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4-01   1358

[심층분석1]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 실패인가? 성공인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 실패인가? 성공인가?


배융호/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장애인이 당하는 차별과 억압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을 효과적으로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국민의 인식이 따라주지 않고 시행령이 약화됨으로써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2008년 4월 11일에 시행이 되었고, 벌써 시행 1년을 맞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법률 자체의 실효성이나 문제보다도 외부적인 변화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시련을 겪어야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년, 무슨 일이 있었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될 즈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21조 제3항에 대한 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방송사업자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는 제21조제3항이 방송사업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이를 조정하고 영상사업자와 출판사업자를 새롭게 추가시키는 개정안을 준비한 것이다.
 문제는 출판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가 권장사항이라는 점이다. 출판사업자에게 부여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는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위해 출판물을 전자파일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제공해야 한다”가 아닌 “제공할 수 있다”로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장으로 이 조항이 개정된다면, 출판사업자들은 아무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장추련은 이 부분을 강력히 항의하고, 보건복지가족부에게 이 부분을 의무조항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보건복지가족부의 주선으로 방송사업자, 출판사업자등과의 간담회를 가졌으나 출판사업자들은 이렇게 전자파일로 제공하게 될 경우 수많은 불법복제등을 통해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며 이것은 곧 저작권의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이 간담회는 서로의 의견차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결국 장추련은 보건복지가족부의 개정안에 맞서 의원발의를 통해 출판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의무조항으로 하는 개정발의안을 현재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결국 2008년도 한 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3항에 대한 개정 논쟁이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 정책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의 걸림돌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차별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해야 하며,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권리구제가 이루어지는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조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했기에 2007년말 행정자치부는 20명의 인원 증원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증원 약속은 백지화되었으며, 지난 해 말부터 불거져 나온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설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처음에 40%가 넘는 인원을 감축하고 지역사무소 폐쇄를 강행하던 행정안전부는 인권단체와 장추련 등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1%의 인원감축과 지역사무소 1년 시험운영을 골자로 한 축소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UN인권최고대표는 물론 아시아 최대규모의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 등 국제 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행정안전부의 의지는 강력했다. 현재의 인력으로서도 장애차별 진정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원 감축 등 축소가 된 이후 어떻게 장애 차별 진정 사건 해결을 처리해 나갈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제21조제3항에 대한 개정안 문제가 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올해 초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규제일몰제 적용대상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제3항을 포함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규제일몰제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법적 효력이 자동으로 상실되거나 규제여부를 재검토하는 제도이다. 물론 규제일몰제의 취지가 사문화되어 있는 법률들을 찾아내어 그 실효성을 검토하고 폐지해야 할 법률과 매 3년 또는 5년마다 실효성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는 법률을 구분하고 필요한 경우 시행을 독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제일몰제라는 명칭에서 국민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매우 달랐다. 실제로 규제일몰제에 제21조제3항의 방송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가 적용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 일부 방송사업자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제공하던 수화방송과 자막방송 시간을 줄이거나 시행을 미루는 등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
 더구나 규제일몰제에 제21조제3항이 포함된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비록 100명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예산규모가 100 억 원 이상이 되는 법률들은 모두 규제일몰제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유독 제21조제3항만 포함이 되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업주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나 교육기관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에 대한 조항 역시 100 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100 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조항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21조제3항은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조항이고 국회에 개정안 제출되어 있는 조항이기에 대상적용이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국 방송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과 민원이 제21조 제3항이 규제일몰제에 적용된 가장 큰 계기라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장추련은 강력히 항의하며, 수차례에 걸친 기자회견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항의 방문과 면담 등을 통해 규제일몰제 적용의 부당함을 알렸다. 그리고 그 결과 제21조 제3항은 천신만고 끝에 규제일몰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부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주무부서인 장애인권익증진과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10명 미만의 과는 모두 폐지하거나 통합한다는 것이 일괄시행 방침이었으며, 장애인권익증진과 역시 소수여서 폐지대상이 된 것이다. 주무부서가 폐지되고 그 업무가 다른 부서와 통폐합된다면,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장애인권익증진과에서는 주된 업무였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이 다른 과로 가게 된 다면 수많은 업무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애인권익증진과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역사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복지가 아닌 인권으로 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직이었으며, 장애인의 권익 증진이라는 정부의 정책으로서는 획기적인 부서였기에 장애인권익증진과의 폐지는 더욱 문제가 되었다.
 결국 제21조 제3항의 개정을 통해 출판사업자의 의무를 권장사항으로 약화시키고, 제21조제3항을 규제일몰제에 적용시키며, 전담부서인 장애인권익증진과를 폐지하려는 이러한 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시행에 앞장서고 걸림돌이 있더라도 이를 제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시행의 걸림돌을 만들어 놓기에 분주한 1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권익증진과의 폐지안 역시 철회되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정될 때보다도 오히려 더 힘겹게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반대로 긍정적인 변화들도 몇 가지 있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장애인권익증진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와 제12조에서 규정한 시설물의 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의 제공과 관련하여 편의증진법 개정안을 준비하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에서는 장애인이 건물등 시설물을 이용할 때 차별을 받지 않고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12조에서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편의증진법에서 정한 편의시설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추련에서는 지속적으로 편의시설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내용이 담긴 정당한 편의를 편의시설로 축소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장애인이 시설물 이용에서 당하는 차별을 금지할 수 없으므로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편의증진법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중심으로 편의증진법을 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2008년도에는 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한 정부와 장애인단체와의 간담회가 몇 차례 열렸으며, 이러한 간담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좁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편의증진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개정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하는 것이 올해의 과제일 것이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안)에는 포함되어 있다가 제정과정에서 삭제된 영상물사업자와 출판물사업자 등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가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비록 출판물 사업자에 대한 의무가 권장사항으로 추진되어 논란은 되었지만, 삭제되었던 이 부분이 다시 포함되는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점은 의의가 크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년, 효과는 있었는가?


