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책상 옆의 전화기가 힘차게 울어댄다.
"예,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북지부입니다."
"아 예, 안녕하셨습니까?"
"예, 8월 30일요, 시간은요?"
"예, 알았습니다. 그 때 뵙기로 하죠."
"예, 안녕히 계십시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들리는 전화벨 소리
"예,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북지부입니다."
"아… 예, 안녕하셨습니까?"
"글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애초 일정으로는 다음주부터 실사가 있을 예정이고, 9월 8일까지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보건복지부가 공지를 했거든요."
"예, 그러죠 뭐, 제가 한 번 알아볼께요."
아침 8시 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조간을 막 읽으려고 하는데, 벌써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물론 항상 이러지는 않지만.
전북지역에는 현재 자활후견기관이 14개소-이 중 10개소가 올 해 상반기에 신규 지정-가 있다.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북지부는 전북지역 내 14개 개별 자활후견기관들간의 소통과 교류를 책임지고 있으며, 자활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제공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자활활동가들에 대한 정례적인 교육과 훈련의 기획 및 집행도 맡고 있다.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북지부는 2000년 10월에 출범을 하였다.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1개소만 활동하던 자활후견기관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을 앞두고 3개소가 추가 지정되면서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의 정관에 의거하여 탄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2001년 1월부터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사무실을 내서 지부 사무국을 구성하고 상근 인력도 배치하면서 자활정보센터로서의 역할을 일정 부문 맡기기로 하였다.
2001년 들어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북지부는 자활지원사업 설명회(1월), 전북지역 자활지원사업 현황 발간(3월), 전북지역 민-관 간담회(5월), 자활을 위한 사랑과 희망의 어울마당 개최(6월), 사회적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 토론회(7월), 자활지원사업 이해를 위한 핸드북 발간(7월), 2001년 신규활동가워크샵(7월)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편 분기별로 정기적인 활동가 교육을 진행하여 활동가들의 실무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으며, 월 1회 '자활학교'라는 이름의 교육을 통해 활동가들이 지역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홈페이지(http://www.jbjahwal.org) 운영, 주간 소식지의 발행 및 월례 실장단회의 등을 통해 각 자활후견기관간 소통과 교류의 매개지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신규자활후견기관들에 대한 지원과 전북지역 내 자활사업간 네트워크 구성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그러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자활지원사업'이라는 명칭과 익숙하게 된지도 만 3년이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무엇보다 여전히 국가의 역할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복지 영역에서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지방의 역할을 부각시켜 복지를 확대한다는 취지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자활후견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 틈엔가 만 3년이 흐르게 되었다.
만 3년전에 당시 전북에서 처음 지정된 전주자활지원센터는 전국에서 14번째로 지정된 자활후견기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북지역의 자활후견기관만 해도 14개소이다. 전국적으로는 157개소이고. 그러나 자활후견기관이 늘어난 것이 자활후견기관의 사업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위한 국가적 동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자활후견기관의 활동가들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국가는 '퍼주기식 복지'를 경계하고 있으며,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면서 민간에 대한 통제자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은 여전히 중앙중심의 표준화된 계획의 집행에 급급하고 있을 뿐 자활지원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창조적 역할은 부족하다.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의 삶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시선으로 자활후견기관을 바라보고 있기까지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과정에서 공동체적 정신이 거의 파괴되고 오직 경쟁력과 효율성만이 사회적 진리로 작용하고 있다.
기관 종사자보다는 '자활활동가'
이런 상황에서 많은 자활후견기관의 실무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운동'에서 찾고자 한다. 그래서 '자활활동가'라고 서로를 호명한다. 그런데 운동이 주체적 대응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바로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연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대는 그 결과일 수도 있다. 자활지원사업에서 유난히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단지 말 좋아하는 이론가들이 '수사(rhetoric)'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경쟁력과 효율성만이 사회적 진리로 작동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변화'는 곧 연대의 확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활후견기관의 종사자들이 '자활활동가'로서 호명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연대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되새겨진다.
그런데 종종, 각각의 자활후견기관들이 진행하는 많은 노력들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국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측면들이 눈에 보일 때가 있다. 각각의 자활후견기관은 분명 하나의 독립된 기관이지만 '연대'를 빼고 자활을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자활후견기관의 훌륭한 성과를 위한 노력 못지 않게, 지역사회 전체의 훌륭한 성과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본다. 자활지원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9월호(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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