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10-01   1173

[동향6]신종플루의 치료제, 백신 생산의 문제점과 안정적 공급 대안



신종플루의 치료제, 백신 생산의 문제점과 안정적 공급 대안


송미옥(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개인의 질병관리에서 예방과 치료는 서로에게 의존한다. 사회적인 질병관리에서 예방과 치료 정책은 해당 사회의 질병대응 시스템의 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지난 8월15일 신종플루 감염인 사망자 최초 발생 이 후 우리 사회는 신종플루 치료제와 백신이 있느냐 없느냐, 충분하냐 아니냐의 공방으로 빠져들었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환자 급증과 사망자 발생 소식은 개인의 위생관리(손씻기, 사람 많은 곳 피하기 등)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특히 북반구 국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차 파고라고 경고하는 가을 겨울 환절기를 앞두고 있어 신종플루 대유행(Pandemic Influenza)에 더욱 더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인플루엔자 대비․대응 계획”은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법 매뉴얼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도 초반 대응에서 치료제 확보는 1차적인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멕시코와 미국의 사망자 발생 시작부터 8월15일 우리나라 사망자 발생시점까지 치료제 및 예방백신 확보상황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공항이나 항만 검색을 잘해도 지역사회 감염이 뻔한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망자 발생 시점까지 국민들이 믿고 따를 만한 대비책을 만들지 않았다. 마치 사망자가 발생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도 설익은 대책들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일선에서 예방조치 및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병의원 종사자나 보건의료인들에게 조차 사전에 충분한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감염 확산 시 행동요령을 지도한 적도 없다. 마치 대유행 전염병에 항상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하루아침에 대응책을 전달하면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질 거라는 착각이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책임할 수 없는 것이다. 신종플루 지정병원과 지정약국의 문제가 매일매일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런 안일한 정부태도가 결정적이다.


이번 세기 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한 호흡기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사망률(60~70%)이 치명적인 AI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막고 신속한 치료제 투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WHO의 치료제 확보 권고(국민대비 20%정도)와 각국 정부의 비축준비는 수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다행히 감염자는 단시간에 많이 발생하나 그 독성이 계절성 독감 수준 정도이다 보니 AI같은 공포는 가질 필요는 없으나 감염속도가 대단하여 집단생활이 많은 현대 도시인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 보다도 집단감염 발생에 따른 대량의 치료제 투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0월 말 이전까지 약 240만명분(인구대비 약 5% 정도)의 비축량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각국의 비축정도가 나라별 경제적 양극화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잘 사는 나라 중심으로 항바이러스제 사재기는 진행되었고 진행 중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부족한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한 사재기 대열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제품이 되어버린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경우 우리나라의 많은 제약회사들이 생산 가능한 제품이었다. 단지 타미플루가 특허제품이기 때문에 그 독점적 제약에 걸려 생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같은 대유행성 전염병의 경우 국가가 직접 독점생산을 풀어버리는 조치를 취하여 국내에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 즉 강제실시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리 하지 않았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가난한 나라의 비축량이 현저히 적은 이유는 국제적인 사재기 행렬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급 회사(로슈)의 생산력에 기댄 채 제품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잘 사는 나라들의 매점매석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TRIPS협정에서는 각국 정부의 보건의료 필요와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독점 공급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제실시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길을 애써 외면하고 지금도 저 사재기 행렬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그렇다면 예방백신의 공급은 원활한가?
지난 7월 백신공급과 관련한 중요한 뉴스가 두 건 있었다. 하나는 7월 2일 전남 화순에 완공한 (주)녹십자 백신공장 완공소식이었다. 완공된 백신공장을 통해 신종플루 백신생산을 하겠다는데 그 생산 규모는 올해 최대한으로 잡아 500만명 분 정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9월 둘째 주부터 시작하는 임상시험을 거쳐 11월 부터 백신접종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 째는 7월15일 질병관리본부가 조달청에 의뢰해 GSK, 사노피파스퇴르, 노바티스, 박스터 등 4개 다국적 제약사를 지명한 백신 경쟁 입찰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당일 첫 공개입찰에서 4개의 다국적 제약사는 아예 참가등록을 하지 않아 입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수입 백신의 확보가 물 건너 간 것이다.


우선 국내 (주)녹십자 백신공장의 경우 2005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및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독감백신원료 생산기반 구축사업’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어 2006년 12월 착공, 올해 7월 2일 완공하였다. 정부 및 전라남도, 화순군의 지원금 약 200억원을 포함 총 800억원 규모로 지어졌다. 이로써 세계에서 9번째 대규모 백신생산 국가이자 세계 12번째 대규모 생산 기지를 갖게 되었다. 연간 5,000만 DOSE 생산규모로 각종 인플루엔자 백신 및 A형 간염 백신 등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왜 이리 개별기업을 자세히 언급하는가 하면 이 공장이 바로 백신공장이기 때문이다. 백신공장의 생산계획은 개별기업의 사업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백신의 특성 상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예방에 사용하기 때문에 국가의 전염병 예방사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즉 국가의 보건의료 및 질병관리 정책과 그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05년 ‘독감백신원료 생산기반 구축사업’의 목표에도 언급했듯이 백신공장의 경우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또한 이번 전남 화순 백신공장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자금이 전체 공장 설립 재원의 20%를 차지한다. 즉 공장설립 이유와 재원, 완공 이후 생산제품의 성격만 보아도 백신공장의 공공적 운영이 얼마나 절실한 가를 드러낸다고 하겠다.
 
다시 지난 7월로 돌아가 입찰 실패로 인해 수입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는 부랴부랴 8월말 유럽으로 질병관리본부장을 보내 백신을 구해왔다고 발표하였다. 국내에서 공급거부당한 망신을 해결하지 못한 채 유럽에 있는 백신 회사 본사까지 찾아가 구걸하고 돌아오는 근시안적 행정이 바로 이번 신종플루 대책에 나선 정부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정부대책의 특징은 독점 제약기업 뒤꽁무니 쫓기이다. 국민은 신종플루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신종플루에 임하는 이런 정부 대책이 무서울 수 밖에 없다. 국민이 안심하고 정부대책을 따를 수 있는 준비된 내용을 기다리기에는 인플루엔자의 감염속도가 더 빠르지 않은가 싶다. 결국 모든 대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열심히 손을 씻는 방법 뿐인가?


월간 <복지동향> 2009년 10월호(제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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