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7-02   2251

[심층분석 3] 의료보장 사각지대 실태와 개선방향


의료보장 사각지대 실태와 개선방향
– 건강보험료 체납에 따른 급여제한을 중심으로 –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최근 유행한 영화 시코를 보면 미국에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없다. 국가가 보장하는 빈곤층 의료보장제도 대상자도 아니고 민영의료보험을 가입하지도 못한 인구가 오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989년에 전국민이 의료보험 가입자로 확대된 이래 누구나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인구의 3.6%에 해당하는 180만명 정도는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제도상 건강보험 가입자이거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 의료비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 혜택도, 의료급여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노숙자, 결혼 이주여성, 이주 노동자 등 수만명에 이르며, 건강보험제도상 급여제한 규정에 의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급여제한제도
  
급여제한(국민건강보험법 제 43조)이란 건강보험료 체납자들중 일정한 기준(현행 보험료 3회 이상 체납)에 해당하는 자들에 대하여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이다. 사회보험제도는 보험료를 기부한 자에게만 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 즉 소득이 있는 가입자에게 적절한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자들에게 보험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보험혜택을 이용하려는 이른바 ‘무임승차자(free rider)’를 배제하는 동시에 가입자에게 보험재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보험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급여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험료 체납자 관리제도는 몇 가지 특징은 갖고 있다. 첫째, 체납자에 대한 불이익이 강력하며 중복적인 조치를 가하고 있다. 급여를 제한하고, 체납된 보험료에 대하여 가산금을 부과하며, 부당이득금을 징수한다. 둘째, 보험료 체납자 발생 예방보다 발생 후 체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다. 보험료 체납자 발생을 예방하는 대책으로는 ‘보험료 경감’ 이외의 다른 방안이 없다. 셋째, 보험료 경감조차 그 대상자가 제한적이며, 경감액을 최대 50%로 하고 있어 실질적인 보험료 체납 예방대책으로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보험료 납부능력이 없는 자들에 대하여 ‘결손처분’을 통해 체납보험료를 탕감해주고 있지만,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체납보험료 전액을 탕감하지 않고 일부는 체납자가 스스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여 이들이 여전히 급여제한을 받고 있다. 실례로 2007년 10월 정부는 72,084세대에 대하여 결손처분을 했으나 23.5%에 해당하는 16,940세대는 결손처분 이후에도 여전히 급여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화원 의원 2007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인용).

또 다른 문제는 보험료 체납자가 병의원, 약국 등을 이용할 때 직접 보험급여 혜택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의료이용 당시에는 의료기관이 자격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체납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진료받은 후에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비용을 ‘부당이득금’이라고 하여 체납자에게 받아내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보험료가 체납되더라도 의료이용시 일반 환자와 동일하게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는 점에서 체납자에 대한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즉 건강보험공단은 체납자의 의료이용으로 발생한 건강보험 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간주하여 환수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체납자들의 의료이용을 마치 불법적인 행위이자 부도덕한 행위로 평가하는 인권침해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3회 이상 체납자 실태


건강보험료 체납자는 대부분 지역가입자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직장에서 월 급여액에서 보험료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고 있으며, 납부의무가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직장가입자에게 보험료 체납으로 인하여 급여제한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7년 8월 현재 지역가입자 중 보험료를 3회 이상 체납하여 급여제한이 되고 있는 세대는 약 209만 세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역가입자 4 세대 가운데 1 세대 이상이 해당되는데 증가속도를 보더라도 2004년 129만 세대에 비하여 3년만에 60% 이상 증가하는 등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06년 136만 세대로 줄어든 것은 당시 생계형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체납보험료를 대규모로 탕감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임)


이처럼 보험료 체납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건강보험 수가가 매년 인상되고 있으며, 노인인구 증가로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또한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00년 이후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등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소득이 취약해지는 것도 사회적 배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배경이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 즉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세대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험료를 3회 이상 체납한 자들이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 총액은 현재 약 1조 3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들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의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역가입자 중에서 보험료 3회 이상 체납세대의 연간소득 및 재산현황을 살펴보면 연간소득이 100만원이 안되는 세대가 86.1%, 재산이 100만원 미만으로 평가되는 세대가 84.1%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보험료 납부능력이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보험료 납부능력이 부족한 세대의 경우 체납된 보험료를 탕감하더라도 또 다시 체납자에 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지 못하여 건강보험 제도안에 남게 되고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결국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감신 등(2007)이 보험료 체납으로 급여가 제한된 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2%는 지난 6개월 안에 몸이 아팠지만 병의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보험료 체납자 급여제한이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이용마저 가로막는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체납기간 동안 병의원을 이용한 경우는 ‘타인의 보험증을 빌려 사용했다’고 2.7%가 응답하였는데 이는 필요한 서비스가 제한될 경우 체납자들을 오히려 불법적 행태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험료 체납자들의 목소리


보험료를 3회 이상 체납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에 대한 실태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보험료 체납자 급여제한에 대한 인식을 보면, 보험료를 3회 이상 체납할 경우 보험혜택이 중단되는 것은 보험료 체납 고지서에 표기되어 있으나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나중에 알게 된 경우 체납자들은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보험료 체납 사유는 사업실패, 다단계 관련 피해, 건강상 이유로 인한 가장의 실업 등 빈곤이 원인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보험료 체납의 직접적인 사유와 별개로 체납이 장기화되는 원인이 있었다. 이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수입의 변동이 보험료 산정에 반영되지 못하며, 체납보험료 분할납부 방식이 융통성이 없이 적용되고, 재산압류 등으로 인한 반발감을 사기 때문이었다.


급여제한을 알고 있는 자들의 경우 아파도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결국 급여제한이 의료이용의 권리,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험료 체납자 급여제한제도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잘못되었다’는 비판적 의견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개인적인 원인으로 돌리는 죄의식도 발견되었다.

체납자들은 대체로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보험료를 납부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납부능력에 비해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보험료 경감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체납자 급여제한 개선방안


건강보험료 체납자 대책은 두 가지 방향을 구분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자중에 경제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체납하는 일부에 대해서는 현행 “체납보험료에 대한 강제징수”를 유지 강화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다룬 생계형 체납자들에 대한 ‘급여제한’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급여제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경제적 부담 능력이 거의 없는 자들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체납자를 양산하여 의료보장 사각지대로 내모는 제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체납자 급여 제한 폐지가 당장 어렵다면, 체납세대에 속하는 미성년자, 만성질환자,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응급환자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즉각 급여제한 예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계형 체납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이다. 현재 전국민의 약 3.6%에 불과한 의료급여 수급자를 10%까지 늘려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에는 의료급여 수급자를 내년 0.5%씩 늘려 7%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생계형 체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10%까지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며, 전국민의 15%까지 차상위계층의 대상자들에게는 건강보험 자격을 부여하되 부과된 보험료의 50% 경감하도록 하고, 이에 따른 건강보험 수입 감소분은 정부가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납부 유예제도와 같이 일시적 실업 등과 같은 무소득 상태인 자에게 보험료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급여혜택 제한 기준을 ‘체납 3회 이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6회 이상’으로 늘려서 체납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며 건강보험공단과 대책을 상의하도록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대책과 함께 체납 장기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체납자들의 경우 분할납부를 하더라도 매월 ‘체납보험료 분할액“과 함께 ’당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분할납부방식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오히려 보험료 납부 의지를 꺾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체납자의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차원의 지원을 보다 활성화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기업이 후원하거나 지자체에 따라 자체 조례를 제정하여 체납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고 ‘의료안전망’ 기금으로 조성함으로써 생계형 체납자 등 의료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07월호(제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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