수욕구라는 주민들의 욕구를 고려하여(수요자중심) 그 욕구에 맞춘(맞춤형) 소득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증진시키는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운영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수요자중심의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보다 구체적인 수단까지 법제화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다. 즉, 현 정부는 지난 2014년 12월 제정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을 통해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토록 하고, 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신청자의 욕구를 조사하여 수급자격을 결정하고 수급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수급자의 개별적 사정에 맞춘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하여 급여를 제공하도록 관련 절차(이하 “맞춤형지원 절차”)를 규정하고 이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법 제5조부터 제9조, 제15조)4).

따라서 현 정부는 평생사회안전망이라는 수요자중심 맞춤형 복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개별복지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하여 급여가 상호 중복되지 않게끔 지원하도록 「맞춤형지원」이라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절차까지 마련・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중앙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유사・중복성을 기준으로 추진되는 정비조치는 정부 스스로가 천명한 수요자중심주의에 위배된다.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비조치

우리나라 헌법은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으며5) 주민의 복지증진은 지방자치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이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와 국가위임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예시하고 있다6). 그런데 사회보장기본법 및 사회보장급여법에서 규정한 사회보장급여는 주민의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지자체가 사회보장급여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비조치는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비조치에서 정비대상으로 명시된 사업은 지자체가 국비보조 없이 자체예산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체사업이다. 지자체가 지방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편성한 자체예산은 곧 관할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자체예산 사업을 중앙정부가 지역주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정비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며 나아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함으로써 위헌적 요소마저 가진 조치이다.

정부는 정비지침을 통해 정비대상 사업을 5가지 사업군으로 분류하고 각 사업군별로 정비유형을 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론적・실천적으로 근거가 박약하고 지방자치에 위배되는 것들이다. 예컨대 정비지침에서 분류한 유형 중 사회보험 관련 본인부담금 추가지원사업이나 중앙정부사업과 동일목적의 현금성사업에는 주로 건강보험료 지원사업과 장수수당 등이 해당하는데 이들 사업에 대하여 정비지침은 원칙적으로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관할지역 저소득층에 대해 자체예산으로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 사회보험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고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며 또 장수수당 등은 기초연금의 빈약한 급여를 보완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여론조사 한 번 없이 일률적으로 폐지를 권고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정비지침에서는 지역간 형평성을 들어 지자체 사업의 정비를 권고하고 있기도 한데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이란 다른 지자체가 하지 않는 사업을 특정 지자체가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형평성으로서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이다. 지역간 형평성이라면 뒤처지는 지역을 끌어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지 앞서 가는 지역을 두고서 지역간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그것은 지역복지의 하향평준화로밖에 이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정비조치를 추진하면서 지자체로 하여금 사업정비가 반영된 내년도 예산을 세우게 하고 이 예산을 기준으로 정비결과를 보고토록 하고 나아가 정비결과를 지자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자체로 하여금 사실상 예산삭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강제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지자체가 지방의회와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권리를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제한하여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심각하게 침해함으로써 위헌적 요소까지 내포한 행태이다.

정비조치의 취약한 법적 근거

정부는 정비조치의 추진을 위해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 제7호 및 제9호와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을 들고 있다. 이 중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은 사회보장위원회가 심의・조정하는 사항을 열거한 조항인데 여기에 열거된 호 가운데 제7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이며 제9호는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이다7).

이 중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에서 열거한 내용은 같은 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에 해당하는 것을 열거한 것으로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에 관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개별지자체 간의 개별적인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특별규정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조정 규정인데8) 이 규정을 이번 정비방안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적용되는 시간적인 한계는 동 조항이 발효된 2013년 1월 27일부터이고 그 이전에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나 제도에는 적용할 수 없다.

한편, 법 제20조 제2항 제7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분담이 언급되어 있지만, 현재 정부의 정비조치는 지자체의 자체사업을 대상으로 하므로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느냐 여부를 떠나 사실상 비용분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또한 법 제20조 제2항 제9호의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과 관련하여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전달체계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제29조에서 전달체계가 갖추어야 할 특성 등을 전달체계 구축을 규정하면서 다소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전달체계는 지역적・기능적으로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전달체계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사회보장급여가 적기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는 전달체계 운영에 필요한 인력・조직・예산을 갖추어야 하고 또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전달체계가 연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9). 이러한 전달체계 규정으로부터 어떻게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의 정비방안의 근거를 찾아낼 수 있는지는 매우 불분명하다.

