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5-10   1168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의 관계 모색

지난 4월 20일부터 23일에 열린 한국사회복지학회 주최로 열린 '2001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사회복지분야에 맞게 여러 가지 주제가 다루어졌다. 이 중에서 '시민사회와 사회복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표회는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가 각각의 입장에 대해 서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간에 서로 공감하고 있었던 바에 대해서는 확인의 장이 되었고,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해 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연대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시민사회와 사회복지'와 관련한 제 1주제에는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의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며'라는 제목으로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의 발표가 있었고, 이에 대해 한남대 이태영 교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류승표 기획연구실장의 토론이 있었다. 제 2주제는 '사회복지계에서 본 시민단체와 사회복지'라는 제목으로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 안용완 부회장의 발표가 있었고, 성공회대 이영환 교수, 대전 참여자치연대 김제선 사무처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 1

제 1주제 발표자로 나온 김기식 실장은 시민운동단체의 역할에 있어서 사회복지분야의 경우 그 정치, 사회적 중요성이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활동이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전반적으로 시민운동 진영 내에 사회복지문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관련단체를 제외하고는 사회복지분야를 운동과제로 삼는 단체는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회복지분야에서 시민운동단체의 활동은 주로 연대사업으로 진행되었는데, 오랜 개발독재기간을 거쳐 여전히 성장주의에 기초한 선성장-후분배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개별단체의 힘만으로는 운동의 성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사회복지문제의 성격 때문이라고 보았다.

시민단체 내부적으로 사회복지계가 정부에 의존적이며,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날 의지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유대감보다는 상호구별정립하여 인식하는 경향, 나아가 사회복지계를 이익집단적 성격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물론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운동, 영유아보육법 개정운동 사회복지서비스분야의 현안이 제기되거나 에바다 사건과 같이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회복지계의 요청에 따라 시민단체가 사업에 참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설비리문제, 시설 평가 및 위탁문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과 갈등의 존재에 대해 발표자는 개발독재형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짓눌린 한국사회의 취약한 국가사회복지시스템하에서 그 동안 민간영역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올 수 밖에 없었던 사회복지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으로 인한 한계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사회적 한계, 정치적 한계, 조직적 한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우선 사회적 한계로는 일반 사람들이 사회복지에 대해 갖는 인식이 국가의 시혜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 간접 수혜대상자가 되기 전에는 사회복지문제를 자신의 문제, 혹은 사회공동체 구성원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정치적 한계로는 한국의 열악한 기부문화 속에서 기존 사회복지시설 등의 운영자금은 대부분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해 왔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존성은 심화되었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거정치의 도구화된 측면도 있다는 점 등이 대중적으로 사회복지관련단체와 법안에 대해 관변단체로 인식되는 경향을 가져오게 하였으며, 이는 사회복지계의 사회, 정치적 발언권은 결정적으로 약화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적 한계로는 자기 영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것이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특성이지만, 사회복지서비스분야의 특성상 시민사회 내적인 교류와 상호관련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회복지계 역시 강한 조직적 배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어적이며, 때로는 서비스의 수혜 대상자나 지역주민의 요구보다 집단 내적인 요구와 이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복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사회복지제도가 발달한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듯이 이러한 현실은 오직 운동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도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나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따른 국민의 다양한 사회복지 욕구의 증대는 사회복지운동이 활성화되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특히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제도의 확대는 전국민을 사회복지의 이해당사자로 만듦으로써 사회복지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사회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단체 내부적으로 사회복지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고, 사회복지분야를 운동과제로 하는 많은 단체가 만들어져야 하고, 시민단체간 연대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계와 시민운동이 폭넓은 연대를 통해 사회적 힘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토론1

김기식 실장의 발표에 대한 첫 번째 토론자로 나온 이태영 교수는 시민단체들과 사회복지계가 연대하여 사회복지운동은 전개하는 것이 우리 사회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의가 없으나 발표자가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 사회복지계의 한계는 사회복지계와 시민운동의 목표는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 시민단체가 복지문제와 관련하여 노력하고 성과를 거둔 부문들이 사회보험개혁운동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이었던 것은 이 영역들이 사회복지서비스보다는 권리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인데 반해, 사회복지계가 담당하는 영역은 전국민 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빈민이나 장애인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단체들이 주로 제기하는 이슈는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부당하거나 불편을 느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슈들이라는 것이다. 토론자는 정리하면서, 시민단체들과 사회복지계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앞으로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공조의 자세를 가지고 연대보다는 이슈 네트Ÿp(issue network)의 형태로 활동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토론 2

