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0-02   1428

[동향 6] 공무원연금 개혁, 재정안정화와 노후보장 사이의 새로운 균형 모색

공무원연금 개혁, 재정안정화와 노후보장 사이의 새로운 균형 모색



주은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1. 머리말


새로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제시되었다.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9월 24일에 새로 제안한 개혁안은 과거 지난 발전위가 제시했던 개혁안과는 판이하다. 새 개혁안은 기존 공무원연금제도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기조로 한다. 공무원과 정부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7%까지 올리고 급여는 급여산식 조정과 물가연동 방식 변화를 통해 하향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적인 조정방식은 이전에 제시된 개혁안이 큰 폭으로 축소된 공무원연금에 민간부문 수준으로 인상된 퇴직연금, 개인저축계정 등을 추가하는 다층체계로의 구조개혁안인 것과 매우 대조된다. 물론 개혁의 목적은 동일하다.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새 개혁안의 재정효과는 이전 개혁안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새 개혁안에 꽤 비판적이다. 정말 ‘공익’의 관점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비판받아 마땅한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2. 재정 안정성 확보와 적정 노후소득보장, 두 원칙 사이에서


1) 공무원연금 재정 안정성 확보, 과연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먼저 연금개혁을 평가하는 원칙을 명확히 하자. 핵심적인 두 가지 원칙은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적정 노후소득보장 기능의 유지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지출 수준 억제를 의미한다. 물론 이는 급여수준 억제와 긴밀하게 관련되지만 급여축소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다른 한편 적정 노후소득보장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급여뿐만 아니라 낮은 수준의 급여도 지양한다. 재정안정을 위한 급여조정은 적정노후소득보장이라는 원칙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 문제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언론에서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보전금을 ‘적자’로 표현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의 재정보전금을 통상적인 ‘적자’개념에 들어맞지 않는다. 재정보전금은 사용자이자, 연금이란 공적사회보장제도 운영자로서 정부가 급여지급 책임을 사후적으로 부담하는 것으로서 ‘적자’와는 구분된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결합한 것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부문 사용자는 2008년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4.5%와 퇴직연금 보험료 8.3%를 부담한다. 현재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 보험료는 5.525%이며 퇴직수당 부담은 약 2.9%이다. 즉 2008년 기준 민간부문 사용자에 비해 정부는 보험료 4.4%만큼을 덜 부담하고 있다. 수 십년에 걸쳐 정부는 보험료 부담을 재정균형에 필요한 만큼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부담하였다. 이는 정부가 미리 보험료를 적립할 것인가, 사후에 급여를 지급할 때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재정보전금의 상당부분은 정확히 말하면 ‘적자’가 아니며 정부가 재정충당 책임을 보험료로 충분히 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후적으로 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도 초기 지나치게 낮은 보험료로 재정책임을 지나치게 사후 재정보전금으로 돌린 결과 이로 인한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일반재정에서 부담해야할 비용을 여러 번 공무원연금 기금에 전가한 적이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재정균형이 급격히 무너진 계기는 1998년 이후의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수당 및 연금지급 증가였다. 즉, 공무원연금의 재정에 대한 정상황은 정부 인력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연금지급에 대한 강력한 정부 책임이 요구된다.


물론 정부 재정부담금 중 상당 부분이 사실상 정부가 유예한 급여지불 책임을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 정부 재정 안에서 공무원연금 부담금은 다른 지출항목과 우선 순위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한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목표는 재정부담금을 일정한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이지 재정부담금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될 수 없다. 즉, 재정부담금 수준을 줄여 정부예산, 혹은 GDP 대비 일정 수준 아래로 억제하는 것이 공무원연금의 목표가 된다. 이는 물론 사회적 합의를 요하는 문제이다.


이번 개혁안이 단기적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에 투입되는 정부 보전금 규모는 향후 5년 누적치로 51% 감소하고, 중기적으로는 약 30%, 장기적으로는 약 45%가 감소한다. 단기적 재정개선은 대부분 연금기여금 인상의 효과이다. 특히 과거의 구조개혁안에 비해 새 개혁안의 총재정부담(보험료+보전금) 절감 효과가 더 크다. 향후 10년 기준으로도 이번 건의안은 기존 건의안보다 총 10% 절감효과가 크며, 장기적으로도 기존 건의안에 비해 약 25% 정도 절감 효과가 크다. 이 개혁안이 부분개혁안이라는 이유로 기존에 나온 구조개혁안에 비해 땜질식 처방이라는 주장은 개혁의 재정효과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재정 안정화 효과와 관련된 비판은 개혁 이후에도 보험료 인상이 완결된 후 2018년 재정보전금이 6조에 달한다는 사실에 집중된다. 그러나 2018년 경의 연금지출은 현재 장기 재직한 공무원들에 대한 것으로서 기왕의 연금급여권을 심각하게 손대지 않고서는 줄이는 것이 조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정급여 형식의 사회보험제도가 기존의 연금권을 축소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2007년 국민연금개혁도 기존에 형성된 급여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보전금이란 것이 정부가 과거에 부담하지 않은 보험료를 사후적으로 보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사용자 책임과 다른 예산항목과의 우선순위 두 가지를 고려하여 정부예산 대비 공무원연금 재정보전금 비중을 과연 어느 수준으로 유지해야할지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도조정 방식을 찾는 것이다.  