정부가 정비조치의 또 하나의 법적 근거로 든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로 하여금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10). 그런데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이며 중앙행정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행사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을 정비조치의 법률적 근거로 든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근거를 들기 위해 해당하지도 않는 조항을 끌어들인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도・감독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조언・권고・지도는 일반적인 사무에 관한 것이며 지방자치제를 규정한 헌법 및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지방의회의 입법권 행사에 따른 조례에 근거한 복지사업을 폐지하거나 변경・축소하라는 것은 자치사무의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장관이라 하더라도 정비방안이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지자체의 자체사업이어서 지도・감독권의 행사가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정부는 정비조치를 지자체에 강제할 새로운 법적 근거의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비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우회하려는 회피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지난 9월 30일 행정자치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여 사회보장위원회의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정안은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 제26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협의 및 조정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협의 및 조정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지출한 금액 이내”에서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 및 제3항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복지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협의・조정 조항이다.

그런데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은 이번에 정부가 새롭게 들고 나온 조항이다. 즉 이 조항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여기서 말하는 심의・조정은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관한 일반적인 심의・조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사회보장사업에 관한 일반적인 심의・조정에 대해서도 지방교부세 감액이라는 강제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과 관련하여 지자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비민주적이고 통제일변도의 중앙집권적 정책을 강행하려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재해석하는 무리한 시도까지 벌이고 있다. 즉, 최근 법제처는 성남시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1항 및 제2항의 “협의”의 구속력에 관해 질의한 것에 대하여 지난 9월말 경 회신을 하면서 동 “협의”는 “합의” 내지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구속력이 있는 것이며, 만일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을 통하여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것임을 시사하는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법제처의 논리는, 간단히 말하면, 복지부는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책임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 개입할 수 있고 그 개입은 지자체와의 의견일치까지 요구하는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와 책임이 있다고 해서 개별 사회보장프로그램에까지 모두 개입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법제처 논리대로라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지자체의 자치권과 본질적인 고유자치사무인 주민복지사무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결정되고 집행되는 결과가 되어 지자체로 하여금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토록 한 조항이나 지역주민의 복지욕구를 조사하고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지원토록 한 조항 등이 모두 필요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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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비조치

정부가 추진하는 정비조치는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예산 추이에 비추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및 사회복지예산, 그리고 사회복지예산 중 자체사업 예산과 보조사업 예산의 추이를 정리하면 <표 1-1>과 같다. 이에 의하면 지자체 세출예산총액(순계) 중 사회복지예산은 2008년 16.4%에서 2013년에는 21.9%에 이르러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복지예산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자체사업이 아니라 보조사업이다. 즉, 2008년부터 2013년 동안 보조사업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1.5%로 자체사업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2.4%보다 훨씬 높다. 그리하여 사회복지예산 대비 보조사업예산은 2008년 85.8%에서 2013년 90.4%로 증가하였으며 반대로 자체사업예산은 2008년 12.7%에서 2013년 8.8%로 하락하였다. 이는 중앙정부 각 부처가 국고보조사업으로 내려보내는 사업이 지자체의 복지예산 규모 증가에 더 크게 기여하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정부는 그 비중이 날로 감소하고 있는 사회복지 자체사업에 대해 정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서 정비방안 불이행시 지방교부세마저 감축하려고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여 재정적으로도 독자적인 지역복지를 폐지 내지 대폭 축소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정부가 말하는 사회보장사업의 유사・중복성은 그 주된 원인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보다는 오히려 중앙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혹은 상호간의 소통이 결여된 채 지방에 내려 보내는 보조사업이 지방의 사회보장사업의 혼란을 초래한 주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중앙정부 사회보장사업을 정비 내지 축소하는 근거로 동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앙정부 각 부처는 기능별로 분류되어 있고 이들 각 부처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복지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특히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사회서비스 확충 필요가 큰 현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처간 칸막이(inter-departmental fragmentation)가 사회보장사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기능별로 분류된 정부의 조직구조상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관료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통의 결여 문제를 감소시키기 위해 복지부를 중심으로 부처간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국고보조사업의 실제 수행자인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정부 각 부처의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으로 내려감에 있어서 중앙의 국고보조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보다는 국고보조사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인력보강과 같은 양적인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거버넌스를 복지업무 중심으로 재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지자체의 거버넌스를 복지중심적으로 전환할 때 중앙정부가 말하는 유사・중복성이 주민의 복지욕구를 기준으로 판단되면서 감소될 수 있을 것이며 수요자중심 맞춤형 복지가 서서히 실현되어 복지체감도가 향상될 것이다.

지역복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방안

지금까지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의 반복지성을 주민복지욕구우선원칙과 지방자치, 법적근거, 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의 현실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본문에서 누차 언급한 것처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비조치는 현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지방자치의 본질에 비추어보나 사회보장사업의 본질에 비추어보나 하나같이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가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노력을 억압할 뿐이다. 따라서 지역복지의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정비조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유사・중복은 곧 비효율이며 예산낭비라고 전제하고 있을 뿐 무슨 기준에 비추어 유사・중복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비효율을 시정하여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도 적절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유사・중복사업을 정비하여 절약한 예산을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이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인력의 대폭적인 보강과 조직, 즉 전달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외면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둘째, 따라서 정부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지역복지의 증진에 필요한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이행하고 이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본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사회보장기본법과 사회보장급여법은 지역복지를 유도하고 이를 증진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규정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요자중심적 맞춤형 사회보장인 평생사회안전망을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러한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운영토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급여법은 수요자중심 맞춤형 사회보장을 위해 주민들로 하여금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토록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신청에 대해 신청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수급여부를 결정하며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복된 급여가 제공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맞춤형지원 절차). 나아가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과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사회보장급여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토록 하고 있으며 사회서비스의 품질기준 마련, 평가 및 개선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담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하여 급여관리와 품질관리업무를 규정하고 있다(법 제30조 제1항 및 제2항).