두번째 토론자로 나온 류승표 실장은 사회복지발전을 위해 시민단체에서 전개해 온 많은 활동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고 우선 밝히고 나서 발제문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점을 지적하였다. 첫번째로 발표자가 주장하는 연대가 사회복지주체와의 연대인지, 시민단체들과의 연대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것과 두번째로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로 참여할 경우 관련 단체와의 입장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문제, 영역침범에 대한 정서적 반감 발생 우려 등의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발표자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부분들은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와의 협력관계, 그리고 역할의 정립 등의 설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발표자가 사회복지계의 한계를 사회적 한계, 정치적 한계, 조직적 한계 등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왜 사회복지계가 이러한 한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였다. 이러한 질문과 더불어 토론자는 나름대로의 대안으로, 연대의 측면에서는 비리문제가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인수·인도제의 도입 추진, 복지서비스 분야 표준운영비를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예산지원 요구활동 연대, 기부문화정착을 통해 사회복지사업 재원 마련과 국민들 세금공제 혜택 확대, 회계감사제 도입과 사회복지윤리위원회의 구성을 제시하였다. 덧붙여서 그는 시민단체들이 사회복지계에서도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준향상,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선 등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서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발표 2

제 2주제에서는 사회복지계의 입장에서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내용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자로 나온 안용완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시민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시민단체와 정치권력과의 관계설정의 문제를 들었다. 시민단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의 추진, 국민연금제도의 개선 등 국가정책에 개입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시민사회발전기본법 추진 등 관련법과 제도 제정 등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대표들은 관련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차치하더라도 법과 제도의 제정을 준비하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민간분야와는 일체 상의없이 홀로 법과 제도를 제정했으며, 실업극복국민운동과 사회복지공동모금과 같은 민간기금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여 전체 금액의 상당부분을 사회복지계보다는 운동적 성격을 가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에 지원했다고 비판하였다.

둘째, 시민단체 스스로의 목적과 역할 재정립 및 정체성 확립의 문제이다. IMF사태 이후 경실련과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와 종파를 초월한 종교단체가 사회복지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은 사회변화와 함께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업자와 노숙자의 증가가 국가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계획과 실천이 사회복지계든, 시민단체든, 종교단체든 누구에 의해 집행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든지, 구호단체의 난립으로 사업이 중복되어 예산의 낭비가 된다든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는 정부와 '비판적 협력' 관계가 될 것인지, '지속적인 갈등' 관계를 견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체성이 요구되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셋째, 시민단체들이 과연 프로그램 수행에 따른 전문성은 있는지, 회계, 경영은 투명하게 하고 있는지,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사업수행을 하는지, 사업의 효과성은 있는지 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면서 발표자는 결론적으로 시민단체는 특정 정치집단이나 종교집단의 이해관계나 목적을 위해 사회운동을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확립하여 진정한 공익성을 추구하는 생활개혁, 사회개혁에 앞장서고, 관련 전문단체와 구체적인 역할분담을 하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하였다.

토론1

이 발표문에 대한 첫번째 토론자로 나온 이영환 교수는 발표문의 내용이 시민단체의 사회복지 역할에 대한 오해가 상당 부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시각 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우선 그는 발표자가 다양한 시민운동을 단일한 실체인 것처럼 단순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NGO들은 그 목적이나 조직, 주요사업, 역사적 맥락, 운영방침 등에서 천차만별인데 이렇게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시민운동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프로그램 운영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결여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직접서비스를 행하는 것은 곤란하며, 예산 집행의 투명성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는 발표자의 지적은 앞서 언급한 시민단체들의 다양성이 간과한 것이라고 부연설명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영환 교수는 발표자가 시민단체의 예산집행의 투명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나, 시민단체는 고질적인 저임금노동 구조 하에 있으며, 지금의 시민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활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이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이와 더불어 시민단체들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금배분과정을 지배하면서 사회복지계를 배제하거나 일체의 상의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발표자의 지적에 대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토론자는 발표자의 원고 중에 시민단체에 대한 오해가 있는 부분들을 이상과 같이 지적하면서, 사회복지계와 시민운동 사이에 이와 같은 불신과 오해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우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시민운동을 위시한 광범한 사회운동세력과의 연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사회복지운동세력의 결집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하였다.

토론 2

두번째 토론자로 나온 김제선 처장은 발표자가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기본 방향을 시민운동의 과잉권력화 측면에 기울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발표자가 IMF관리체제로 인해 시민들로 하여금 그 간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비판적 관심을 높혀 주었으며, 이러한 시민들의 관심에 시민단체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한 결과가 시민운동의 성장 배경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토론자로 나온 김 처장은 시민단체의 급속한 팽창과 압축성장 현상은 과잉권력화 측면에서가 아니라 조직과 전략상의 문제점으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시민운동이 문제 제기를 통해 사회적 여론의 환기를 시키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결정을 관철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당한 수가인상 때문에 생긴 건강보험 재정파산을 의약분업과 시민단체에 돌리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약분업의 추진과정 중에서 내용적인 측면은 시민단체의 정책의지가 관철되지 못하였으며, 이는 시민운동이 아직 과잉권력화되어 있기보다는 여전히 과소권력화되어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시민운동의 정치적 유착을 통한 과잉권력화의 시각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역시 시민운동 측에서는 유념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자리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진전된 협력의 단초는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로 정리하였다.

이상에서 논의된 시민운동과 사회복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표회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가 각각의 영역에서 사회복지발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오해와 불신이 있어왔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발표와 토론을 마치면서 서로가 공감했던 것은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어 가는 사회복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편집부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5월호(제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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