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기대보다는 우려
때 아닌 ‘전봇대’가 유행어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말이 신조어인양 상종가를 치고 있다.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가 함축된 이와 같은 말의 성찬에서 ‘노동’은 차라리 생뚱맞은 느낌이다. 정권 인수위원회에 노동관련 전문가가 일천하고, 노동부문 관련된 보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단지 노동부문 관련해서 인수위가 한 것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 경찰, 노동부가 참여하는 ‘산업평화정착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며칠 만에 철회한 것이 고작이다. 이쯤 되면 ‘역시나’ 수준을 넘어서서 ‘반노동정책’과 이에 따른 노정갈등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관련된 이명박 당선자의 인식은 다음과 같은 말로 대표된다. “근로자는 노동생산성을 향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을 전제로 비정규직의 임금이 상승돼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근본적으로 10년간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으로 들어가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07. 9. 5. 한나라당 토론회에서의 이명박 당선자 발언) 이와 같은 발언은 전형적인 성장론에 입각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이 겪는 저임금과 차별이 노동생산성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있다. 노동문제를 경제문제의 하위변수 정도로 취급했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한계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다 노골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복지 문제에 대해 차기정부에 바라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난감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복지 현황
노동자에게는 가장 큰 복지가 임금이다. 비정규직에게는 더욱이나 그렇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인터뷰하거나 설문조사를 해보면 노동시간단축, 산업안전보건, 산업재해예방, 각종 사내복지나 사회보험 적용 등에 대한 요구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 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임금과 고용안정인 까닭이다.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여 2007년 8월 기준 노동자 임금을 살펴보면, 전체 임금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175만원이며, 그 중 정규직은 239만원, 비정규직은 119만원이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놓고 비정규직 임금의 수준을 따져보면 49.9% 수준에 불과하고, 이러한 비율은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정규직 남성 임금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정규직 여성은 66.1%, 비정규직 남성은 53.9%, 비정규직 여성은 36.0%이다.
이와 같이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고용지위로 인한 차별과 성차별의 대표적 지표이고 그 어떤 복지항목 보다도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임금 이외의 노동복지로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간외수당, 근로시간, 유급휴가, 퇴직금, 모성보호조항 등과 비법정 사내복지인 상여금, 식대․교통비 보조, 주택비 및 자녀교육비 보조 등이 있다. 또한 사외복지로는 대표적으로 사회보험적용이 있다. <그림2>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정규직의 경우 사회보험과 법정/비법정 복지 적용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고용보험과 시간외수당, 유급휴가의 적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모두 70% 이상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사회보험 적용률은 30%대이고 그 외 복지항목의 적용률은 20% 이하이다. 임금에서의 격차뿐만 아
니라 법정/비법정, 사내/사외 복지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비정규직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의 남용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복지에서의 차별은 결국 비정규직이라는 고용지위로부터 나온다고 했을 때 비정상적인 비정규직 남용현상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유제한을 도입하는 기간제법(기간제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사용사업주(원청)의 법적 책임을 확대하는 간접고용 규제 조항 도입,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등이 제도적 대안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본고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상술하지는 않는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는 것이다. 기간제법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러한 규정은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도록 되어 있다. 우선 적용 대상자가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만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 또한 노동자 개인에게만 차별시정 신청권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의 이의신청은 인정되지 않음으로 해서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 적용범위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로 확대하고 신청권자에 노조도 포함해야만 최소한의 법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차별시정을 통한 임금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제의 현실화이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거나 경계선에 있는 노동자가 200만 명 가량 된다. 최저임금(2008년 기준 시급 3,770원)은 법의 목적인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하루 8시간 풀타임으로 근무를 하더라도 8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중고령 노동자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 현실화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 다음으로는 비법정 사내복지를 강제적으로 적용하도록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회보험의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을 강구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경우 그나마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준조세개념인 사회보험료 납부를 회피하기가 쉽고, 이러한 사정이 사용자의 비용절감 의도와 맞아떨어져서 자발적으로 사회보험 적용에서 배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의 일정부분을 절감해주는 방식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련의 제도적 개선은 ‘보다 평등한 노동, 보다 인간다운 노동’이라는 친노동 관점을 가질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이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한 복지국가의 방향이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2월호(제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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