장 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을 맞이하면서 가장 큰 관심은 바로 이것이다. 과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효과가 있는 법률인가? 시행 1년 동안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했는가? 아니면 무력한 법률임을 여실히 증명했는가?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1년간 많은 효력을 발휘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기대하고 바라던 차별금지와 권리구제가 조금씩 그러나 뚜렷이 눈에 보이고 있다.
 
 2008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장애차별로 인한 진정 건수는 696건으로서 전체 진정건수의 53.3%를 차지한다. 이것은 2007년도 진정건수 239건보다 약 3배가 증가한 수치이며, 2001년도부터 6년간 접수된 진정사건 580건보다도 116건이 많고 연평균 진정 접수사건 96건보다도 약 7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처럼 장애차별로 인한 진정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이다. 그만큼 장애로 인한 차별을 감수하며 살아 온 장애인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차별에 맞서 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괴롭힘도 장애차별 진정의 요건이 됨으로써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해 제외되어왔던 사인에 의한 괴롭힘(명예훼손 등)에 대한 진정도 83건이나 되었다.  
 
 차별진정 건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96건의 장애차별진정 사건 가운데 502건을 처리하여 사건을 종결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건을 차별행위로 인정하였으며, 20건 가운데 14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행위로 인정되어 권고한 것이다. 즉 차별행위로 권고 받은 사건의 70%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장애 차별로 권고를 받은 것이다. 그만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7월에 보험가입의 장애 차별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하여 첫 번째 권고를 한 이후, 시․도 교육청의 임용고시에서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지원컴퓨터로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차별이라는 권고, 주민등록증에 점자를 표기하라는 권고, 장애라는 이유로 박사과정에서 탈락시킨 대학에 대한 시정 권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차별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권고가 수용되어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한 가장 큰 효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당사자 간의 합의 등으로 조사중 해결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년, 이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올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은 직접차별에 대해서만 적용이 되었지만 올해부터는 편의시설, 설비, 도구, 인적 서비스 등 장애인이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조치와 수단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공공시설, 특수학급이 설치된 국․공립학교 및 특수학교 그리고 3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이 대상이 된다. 지난해에도 장애 차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재화와 용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재화와 용역에서 가장 차별을 많이 받는 부분이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이므로 장애로 인한 차별에 대한 진정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 등으로 인해 사건 처리 기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며, 이로 인한 권리 구제 또한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우려 된다.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부분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제21조 제3항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출판물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이 의무화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편의증진법이 조속히 개정되어 정당한 편의의 개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원래의 취지에 맞도록 바뀌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가 철회되고 인력이 증원되며, 장애로 인한 차별에 대한 권리 구제가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민의 인식이 성숙되어야 한다.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 하는 것은 물론, 법의 제재가 두려워서 차별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없더라도 차별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을 맞는 올해 4월은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제정중이다.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제정중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로 인한 차별에 대해 당연히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행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 1년을 맞는 2009년 4월에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를 희망해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4월호(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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