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6-01   1588

[동향3] 기초장애연금의 동향과 쟁점

 

기초장애연금의 동향과 쟁점

 

유동철(동의대 사회복지학과)

 

들어가며

 

장애인복지법 제4조 2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기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동법 제4조 1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는다’. 이를 요약해보면 결국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방식으로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이다. 스스로가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의존적이지 않다라는 느낌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 생활비용을 충당하게 해 주는 현금소득이다.
그러나 장애인가구는 여전히 현금소득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의 경우 181만9천원으로 전국 가구소득(337만원)의 54.0%에 불과했다. 2005년의 경우 53.8%로 3년 동안 소득수준의 거의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장애연금의 동향과 예상되는 쟁점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기초장애연금, 어떻게 시작되었나

 

기초장애연금을 둘러싼 논의의 출발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 최옥란열사의 죽음에 가 닿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던 최옥란열사는 급여액이 장애인 가구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결국 최저생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는 한편, 이와 같이 설계된 제도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운동과정에서 최옥란열사는 2002년 3월 자살을 기도했으며 끝내 심장마비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은 2002년 9월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되었으며, 같은 해 대선 당시 노무현후보와 이회창후보로부터 무기여장애연금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얻어 내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장애수당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약을 대신하였다.

17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들이 앞다투어 장애인 연금의 도입을 공약했지만 무위에 거치고 말았다. 이명박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장애인 연금의 도입을 약속했고 이어진 18대 총선에서도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등 5개 정당이 총선공약으로 장애인연금 도입을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기초장애연금을 지급하며 장애아동특별보호연금에 가입한 장애아동들에 한해서는 일정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고 통합민주당은 평균 소득 이하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기여 장애인연금을 지급하고 장애유형별로 추가비용 편차에 대한 조사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유선진당도 장애인연금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으며 민주노동당은 무기여 사회수당 방식의 장애인연금제를 도입해 기존 장애관련 수당을 통합해 장애인들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삼았다. 친박연대는 장애인연금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번에는 정말 기초장애연금이 도입될 성싶다. 일단 지난해 8월 확정된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5개년계획(2008년∼2012년)에 기초장애연금 도입이 포함되어 공식적인 정부의 아젠다로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는 올 3월 기초장애연금 시행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였고,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올 11월이면 구체적 시행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공지된 연구용역의 목적이 “‘중증장애인 기초연금(가칭)’의 도입 및 시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중증장애인 위주로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올 4월 2일 민주당 당론으로 확정된 장애인연금법안이 민주당 박은수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공식적으로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104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에서 만든 법률을 기초로 한 것이다. 공투단과 박은수의원실은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초장애연금의 주무부처가 될 보건복지가족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7일 기초장애연금 도입추진 TFT를 출범시키면서 구체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기초장애연금도입추진 TFT는 장애인소득보장과장을 팀장으로 복지부 내부 인원 사무관 2명과 주무관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TFT는 ▲기초장애연금도입의 타당성과 주요 외국의 사례, 국내 여타 공적소득보장제도 분석 ▲대상자 범위, 지급금액 등 주요 논점을 검토해 기초장애연금제도 및 법률안을 마련 ▲제도 운영을 위한 전산시스템 및 전달체계 구축 등 시행을 위한 준비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별도로 보건복지가족부는 현재 내년도 연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법안마련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법안은 빠르면 5월 말이나 6월 초경 입법 예고될 예정이다. 최홍석 팀장은 “입법예고 후 여러 의견을 수렴해 올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내년도에 시행을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도입방안의 쟁점은

 

구체적인 도입방안들이 검토되고 있으므로 조만간 보건복지가족부와 장애인단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먼저 수급대상의 범위이다. 박은수의원의 법률안에 따르면 장애인연금 수급대상자는 소득인정액이 하위 70% 이하에 있는 18세 이상의 장애인으로 규정했다. 다만, 장애인이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고등학교와 이에 준하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20세 이상부터 수급대상자에 포함되도록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수급대상자를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애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둘째, 급여수준이다. 박은수의원의 법률안에 따르면 장애인연금의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1/4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급한다고 정했다. 법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1인당 월 25만원 수준에서 연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장애인연금은 장애정도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증장애인의 경우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장애인연금액의 50%를 지급하도록 했다. 본인 및 배우자가 모두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각각의 연금액에 대해 20%를 감액해 지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65세 이상의 장애인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경우에는 기초노령연금액이 장애인연금액보다 미달될 때에만 그 차액에 대해 장애인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가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장애인연금액의 70%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박은수 의원 측의 제정안은 예산이 2조4천만원 정도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설명함으로써 다소 다른 견해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장애수당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수의원의 법률안은 장애수당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장애수당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서 장애연금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 된다. 장애인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성격이고 장애연금은 장애로 인해 상실된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제도는 별개의 것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인 추측임을 전제로 하건대, 보건복지가족부는 재정압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비슷한 성격의 두 제도를 합쳐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마도 장애수당을 흡수하여 기초장애연금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여기서 형성되지 싶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장애연금 또는 장애수당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금이나 수당이 지급되는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장애연금이나 장애수당이 지급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특별한 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이는 특별한 지출이 일어나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득수준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지출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수당제도는 이러한 이유에 의해 지급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수당(장애수당, 노령수당, 아동수당 등)제도를 데모그란트(demo-grant)라고도 한다. 데모그란트는 인구학적 요소만 충족되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인구학적 특징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그 특징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므로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영국의 장애생계수당(Disability Living Allowance), 개호수당(Attendance Allowance), 호주의 이동수당(Mobility Allowance)과 장애아동수당(Child Allowance)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소득 능력 결핍에 대한 보상”이다. 이것은 소득을 얻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인데, 보상의 성격상 장기간에 걸쳐 급여가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두 번째 성격이 가미되면 해당 급여는 장애인 모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로 인해 소득 획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만 지급된다. 소득 획득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소득이 낮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득이나 자산조사를 하지는 않고 중증장애인에게만 지급될 수도 있다. 영국의 중증장애수당(Severe Disablement Allowance)이 대표적이다.

또한 소득 능력의 상실은 소득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보고 소득이나 자산조사를 통해서 수당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에는 영국의 자립생활기금(Independent Living Fund)이나 장애노동수당(Disability Working Allowance), 호주의 장애지원연금(Disability Support Pension)과 보호자급여(Carer Payment) 등이 대표적이다. 소득이나 자산수준을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은 공공부조를 받는 기준보다는 높다. 이 수당을 받지 않으면 생활비의 추가지출로 인해 공공부조 대상자 기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보았을 때 추가비용 보전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되는 수당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장애수당을 이런 성격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기초장애연금은 추가비용 보전이 아니라 소득보전이라는 성격이 명확하므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소득조사를 통해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옳다. 다만 소득보전이라는 성격상 중증장애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소득조사를 통해 일정 소득 미만의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보여진다. 중증장애인 기준을 굳이 적용하려 한다면 노동능력 상실률을 고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애수당과 기초장애연금은 별개로 두는 것보다 통합관리하는 것이 종합적 관리와 재정의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더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기초장애연금으로 통합한다고 할지라도 장애연금이라는 제도 내에 추가비용 보전 급여 요소와 소득보전 급여 요소를 별개의 계정으로 두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장애생계수당 제도 안에 보호요소와 이동요소 두 가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있는 것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6월호(제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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