그리고 사회보장급여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로 하여금 시・도 및 시・군・구 간 사회보장수준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예산배분, 사회보장급여의 제공기관 등의 배치 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 사회보장의 균형발전을 명시하고 있으며(법 제45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지역사회보장균형발전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46조). 또한 이 모든 것들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사회보장전달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사회보장기본법 제29조 제2항).

이러한 조항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보장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정책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다.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서 중앙정부는 얼마든지 전국적으로 일관되면서도 최저한의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사회보장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 정책수단들의 실행을 위한 인력과 조직, 예산을 장기적인 계획 하에 확보・구축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내걸고 있는 수요자중심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의 협의・조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복지에 대한 각종 통제정책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협의・조정을 규정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1항, 제2항 및 제3항에서 유래한다. 2012년 1월 26일 전면 개정되어 1년 후인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이러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0조 제4항에서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 시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 협력할 의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복지부장관이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무분별한 복지정책의 시행이나 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복지인력의 업무부담 가중, 지방재정의 악화, 급여의 중복・누락, 유사목적의 사회보장제도 도입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나(보건복지위원회, 2011), 이러한 평가와 반대로 이 규정은 지역복지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충돌하는 규정으로서 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서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서비스 및 급부가 열악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복지 확대보다는 지역복지 축소 내지 자율성 억압의 강제 수단으로 작용하여 복지의 후퇴 및 획일화,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고, 국민들 및 지역 주민들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비조치 파동도 결국 위와 같은 사회보장기본법 관련 조항들을 중앙정부가 재정사정 및 복지팽창 욕구를 억제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법률 조항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고,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을 통하여 이를 시정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보건복지위원회. 2011.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 법률안 심사보고서」, 대한민국 국회, 12월. 
보건복지위원회. 2013.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및 제공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 대한민국 국회, 6월. 
보건복지위원회. 2014.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 대한민국 국회, 4월. 
사회보장위원회. 2015.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 제2호 의안. 8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 2015.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 사회보장위원회. 
행정자치부. 각년도. 지방재정연감. 재정고(http://lofin.moi.go.kr). 

1)현행 사회보장기본법(법률 제12844호)은 2011년 12월 말 국회를 통과하여 2012년 1월 26일 공포되었으며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
2)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정의) 1~4. <생략>
5. “평생사회안전망”이란 생애주기에 걸쳐 보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욕구와 특정한 사회위험에 의하여 발생하는 특수욕구를 동시에 고려하여 소득ㆍ서비스를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3)사회보장기본법 제22조(평생사회안전망의 구축ㆍ운영)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생애 동안 삶의 질을 유지ㆍ증진할 수 있도록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야 한다. ② <생략>
4)사회보장급여법 제5조(사회보장급여의 신청), 제6조(사회보장요구의 조사), 제7조(수급자격의 조사), 제8조(금융정보 등의 제공 등), 제9조(사회보장급여 제공의 결정), 제15조(지원계획의 수립 및 시행)
5)헌법 제117조 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이하 생략>
6)지방자치법 제9조(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 ①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구역의 자치사무와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예시하면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생략>
2.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
가.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
나. 사회복지시설의 설치ㆍ운영 및 관리
다. 생활이 곤궁한 자의 보호 및 지원
라.
노인ㆍ아동ㆍ심신장애인ㆍ청소년 및 여성의 보호와 복지증진
마~차. <생략>
3~6. <생략>
7)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①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ㆍ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ㆍ조정한다.
1.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2.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3. 사회보장제도의 평가 및 개선 4.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 5. 둘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이 관련된 주요 사회보장정책 6. 사회보장급여 및 비용 부담 7.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 8. 사회보장의 재정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 9.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 10. 제32조 제1항에 따른 사회보장통계 11. 사회보장정보의 보호 및 관리 12. 그 밖에 위원장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
8)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협력하여 사회보장급여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④ <생략>
9)사회보장기본법 제29조(사회보장 전달체계)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사회보장급여가 적시에 제공되도록 지역적ㆍ기능적으로 균형 잡힌 사회보장 전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 전달체계의 효율적 운영에 필요한 조직, 인력, 예산 등을 갖추어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사회보장 전달체계가 효율적으로 연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0)지방자치법 제116조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지도와 지원)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ㆍ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하 생략>

월간 <복지동향> 2015년 11월호(제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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