2) 급여수준 문제: 목표는 재정건전성인가, 급여인하인가?


새 개혁안에서 급여의 소득대체율 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에 비판이 집중되었다. 현 개혁안이 급여승률을 2에서 1.9로 떨어뜨리는 것에 비해 이전 개혁안이 급여승률을 2에서 1.25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큰 폭의 급여 삭감은 이는 민간에 비해 1/3 수준인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연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과 저축계정을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새로 발표된 개혁안에서는 퇴직수당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전 개혁안(6.45%)에 비해 보험료율 인상 폭이 크다. 게다가 급여승률을 1.9로 하는 것과 1.8로 하는 것은 실제로 재정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이 급여 인하 자체가 아니라 재정절감을 목표로 한다면 급여승률을 더 낮추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재정 안정성 면에서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가연동방식 변화이다. 급여수준 문제는 적정 소득보장 문제에 관한 문제로서 이는 아무리 신중하게 다뤄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공무원연금과 같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는.
또한 재직자에 비해 신규입직자의 개혁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65세 이상 연금수급, 급여산식 변화 적용이 10년 미만 재직자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라는 극단적인 의견마저 제시되었다. 그러나 기준소득 변화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해 실제로 20년 재직자에게도 보험료 인상과 연금급여 감소가 이루어진다. 현행대비 20년 재직자는 기여금은 10% 더 내고 연금액은 6.4% 감소하며, 10년 재직자는 기여금은 19% 더 내고. 연금액은 8.32% 감소한다. 신규입직자는 기여금은 26% 더 내고, 연금액은 25% 감소한다. 상당기간 재직한 경우에도 개혁의 영향은 실질적이다.


다만 재직 연수가 짧아지면서 개혁의 영향이 커진다. 그러나 재직연수 등에 따른 이러한 점진적 적용은 연금개혁에서 일반적인 방식이다. 연금수급연령 조정도 현재 퇴직패턴으로 볼 때, 또 국민연금도 2033년에야 65세로 조정된다는 점에서 바로 재직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재직자 전체와 신규자 연금수급 연령을 60세와 65세로 가르는 대신 연금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나가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 
 
이번에 제시된 연금개혁안은 급여삭감 폭을 최소화하면서 연금기여금 인상과 여러가지 미세조정을 통해 재정보조금 규모를 상당히 줄이고자 한것이다. 새 연금 개혁안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분개혁을 통해 재정안정성과 급여적절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였다. 급격한 급여삭감 없는 연금개혁이 상당한 재정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급격한 급여삭감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길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물론 새 연금개혁안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미래 연령구조 변화는 7% 이상의 연금보험료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연금보험료 인상은 다소 불충분해 보인다. 또한 연금수급 연령을 65세로 늦추는 조치가 신규자부터 적용된 것이나 퇴직연령 조정과 연계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전환조치가 적용되는 연령대 범위도 좀 더 넓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연금개혁안은 이전의 다른 어떤 안보다도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안은 가입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것으로 정치적으로 실행가능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즉 새 개혁안이 제시하는 보험료율과 급여조정안은 가입자과 정부 등이 최종적으로 수용가능한 타협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이해관계자의 연금개혁 참여가 개혁의 합리성을 저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입자들과 정부의 참여는 어느 일방의 이해 관철을 제어할 수 있었다. 참여를 통해 현실의 행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급여와 보험료율의 균형지점이 설정되면서 개혁의 실행가능성이 높였다. 이는 이번 연금개혁안의 가장 큰 미덕으로 보인다.


다만 공무원연금 급여책임을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 본다면 그 크기는 우리사회에서 창출되는 부, 즉 경제성장 규모에 의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에 예측된 것보다 빨리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는 경우에는 공무원연금 급여인하 폭은 지금 제시된 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는 현 수급자들 또한 급여인하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택은 한국경제의 흐름에 대한 면밀히 관찰과 추가적인 설득과 합의를 필요로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10월호(제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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